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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군 Oct 04. 2024

거창 사건으로 보는 진실 규명의 현재와 이후 과제

한국 전쟁 전후로 일어났던 민간인 학살 사건은 매우 조직적이고 전국적이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얼마나 왔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우리 사회는 변해왔다. 무엇보다 희생자에 대한 표현이 바뀐 것이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어떤 대상을 지칭하는 표현은 매우 중요하다. 얼마 전 한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구출해 온 사람들에게 '난민'이 아니라 '특별 기여자'라는 명칭을 부여한 것이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태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어떤 사건이나 대상에 대한 표현을 규정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양민 학살'이 아니라 '민간인 학살'이라는 표현이 정착된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피눈물이 있었는가? 그리고 이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과거에는 학살 사건 자체를 부정하거나 은폐했다. 그리고 진실 규명의 목소리를 폭력으로 탄압하며 덮었다. 그러다 더이상 숨길 수 없게 되자 이제는 그만 잊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논리로 진실 규명의 노력을 멈추려고 한다. 하지만, 잊혀 지기를 바라는 이들은 가해세력이지 피해자들이 아니다. 피해자는 절대 잊을 수 없다. 자신마저 잊어버리면 결국 모든 것이 없던 일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해자는 어떻게 해서라도 기억해야 하고 그 기억 속에서 계속 고통스럽다. 하지만 가해자는 잊어 버리고 싶어하고 그래서 그 기억에서 오히려 자유로워져 버린다.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를 빼놓고 이제 그만 잊자고 말하는 것은 가해자에게 동조하는 게 될 수 있다.

시대가 지나고 정권이 바뀌어도 대한민국은 이렇게 방법을 바꿔가며 계속 시간을 끌었다. 마치 피해자와 유족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서 기억하는 이가 모두 사라지기를 원하는 것 같아 섬뜩할 때도 있다.
 한국 전쟁 전후 일어났던 민간인 학살에서 피해자는 특정 개인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였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기억해야 하고, 그 기억의 방법도 계속해서 다듬어서 사회적 유전자로 새겨 넣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기억 전쟁의 한계와 오류,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부족하지만 거창 민간인 학살 사건을 통해 살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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