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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 이태리 피렌체, 피사 #5

이태리에서의 다섯째 날 (2016년 6월 21일)

by 정원철
두오모 성당

피렌체는 르네상스를 이끌고 꽃 피운 예술의 도시이다. 피렌체에서는 메디치 가문의 흔적이 없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였다. 도시 어느 곳에서도 웅장한 돔 지붕을 볼 수가 있었다. 두오모 성당이었다. 이곳에 메디치가의 가족묘가 있다. 메디치 가문의 영향력은 피렌체 곳곳에 남아 있었고 지금도 대단해 보였다.


두오모 성당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하루 종일 줄어들지 않았다. 끝없이 늘어선 줄을 보고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피렌체에서 주어진 한나절의 시간으로는 두오모 성당 주변만을 맴돌게 할 뿐이었다. 르네상스의 태동을 느끼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 아쉬웠다. 어느 곳도 갈 수 없게 스스로 발목이 잡혀 성당 앞에 쭈그러 앉았다.


늘을 올려다보며 기대 이상의 크기에 놀라고 독특한 외관에 매료된 한 인간이 어떻게 해서라도 이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아보려 애쓰고 있었다. 카메라 앵글은 고작 성당 벽면 한구석을 담아낼 뿐이었다.




피사의 사탑

오후 2시 28분 피사 센트럴 역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로 갈아탔다. 피사의 사탑으로 가기 위해서이다. 교과서에서 보았던 사탑의 모습을 실제로 보니 기울어진 탑의 모습이 익숙하고 반갑기까지 했다. 마치 그동안 서로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것처럼 보고 빙긋이 웃었다.


어디선가 호탕한 이탈리아 사람이 가방을 뒤로 메지 말고 앞으로 메라고 충고했다. 집시의 소매치기가 많아서이다. 가방을 앞으로 메고 걷는 여행객들의 행렬이 마치 보따리 안고 도망치는 듯한 모양새였다. 어찌하다 보니 이탈리아에서의 여행의 마지막 장면이 보따리 안고 도망치는 형색이 되었다. 오늘 저녁 피렌체에서 야간기차를 타고 오스트리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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