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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풀 Oct 08. 2020

새벽에 홀리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

잠 못 들고 밤새 뒤척일 때가 있다.

잠드는 걸 포기하고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안개가 눈처럼 내려앉았다.

발목까지 내려앉은 이슬로 얼굴을 씻고

머리카락 휘날리며 물낄 따라 안갯속을 달린다.


새벽녘에 들리는

소리의 무게

공기의 맛

빛의 색감

어둠의 두께


또 다른 질감의 새벽이 궁금해졌다.

새벽에 홀린 날들이다.

새벽 네 시, 동쪽 하늘에 뜬 별


새벽 다섯 시, 느티나무와 가로등


새벽안개에 휩싸인 마을



(한강 -새벽의 노래)


새벽에 눈을 떠

하늘을 보았어

어둠이 걷히고

푸른빛이 번졌어


구름은 뭉클뭉클 피어나

어디로 흘러 떠나가는지

하나 둘 깨어나는 나무들

가지를 뻗어 올렸어


이리 아름다운 세상이

내 곁에 있었나

두 눈에 맺히는

네 눈썹 같은 조각달


나 이제 푸른 날개 펼치고

저들을 따라 날아오르네

푸르른 불꽃같은 나무들

가지를 뻗어 올릴 때


살아있다는 건 뭘까

대답할 필요 없네

저 푸른 불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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