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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 이태리 바티칸시국 #2

이태리에서의 둘째 날 (2016년 6월 18일)

by 정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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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자에게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은 성지이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모든 이들이 이곳 바티칸을 방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입장을 위해 늘어선 줄은 상상초월이었다. 아침 7시 30분 호텔을 나와 8시 25분 바티칸 성벽에 도착했는데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들어가기 전부터 기가 질렸다. 바티칸시국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성지 순례길에 있는 것 같았다. 길 위에서 입장을 기다는 것은 고행이었고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 ‘를 알려주는 메시지였다. 그렇게 마음먹는 게 차라리 편했다. 신문지를 깔고 쪼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기다렸다. 죽은 이들이 만든 걸작에 산 자들이 이토록 열광하고 고행을 감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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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가 다 되어 바티칸에 입장했다. 예상보다 입장이 빨랐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과 시에스타 소성당의 성화와 성물은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귀결되었다. 교황 율리우스 2세가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이 두 천재화가에게서 얻어낸 성화와 성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미켈란젤로의 ’ 천장화‘와 라파엘로의 ’ 아테네 학당‘은 학창 시절부터 미술책에서 빠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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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베드로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 피에타‘를 실제 보는 순간 전율이 일었다. 대리석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구겨진 옷, 예수의 손에 있는 못 자국과 실 피자국을 대리석을 그대로 이용하여 표현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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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안은 이 두 천재화가가 끌어모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곳 바티칸에 대한 관심은 가톨릭의 영향력과 비례하는 것 같았다. 종교화는 런던과 파리에서와 마찬가지로 나의 관심을 잡아끌지 못했다. 그보다 율리우스 2세에게 볼모처럼 잡혀 천장만 쳐다보며 인고의 세월을 견디었던 미켈란젤로의 고통이 느껴졌다. 천장화를 올려다보며 목에 전해오는 고통으로 미켈란젤로의 고통이 느껴져 보는 내내 편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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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대성당 내부는 크기와 웅장함으로 압도되었다. 베드로는 이곳 로마에서 십자가형으로 순교하였다. 그의 이름을 기억하며 성 베드로 대성당이라고 이름하였다. 베드로의 무덤 덮개라고 볼 수 있는 ’ 발다키노‘ 위로 천장에서 한줄기 빛이 성스럽게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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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을 나와 길을 건너면 젤라토 맛집이 있다.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젤라토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섰다. 나도 줄을 섰다. 내 차례가 되어 내 손에 젤라토가 쥐어졌다. 젤라토를 받아 들고 한 입 베어 무니 미켈란젤로의 ’ 천장화‘보다 눈 호강 입 호강이었다. 심오한 예술혼은 너무 멀리 있고 달콤한 젤라토는 내 손에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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