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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Jan 16. 2020

<다즐링 주식회사>(2007),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THE DARJEELING LIMITED

다즐링 주식회사는 인도의 철도회사이다.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는 어쩌다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성숙하지 못하고 철부지인 삼형제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1년 만에 만나 수녀님이 된 엄마를 찾아 인도를 여행하는 로드무비이다. 삼형제는 아버지의 유품인 11개의 루이뷔통 여행가방 풀세트를 주렁주렁 들고 다즐링 기차로 인도를 여행하면서 ‘원대한 계획’을 이루려고 한다. 이들의 ‘원대한 계획’은 이런 것이었다.


“Find ourselves,
Bond with each other,
Become brothers again”


성숙한 인간이 되어 성숙한 인간관계를 맺자는 뭐 그런 것이다. 이 여행을 제안한 찌질하고도 독단적인 큰형, 임신한 아내와의 이혼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우유부단한 둘째, 헤어진 애인에 대한 집착과 여성 탐닉 성향을 보이는 소설가 막내. 삼 형제는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끊임없이 티격태격 다투고 서로에 대한 불만을 계속 터트린다. 이런 가운데 누군가의 선로 변경 장난으로 ‘기차가 길을 잃어버리는’ 황당한 일마저 벌어지고 삼형제는 이런저런 사고를 일으키다가 기차에서 쫓겨나고 만다. 삼 형제의 인도 기차여행은 혼돈 그 자체였고 아무런 의미도 찾지 못하고 가족의 불화만 다시 확인하면서 그들의 ‘원대한 계획’은 무산되는 듯했다. 아무래도 이번 여행은 혹은 이번 인생은 아닌가 보다.


하지만 기차에서 쫓겨난 삼형제에게 인도 여행의 변곡점이 찾아온다. 그리고 이들의 인도 여행은 이제 ‘organized chaos’로 변모한다. 아버지의 유품인 11개의 루이뷔통 여행가방 풀세트를 주렁주렁 들고 인도 여행을 중단하려고 길을 가던 삼형제는 강물에 빠진 세 명의 소년과 우연히 마주치고 이들을 구하려고 강물에 뛰어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명의 소년은 생명을 구하지 못하고 시신만 수습하게 된다. 그리고 삼형제는 소년들이 살던 마을에서 인도의 장례식에 참례한다. 13일 동안 치러진다는 인도의 장례식, 영화는 소년의 장례식에서 깊고 풍부한 슬픔을 조용하고 아름답게 보여준다.


김승희 시인이, '/ 육십이 되면 나는 / 떠나리라 / 갠지스 강가로 /' 라며 '/ 생명의 일을 모두 마친 사람들이 / 갠지스 강가에 누워 / 태양의 괴멸 작용을 기다린다는 곳, / 환시인 듯 / 허공 중에 만다라花가 꽃피며, / 성스러운 재와 오줌이 혼합된 / 더러운 갠지스 물을 마시며 / 이승의 정죄와 저승의 빛을 / 구한다는 / 더러운 순결의 나라로 /'라고 노래한 인도의 장례식에서 마을 사람들과 삼형제는 소년의 재가 뿌려진 강물 속으로 모두 들어가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다.


장례식을 마친 삼형제는 엄마를 찾아가는 인도의 여정을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수녀님이 된 엄마를 만나서 하룻밤을 같이 지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간다. 그동안 계속 주렁주렁 들고 다니던 ‘아버지의 유품, 11개의 루이뷔통 여행가방 풀세트’를 모두 벗어던지고 ‘다즐링 기차’에 다시 올라타서 스윗 라임을 한 잔씩 마신다.


인생의 비밀은 ‘클리셰(cliché)’ 뒤에 숨어 있다. 너무 많이 들어서 평범하고 진부해진 그런 곳에 우리의 인생을 바꾸는 진리가  쉬고 있는 법이다.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 미덕은 그런 인생의 cliché  정말  표현해서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의 재발견, 언제나 뜻밖에 겪게 되는 죽음과 깊은 사색을 자아내는 장례의 경험, ‘ 잃은 기차 보여주듯 혼돈스럽지만 그래도 어디론가 다시 이어지는 삶의 궤적 그리고 삼형제의 인간적인 성숙  우리가 인생행로 속에서 흔히 만날  있는 cliché  영화는 아름답고 경쾌하게 그려낸다. 수녀님이  엄마가 삼형제에게 말해  것처럼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말하면 우린 우리를  풍부하게 표현할  있는 같다.


철부지 삼형제를 성숙하게 만든 결정적인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우연히 마주친 소년의 죽음과 예정에 없었던 장례식 참례일 것이다. 아들의 시신을 직접 씻고 화장을 위해 불을 붙이던 아버지의 슬픔, 소중한 아들의 재를 강물에 뿌리고 그 강물 속에 쓰러진 소년의 아버지를 부축하면서 삼형제는 소중한 것의 부재에 대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어떤 존재의 부재상황은 그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영화는 이 에피소드 이후로 분위기마저 바뀐다.


삼형제는 이번 인도 여행의 원대한 계획, “Find ourselves, Bond with each other, Become brothers again.”을 이룬 듯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화면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인도 특유의 화려한 색감 그리고 장거리 침대칸 기차가 보여주는 화면 프레임은 특히 좋다. “스윗 라임 한 잔 드시겠어요?”라고 권하는 다즐링 기차의 스튜어디스 ‘리타’는 고혹적이다. <다즐링 주식회사>는 인생행로에서 만난 ‘스웟 라임’ 같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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