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로 안 되는 시대, 부모의 기술이 필요하다

by 성준

주말 아침, 부드러운 햇살이 식탁을 비췄다. 평온한 순간처럼 보였지만, 딸의 시선은 온통 핸드폰 화면에 묶여 있었다. 반찬을 집어 올리면서도, 숟가락을 들면서도 눈은 단 한 번도 내 쪽을 향하지 않았다. 나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몇 번이나 해왔던 이야기지만, 이번엔 좀 다르게 접근해 보자고 다짐하며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반찬을 집어 올리면서도, 숟가락을 들면서도 시선은 오직 화면 속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나는 애써 참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밥 먹을 땐 폰 좀 내려놓자."

딸은 고개를 끄덕이는 듯하더니, 손만 식탁 밑으로 내렸다. 여전히 화면을 스크롤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올라갔다.


"밥 먹는 동안엔 폰 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제야 딸이 눈을 번쩍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표정은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왜 맨날 나한테만 뭐라 해?"

순간, 정적이 흘렀다. 공기 중의 온도가 한순간에 떨어지는 듯했다. 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고, 내 말 한마디가 마치 불씨를 던진 듯했다. 아내는 조용히 숟가락을 내려놓고 우리를 번갈아 바라봤다. 방금까지 나른했던 주말 아침의 공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나는 마치 얼음판 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한 걸음만 잘못 디뎌도 깨질 것 같은 이 순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어리둥절한 채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속으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아내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딸은 여전히 나를 노려보고 있었고, 나는 마치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었다. 방금까지 따뜻했던 주말 아침 식탁의 온기가 사라지고, 무거운 공기만 남았다. 나는 뭐라 더 말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분명 나는 바른 말을 했을 뿐인데, 왜 딸은 내 말에 저렇게 반응하는 걸까?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순간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해졌다.?


부모는 단호해야 한다는 믿음, 하지만...

내 세대의 부모들은 단호함을 교육의 기본으로 여겼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혼을 내고, 때로는 체벌도 서슴지 않았다. **“맞아야 정신 차린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되던 시절이었다. 나는 그런 어린 시절을 당연하게 여겼다. 부모의 말에 토를 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가끔 매를 맞아도 그저 내 탓이라 생각했다. 잘못한 게 있으면 혼나는 게 당연한 거였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다르다. 같은 방식으로 다가가면, 벽을 마주하는 기분이 든다. 마치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처럼, 내 말이 아이에게 닿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다르다. 한 마디로 ‘단호한 훈육’이 통하지 않는다. 억누르면 반발하고, 혼내면 문을 닫아버린다. ‘부모가 강하게 나가야 아이가 고쳐진다’는 믿음은 이제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 내가 자라온 그 방식이 이제는 낡은 방식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참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 세대의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즉각적으로 드러내고, 억눌리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단순히 부모의 말에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의견을 끝까지 관철시키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강한 태도로 나가면, 아이들은 부모와 대립각을 세울 뿐이다.


물론, 아이에게 규칙을 알려주고 가르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단호한 말투로 훈계하는 대신, 아이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부드러움이 강함보다 더 효과적인 이유

아이와 대화를 할 때, 강하게 말하면 아이는 부모의 감정에 집중한다.


“잔소리 좀 작작해.”

아이의 머릿속에는 부모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아니라, 부모의 화난 얼굴만 남는다. 강한 말투는 아이의 방어 기제를 작동시키고, 결국 부모의 말을 듣지 않게 만든다. 반대로, 부드럽고 차분한 태도는 아이의 긴장을 풀어준다.


"밥 먹을 땐 폰 없이 이야기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같은 말이라도 이렇게 하면 아이는 거부감을 덜 받을것이다. 강압적인 태도로 통제하려 하지 않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게 핵심이다.



실제로 태도를 바꾸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예전처럼 화부터 내지 않고, 아이에게 먼저 물어봤다.


"밥 먹을 때 폰 보는 이유가 있어?"

딸은 처음엔 짜증을 냈지만, 결국 천천히 설명했다. 아침마다 친구들과 단체 채팅방에서 숙제 얘기를 나누는데, 그게 늦어지면 수업 시간에 곤란하다는 거였다. 나는 예상치 못한 이유에 살짝 당황했다.

만약 내가 무작정 화를 냈다면, 딸은 자신의 이유를 설명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대화의 목적은 아이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어야 한다.


강함은 거리를 만들지만, 부드러움은 관계를 이어준다

부모는 흔히 단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단호함이 곧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드러운 태도가 아이와의 관계를 지키는 강한 힘이 된다.


부모가 부드러워진다고 해서 아이가 부모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강하게 말할 때보다 오히려 더 귀 기울이고,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부모가 유연하게 반응할수록, 아이는 부모를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부드러움은 약함이 아니다. 오히려 더 깊고, 더 강한 힘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단단한 유대는 힘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온기로 이루어진다. 바람이 불면 단단한 나무는 부러지지만, 유연한 나무는 바람을 타고 흐른다. 마찬가지로, 부모의 말이 칼처럼 날카롭기보다 이불처럼 따뜻할 때, 아이는 그 안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결국, 훈육의 본질은 아이를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부모를 믿고 기댈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아닐까? 오히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방법이다. 바람이 불면 단단한 나무는 부러지지만, 유연한 나무는 바람을 타고 흐른다.


나는 다시 식탁에 앉아 조용히 밥을 떴다. 딸은 여전히 핸드폰을 보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슬며시 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나를 힐끔 보며 말했다.


"아빠, 우리 내일 아침엔 그냥 음악 들으면서 밥 먹을까?"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때로는 수십 번의 훈계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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