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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May 22. 2024

chap61. 괴로운 기억을 꺼내보는 용기

 p 195-196 <김은경,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사람들은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만을 원하지 않습니다.
시련이 없는 히어로물을 누가 보고 싶어 할까요?

때로 물음이 생깁니다. 나의 괴로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까? 상처받고 힘들었던 나의 이야기를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우리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그래도 나에게 가장 강렬한 기억이며, 가장 극적인 감정의 대상이며, 내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이기에 우리는 그 아픔을 글로 써보려 노력합니다. 


글을 쓰려면 그 대상을 다시 천천히 되새겨 봐야 합니다. 어떤 일을 경험했는지, 그 과정이 어떠했으며, 그 속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은 어땠는지를 조각조각내고 다시 퍼즐 맞추듯 조립해야 합니다. 과정이 쉽지 많은 않습니다. 아직 아픔에 진행 중인 경우 글을 쓰는 내내 아픈 감정이 본인을 휘어 감아버릴 수도 있습니다. 과거의 절망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가슴 아픈 이별을 다시 반복해야 하며, 되돌릴 수 없는 후회와 상실감에 힘겨워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기억은 불완전해서, 강렬했던 기억들도 시간이 지나버리면 중간중간 여백이 남게 마련입니다. 덜 아팠던 기억들이 흐려지기도 하고, 잊지 못할 것 같은 아픔이 희석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런 기억들을 글로 옮깁니다. 그리고 때때로 희석되고 비어있는 여백을 채워나가야 하기도 합니다. 


과거의 아픔을 다시 조립할 때면, 우리는 자신을 조금 객관화시키기도 합니다. 작가로서의 글 안에 나는 본인인 동시에 작가의 글로 탄생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비어있는 여백을 만날 때면 작가는 여백을 채워나갑니다. 상상의 산물이 될 수도 있고, 개인적인 바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과거 아픔을 대면할 때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캐릭터를 통해 쏟아내기도 하고, 극복하기 위한 스스로의 다짐을 캐릭터의 입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단지 나의 아픈 기억이었던 상처가, 글을 통해서 아픔을 대면하고, 극복하며, 삶의 의지를 다지는 한 편의 이야기가 됩니다. 그 과정에서 작가의 상처에는 좀 더 단단한 딱지가 앉게 되고, 격정정인 상처와 그 안에 느꼈던 감정들은 읽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게 됩니다. 당신을 닮은 캐릭터는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히어로가 되는 것입니다. 시련이 없는 영웅이 어디에 있을까요? 사람들은 시련 없는 히어로물을 사랑할까요? 영웅의 탄생은 위기와 고난, 상처를 극복하는데에서 그 매력을 느낍니다. 극복하지 못할 상처를 넘어서 단단하게 성장하는 과정이 히어로물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우리의 삶이 상처투성이라면, 우리는 영웅이 되기 위한 제일 첫 번째 조건을 갖춘 셈입니다. 재료는 갖추어졌습니다. 단. 한 가지만 조심하세요.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를 꺼낼 때는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에 있다고 판단될 때입니다. 그 시기를 누구도 정해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나의 괴로운 기억은 우리들에게 있어 깊은 상처며 언제든 나를 다시 괴롭힐 수 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깊은 상처를 입으면 외부의 자극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연고를 바르고 두텁게 드레싱을 합니다. 상처 치유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미처 아물지 못한 상처를 외부 자극에 고스란히 노출시키면 회복이 더디며, 때로는 흉터로 남게 됩니다. 


본인의 상처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상처가 아물었다고 생각되었을 때 글을 씁니다. 흉터로 덧나지 않을 정도의 딱지가 되었을 때 글을 써보기를 추천합니다. 나의 상처는 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상처를 글로 옮기기에 10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언제든 동생의 이야기를 꺼내어 낼 수 있습니다. 


나는 아직 영웅이 되지 못했지만, 주어진 몇 가지 시련을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드라마 속에 또 어떤 시련이 닥쳐 올지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시련이 다가오더라도 얼만큼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 자신이 내 삶의 이야기 속에 영웅으로 탄생하기를 꿈꿔봅니다. 




나의 힘들었던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missingb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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