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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May 21. 2024

chap60. 쓰기싫은주제의글을써야하는상황이라면

 p 192-194 <김은경,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어떤 이유에서건 다양한 글을 써보는 것은
작가로서 새로운 무기를 갖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오랜 시간을 꿈꾸던 일을 이룬 적이 있다면 그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룬 직장생활일 수도 있고, 소망하던 신춘문예가 될 수도 있고, 스펙을 위한 인턴에 합격하는 것도 비슷할 것이다. 우리는 두근두근 부푼 마음에 첫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때로 방황을 하기도 한다. 나의 꿈이었던 일과 현실의 일과 괴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인턴이 되기만 하면 나의 취업문이 활짝 열릴 것만 같았는데 실제 업무는 잡다한 허드렛일이나, 선배들의 뒤치다꺼리가 대부분이며, 첫 직장에서 내게 주어지는 업무는 대부분 큰 무게감이 없는 일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보통 결과에 대해 꿈을 꾼다. 그 과정까지 세세하게 고민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꿈을 이루기 전까지는 결과를 위해 어떠한 수고와 노력도 마다하리라 다짐하지만, 실제 내가 꿈을 이루는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작가지망생이라고 다를까? 나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영화가 되고, 드라마가 되고, 새로 출판하는 책 하나하나 서점의 단독 매대에 진열되어 전시되는 꿈을 꾼다. 기분 좋은 꿈이고, 그런 꿈이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런 글을 쓰는 일 자체는 마냥 행복하지는 않다.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혹은 나의 경험과 이야기를 활자로 옮기는 일은 생각 이외의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며, 막상 결과를 내놓기까지 끊임없는 자기 검열과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 문장이 괜찮을까?"

"이 문단은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려나?"

"이거 내용이 너무 징징거리는 거 아냐? 전개가 너무 지지부진한데?"


글을 쓰는 처음부터 퇴고의 그 순간까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쉼 없이 쏟아져 나오고, 글을 쓰는 일은 스스로 내놓은 질문에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해 끙끙거리곤 한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있었는데 고작 열 줄의 글이 써내려 갔고, 빈 여백은 내 통장잔고만큼이나 휑하다. 적당히 타협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 순간의 타협이란 나중에 읽히지 않는 조회수와 자기혐오로 빠지는 자동문임을 알기에 마냥 넘겨버릴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때론 글을 쓰기마저 싫어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작업과, 답이 없는 문제들. 


글을 쓰는 사람은 누가 작업물을 던져주지 않는다. 스스로 질문을 찾고 답을 내어놓는 출제자이자 동시에 수험생이 된다. 


처음 글을 쓸 때는 가장 자신 있는 이야기를 꺼내 놓으려 한다. 남들보다 더 잘 알고 있고, 나만의 경험이 담겨 있어 더 생생하게 살아있는 글을 쓰고자 한다. 그렇게 한동안 글을 쓰다 보면 갑자기 좁아져버린 골목이 나타나거나 막다른 길이 보이기도 한다. 내 경험과 이야기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행기를 써도 다녀온 나라가 동이 나고, 과거의 아픔도 에피소드도 모두 꺼내어 썼다고 느낄 때가 있다. 마치 과즙을 다 짜내어 놓은 오렌지가 된 것 같다. 


그럼 천천히 직장생활을 떠 올려보자. 직장생활이 없었다면 학창 시절도 좋다. 그때 우리는 어땠을까? 하고 싶은 공부만 하고, 하고 싶은 작업들만 했을까? 대부분은 주어진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주어진 과목을 공부하기 위해 고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때때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수험에 좋은 성적을 받아왔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만 잘하는 것은 아니다. 


하기 싫은 일도, 때론 피하고 싶은 일도 잘 처리해 내곤 한다. 단지 나의 취향이 맞지 않을 뿐, 좀 더 하고 싶은 일을 맡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대부분 주어진 일에도 최선을 다한다. 산후 우울증에 걸린 부모라도,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소홀하지 않고, 매번 반복되는 작업이 지겨워도 불량률을 내지 않는 고인물이 되어 작업을 수행하며, 하고 싶지 않은 강의라도 청중이 끄덕이며, 받아적도록 강의를 할 수 있다. 우리의 능력은 생각보다 뛰어나다. 


생활의 달인들은 그 일이 꿈이었기에 그렇게 노력을 했을까? 운동선수들은 경쟁하고 노력하는 것이 꿈이기에 그 일을 선택했을까? 성공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주어진 일을 완수하고자 하는 목표의식이 높았던 것이다. 그곳에 본인의 취향은 살짝 뒤로 빼놓았을 수 도 있다. 


내가 당장 쓰고 싶지 않은 분야의 글을 써야 한다면, 나의 취향이 아닌 글을 써야 한다면, 일단 써보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멋지게 완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반복된다면, 어떤 글을 써야 하는 상황일지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을 쓸 수 있게 되고,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쓸 때면 더 신나 하며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성공한 사람들은 큰 고민 없이 매일의 어려운 일들을 반복해 왔다. 작은 근육이 코어가 되고, 흔들림 없는 자신이 세우기 위해 그 일을 반복해 왔다. 그리고 그것이 성공하는 키가 되어 준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은 잘할 수 있다. 그러나 하기 싫은 일도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 당장 풀리지 않는 글도. 뒤로 넘기고 싶은 글도. 쓰고, 고치고, 쓰고 고쳐보자.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우리에겐 글을 쓰는 것이 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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