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iel Jan 16. 2020

현실세계와 동일한 평면에 있는 지옥문 (신곡)

La Divina Commedia, Inferno

‘천국의 베아트리체’가 부탁하여 베르길리우스가 온 것을 알게 된 단테는 용기를 내어 그를 따라 지옥으로 가는 길을 나선다. 죽은 자의 영혼이 가는 ‘험난하고 쓸모 없는 길’이다. 마침내 지옥문에 당도한 단테는 門에 새겨져 있는 ‘지옥문의 자기소개서’, 즉 지옥문이 1인칭 主語로 말해주는 지옥의 자기소개 글귀를 읽고 고통스러워한다.


‘나를 지나, 사람은 슬픔의 도시로 간다
 나를 지나, 사람은 영원한 비탄으로 간다
 나를 지나, 사람은 멸망해 가는 무리 곁으로 간다’


또한 지옥문은 正義가 창조주를 움직여 삼위일체가 자신을 만들었으며, 영원한 것 외에 자신보다 앞서 창조된 것은 없고 그리하여 자신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마지막 메시지를 선포한다.


‘너희 여기 들어오는 자는, 모든 희망을 그곳에 남겨 두어라’


단테가 전해 준 지옥의 모습은 ‘희망이 없는 곳, 절망의 장소’이다. 神의 창조계획 속에 만들어진 지옥의 세 가지 모습은 모든 희망을 버리고 절망하는 곳, 슬픔과 영원한 고통이 있는 곳, 버림받아 멸망해 가는 무리가 있는 곳이다.


<단테 신곡강의>에서 이마미치 교수는 현실에서도 희망을 버리면 스스로 지옥에 가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단순히 ‘희망을 갖자’라는 덕담이 아니라 인간 존재론의 문제라고 말한다. 인간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와 동의어이며 따라서 희망은 인간의 존재론적 증거이며 상징이라는 것이다. 신학적으로 희망의 상실은 神과의 단절이며 이는 천상을 향하도록 창조된 피조물인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절망은 죄인가’라는 질문의 의미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옥문의 글귀는 ‘지옥이 삶과 죽음의 문제가 아니라 희망과 절망의 문제’ 임을 알려 주고 있다. 그래서 지옥문이 현실세계와 동일한 평면, 단테가 길을 잃고 헤맨 숲의 저지대 즉 지상에 있는 것이다. 지옥문이 등장하는 지옥편 제3곡에는 ‘그들에게는 죽음의 희망조차 없으니’라는 내용이 있다. 지옥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서술이다.


지옥은 ‘모든 희망을 버리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영원한 고통 속에서 견뎌야 하는 ‘출구 없는 세계’인 것이다.


Inferno, Canto 2/ Canto 3

이전 10화 여기에 속하면서 동시에 속하지 않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