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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 독일 퓌센 #2

독일에서의 둘째 날 (2016년 6월 16일)

by 정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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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무릎이 아픈 이후로 여행에 의욕이 지나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른 아침 튀어나가듯 호텔을 나서 세상 구경에 흠뻑 빠져 지내느라 몸이 지쳐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늘 아침은 일부러 호텔에서 게으름을 부렸다. 빨래를 이유로 체크아웃을 좀 미루고 혼자 테라스에 앉아 모처럼 맑은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옅게 달라붙어 있었다. 멀리 보이는 마리엔 광장 신청사의 첨탑에 시선이 머물렀다. 손으로 잡힐 만큼 작아 보였다. 스쳐도 부러질 것처럼 약해 보였다. 높이에 대한 인간의 욕망의 크기가 하찮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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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중앙역에서 퓌센으로 가는 기차가 12시 55분에 있었다. 퓌센은 기차를 타고 두 시간을 가야 하는 거리에 있었다. 여느 때 같으면 오전에 퓌센으로 출발했을 텐데 오늘은 달랐다. 기차에 오르니 한바탕 소나기가 올 것처럼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기차 차창 밖으로 목초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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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퓌센 역에 도착했다. 퓌센에 온 이유는 노이반슈타인 성에 가기 위해서였다. 이 성은 디즈니 성의 모델이 되어 유명해졌다. 유명세 탓에 오기는 했는데 내 짧은 식견으로 독일의 명소를 알지 못했고 어디라도 다녀와야겠다는 강박이 내린 결정이었다. 퓌센 역 앞에서 성으로 가는 버스를 놓쳐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성은 수많은 중국 관광객 인파로 가득했다. 오후 6시 5분 뮌헨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탔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목초지로 뒤덮인 평원에 드문드문 외로이 자리한 마을이 지나쳐 갔다. 저런 마을에서 하루 쉬어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차창 밖의 단출한 들녘에 잔뜩 흐린 하늘이 오늘은 제법 잘 어우러졌다.

뮌헨 중앙역에 도착하니 저녁 8시 5분이었다. 몇 마디 말도 하지 않았는데 하루가 수수하게 지났다. 11시 35분 야간 기차를 타고 밤새 달려 이제 이태리 베네치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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