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숙소를 나와 로마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콜로세움을 시작으로 포로 로마나를 거쳐 베네치아 광장으로 향했다. 콜로세움은 달리 말이 필요치 않았다. 2,000년 전의 건축물 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2000년 전의 인류가 어제 만나고 지나친 사람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로마에 있으면 영화 ’ 인터스텔라‘처럼 저 너머로 다른 차원의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2000년 전의 로마를 장막 사이로 엿보는 듯했다. COROSO거리를 따라 걸으니 트레비 분수를 가장 먼저 만났다.
트레비분수
트레비 분수를 등지고 동전을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누가 만들어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번 던지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올 수 있다고 한다. 중앙에는 바다 'ocean'의 어원이 된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가 있고 양쪽에 반인 반어를 한 포세이돈의 아들 트리톤의 조각상이 있다. 바로크 양식의 절정인 이 분수의 아름다움에 동전을 던졌댜. 다섯 개를 던졌다. 적어도 다섯 번은 더 오고 싶었다.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고 돌아서는데 기타리스트의 기타의 선율이 거리를 순간 정지시켰다. 그의 기타 소리에 잠시 넋을 놓았다. 수천 년 전 인간의 흔적보다 머리 풀어헤친 내 눈앞의 기타리스트의 카리스마가 갈 길을 붙잡았다. 이렇게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위대한 유산과 일상의 생활이 공존했다. 내가 걷고 있는 바닥의 돌조차도 수천 년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었다. 로마에 있으면 시간과 공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판테온신전
판테온 신전에 들어오면 모두가 천장을 올려다본다. 2000년 전에 설계하고 쌓아 올린 돔 지붕의 실체에 기가 막혔다. 외계인의 존재가 살짝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돔 중앙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왔다. 그 빛을 통과하면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라파엘로의 무덤이 이곳 판테온 신전 안에 있었다. 아무래도 라파엘로가 이곳에 묻히기를 소원한 이유가 저 천장의 빛과 무관해 보이지 않았다.
스페인광장
콜로나 광장을 지나니 스페인 광장이 나왔다.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의 여운을 기대했다. 스페인 광장은 보수공사가 한참 이었다. 계단에서 잠시 쉬며 로마의 휴일을 떠올렸다. 신과 고대도시 로마에서의 마지막 하루가 다 지났다. 이제 르네상스 시대를 연 피렌체로 가기 위해 호텔에 맡겨둔 여행가방을 챙겼다.
피렌체 베키오 다리
오후 5시 20분 로마에서 피렌체로 가는 기차를 탔다. 한바탕 소나기가 지난 후라 햇볕은 더욱 강렬하고 포도밭으로 뒤덮인 대지는 생기로 가득 찼다. 피렌체는 저녁이 다 되어서 도착했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 달 오스테‘라는 스테이크 잘하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맛집이라고 찾아가 식사하는 것은 이번 여행에서 처음인 듯싶었다. 유럽여행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느낌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강변을 걸으며 산책을 했다. 구글 지도를 보니 베키오 다리까지 갔다 오면 족히 1시간은 걸어야 했다. 해가 지는 아르노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피렌체 야경
아르노 강변의 아치형 돌다리 너머로 하루가 저물어 가고 동전 같은 보름달이 아르노 강물 속에서 빛을 냈다. 달을 머금은 강물은 온통 보랏빛이었고 줄지어 서있는 거리의 가로등도 아르노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물속에 물감이 퍼지듯 강물 위로 가로등 빛이 펴졌다. 세상의 모든 빛이 아르노에 몸을 던지고 강물은 빛을 삼키고 다시 내뱉었다. 강물과 빛이 서로를 끌어당기듯 베키오 다리 위에 연인들은 사랑에 취해 있었다. 노을이 빛을 잃고 밤공기의 알싸함을 남기며 사그러 들었다. 다리의 돌난간에 걸터앉아 빛을 잃어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처음 동작대교 위 해지는 서울이 그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