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보다 더 치열한 세상, 자매의 세계

by 성준

주말 아침, 거실에서 고요하던 공기가 갑자기 팽팽해졌다. 방 안에서 문을 쾅 닫는 소리와 함께 언성이 높아졌다.


“이거 내 옷이야! 왜 내 허락도 없이 입어?”

“뭐 어때? 그냥 한 번 입은 건데!”

나는 티백을 빼내던 손을 멈추고 소리가 들리는 방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가운 아침 공기와 함께 긴장감이 서서히 거실로 퍼졌다. 작은 방 안에서는 첫째 딸이 팔짱을 낀 채 화가 난 표정으로 서 있었고, 둘째는 억울하다는 듯 입을 삐죽이며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같은 옷장, 같은 방,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둘은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것처럼 경계를 그었다. 작은 방 안에서 서로 다른 두 개의 우주가 부딪히고 있었다.


이런 다툼은 마치 계절처럼 찾아왔다. 한 번 지나가면 조용해지는 듯하다가도, 다시 반복되는 자연스러운 흐름 같았다. 작은 티셔츠 하나, 신발 한 켤레, 심지어 헤어핀 하나까지도 두 딸 사이에는 늘 “이건 네 거야, 이건 내 거야”라는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나는 그 사이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개입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두고 볼까?


형제·자매 사이의 갈등, 부모가 어떻게 개입해야 할까?

형제·자매 간 갈등은 흔한 일이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한정된 자원을 나눠야 하며, 무엇보다도 부모라는 동일한 존재의 관심을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갈등이 단순히 옷 한 벌, 장난감 하나 때문일까? 실은 그보다 더 깊은 감정이 깔려 있다. ‘나는 동생보다 덜 사랑받는 걸까?’, ‘언니가 나를 무시하는 걸까?’ 이런 감정이 쌓이면서 작은 다툼도 쉽게 감정 싸움으로 번진다.


어쩌면 그 싸움은 단순한 소유권 싸움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래된 서랍 속 일기장 한 귀퉁이에 적힌 삐뚤빼뚤한 글씨처럼, 형제·자매 간의 갈등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에서 비롯된다. 엄마가 동생의 손을 잡았던 순간, 아빠가 언니의 숙제를 더 자세히 봐줬던 기억, 혹은 어릴 적 크리스마스 선물의 크기가 미세하게 달랐던 일까지. 부모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사소한 순간들이, 아이들의 마음속에서는 오랜 시간 엉켜 있다. 그래서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순한 티셔츠 한 장이 아니라, 그 옷을 입었을 때의 서운함과 억울함까지 함께 걸쳐 입은 채로.


부모로서는 마치 끝없는 균형 놀이를 하는 기분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면서도, 한쪽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싸울 때마다 개입하면 아이들이 서로 화해할 기회를 잃어버릴 것 같고, 그냥 두자니 갈등이 점점 더 심화될 것 같고.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어떤 순간에는 개입하고, 어떤 순간에는 개입하지 않는 판단력이다.


부모의 개입이 꼭 필요한 순간


신체적인 다툼이 벌어질 때
첫째가 동생을 밀거나, 둘째가 첫째를 때리려 하는 등 신체적인 충돌이 있을 때는 즉각 개입해야 한다. 폭력이 습관화되면 아이들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건강하게 배우지 못한다. 대신, 차분하게 중재하며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쪽이 지속적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일 때
“네가 언니니까 참아야지.”, “동생이니까 양보해야지.” 이런 말들은 한쪽 아이에게 ‘나는 무조건 져줘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항상 한쪽에게 희생을 요구하면, 자라면서 그 아이는 자신의 감정보다 남의 기분을 먼저 살피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감정을 조율할 필요가 있을 때
형제·자매 간의 갈등은 단순한 소유권 싸움이 아니라, 감정적 오해에서 비롯될 때가 많다. “왜 네 동생이 그렇게 화를 냈을까?”, “언니가 그렇게 말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아이 스스로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의 잘못된 개입이 형제 관계를 망친다

반면, 부모가 개입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는 순간도 있다.


비교하는 말: “언니는 저 나이 때 이랬는데, 넌 왜 그래?” → 서로를 경쟁자로 만든다.

일방적인 편애: “네 동생은 아직 어려서 그래.” → 동생은 항상 부모에게 보호받는다는 인식을 주고, 형제 간 감정을 악화시킨다.

빠른 결론 내리기: 부모가 싸움이 날 때마다 “그만해!”라고 판정을 내려버리면,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잃는다.


부모가 갈등을 해결하는 올바른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가 개입해야 하는 순간과 그렇지 않은 순간을 잘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갈등을 완전히 없애려 하기보다, 건강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감정을 먼저 인정해주기
“네 옷을 허락 없이 입어서 속상했구나.”, “너도 한 번쯤 언니 옷을 입어보고 싶었겠네.” 감정을 먼저 인정해주면 아이는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고 느낀다. 아이의 감정이 먼저 해소되어야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공정한 원칙을 세우기
부모가 즉흥적으로 “그냥 네가 양보해”라고 하는 것보다, 미리 정해둔 규칙이 있다면 아이들은 이를 쉽게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서로의 물건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허락을 구하기” 같은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그 원칙을 기준으로 해결하면 아이들도 불공정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직접 해결하도록 유도하기
부모가 개입하는 대신, 아이들이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너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하고 싶어?”라고 질문하면서 아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 한다. 갈등 해결 능력은 부모의 중재가 아닌, 아이들의 경험 속에서 길러진다.


형제 갈등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

형제·자매 사이의 갈등을 무조건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사실 형제끼리의 갈등이야말로 아이가 처음으로 배우는 사회적 관계 조율의 연습이다. 어린 시절 형제와 다투면서 아이는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는 법, 협상하는 법, 때로는 타협하는 법을 배운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의 싸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싸움을 통해 건강한 관계를 배우도록 돕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형제와의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는 경험을 쌓아간다면, 아이는 성장하면서도 친구, 동료, 배우자와의 갈등을 더 성숙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두 딸을 가만히 바라본다. 작은 체구지만 각자의 자리를 지키려 애쓰는 모습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여전히 인상을 쓰고 있고, 둘째는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때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자, 그러면 둘이 어떻게 해결할 건지 이야기해볼래?”

그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그들도 깨닫겠지. 갈등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는 걸. 그리고 그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 결국, 더 단단한 관계를 만들어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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