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째고 계곡으로. 청도 대동골
▮한낮의 기온이 33도와 34도를 오가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한여름이면 36도를 넘는 날이 적어도 일주일은 되는 도시다. 우리는 신중하게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낮기온이 36도가 넘으면 우리는 회사를 짼다. 그런 계획을 세워두니 일주일째 기온이 더 오를 듯 말 듯 오르지 않는 게 더위보다 답답했다. 그 심리의 보상작용으로 34도가 넘어서는 날도 아직 덥지 않다고 할 수 있었지만, 휴가가 본심인 이상, ‘더 더워져라’ 외쳐댔다.
그러다 3일 뒤, 아침 최저기온이 29도라는 예보가 있은 날, 낮기온이 37도를 찍었다.
아침 출근길이 바빠졌다. 급하게 카톡으로 ‘오늘이다, 오늘’을 외쳐대며 몇 시에 나갈지 조율했다. 계곡은 회사와 불과 40분 거리여서 급할 게 없다는 데는 우리 둘 모두 동의했다. 2주 후에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갈 계획도 있어서 휴가를 아껴야 한다는데도 뜻이 맞았기 때문에, 2시간만 일찍 나가자고 합의한 터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계곡은 한여름에도 찾는 이가 없던 도시근교 의외의 오지였다. 불과 3년 새 주변에 커다란 카페가 들어오더니 휴양림까지 들어섰다. 마침 이렇게 더운 날이면, 자리 깔기 좋은 곳은 사람들이 금방 차지 해버린다.
그러니깐, ‘빨리 가자’
하는 데에 금세 또 뜻이 맞아 들어, 점심도 되기 전 회사에 휴가를 내고 나왔다.
▮계곡은 많이 잡아도 28도를 넘지 않았다.
조그만한 계곡이라 진입로가 몇 개 없다. 그 하나의 통로는 신기하게도 아치형의 문처럼 양쪽으로 자라난 나무가 입구를 만들고 있는데, 그 몇 걸음 사이로 공기가 바뀐다. 진입하자마자 서늘하다고 해야 할 정도의 냉기가 전신을 감싸는데, 그 극적인 차이는 회사에서 계곡으로 배경이 전환된 이유도 있다.
일상의 만족감은 상대적이다. 가치는 희소성에서 탄생하는 것처럼, 목요일 오후에 일을 던져놓고 계곡에 발을 담그러 온 행위의 만족감은 상당했다.
▮아메리카노 통발로 버들치를 잡다.
흔히 아디다스 모기로 불리는 산모기가 많을까봐 걱정했는데, 날아드는 놈이 없다 ‘물이 맑으면 의외로 벌레가 없다는 말이 정말이었나봐.’했더니, M이 그 짧은 순간에 모기에 6방이나 물린 다리를 보여준다.
‘모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다른 명제가 증명됐다.
가만히 있어서 그렇다면서 참방참방 물을 차며 돌아다니더니, 갑자기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아보겠다고 한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어른 손가락만한 버들치가 떼로 다니는데, 녀석들 움직임이 마치 나 잡아봐라는 거 같아 그런 의욕이 들기는 했다. 다만, 물속에서의 녀석들은 눈으로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손으로 쫓아서는 잡기 어려울거다.
M의 방법은 이랬다. 두 손을 공손히 모아 물속에 넣는다. 그리고 그 위로 물고기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세월만 건지겠다 싶은 이 방법으로 1분에 한 마리씩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기예를 보여주는데, 이런 재주가 있는지 몰랐다.
그러고는 아메리카노를 담았던 플라스틱 통에 만두를 조금 떼어 다 넣더니 물속 돌 틈에 끼워둔다. 거기로도 버들치 2마리가 잡혔다.
다만 30분쯤 지나니 금새 흥미를 잃어 20여 마리의 물고기들을 전부 계곡 잔잔한 곳에 풀어줬다.
▮
해가 지면서 조금 시원해진 것 같아 계곡을 나왔는데 여전히 뜨거운 공기가 몸을 두른다. 그래도 계곡물로 체온을 내려놔서인지 땀이 나지는 않았다.
이렇게 하루를 시원하게 보내면, 3일간은 더위를 타지 않는다.
▮장소: 청도군 대동골
▮비용: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