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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Jan 16. 2020

인생을 좀 살아본 사람들을 위한 성장영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후기 (2013)

혹시 不惑이나 知天命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 쉽게 흔들리지 않고 관조하듯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의 두 번째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면 이 영화를 꼭 보길 바란다. 이 영화는 ‘인생을 좀 살아본 사람들을 위한 성장영화’이고 그리고 다섯 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아름답고 환상적인 로드무비이다.


‘지루한 일상을 살고 있던 
중년 독신남 월터 미티에게 
일어난 특별한 일들’


LIFE誌에서 네거티브 필름을 관리하는 월터에게는 ‘상상하며 멍 때리는’ 습관이 있다. 소심한 그는 자신이 표현하지 못한 멋진 말이나 과감한 행동을 상상하면서 혼자만의 판타지 세계로 갑자기 시공간 이동을 해버리고 현실계 사람들에게는 그냥 ‘정지화면’을 남긴다. 그때마다 현실계에 남겨진 사람들은 그와의 갑작스러운 통신장애 때문에 당황해한다.


그런 그에게 특별한 일들이 생긴다. 첫째는 직장동료인 셰릴이라는 여성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그녀는 최근 이혼을 했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귀여운 꼬마 아들이 있다. 그리고 월터가 회원인 온라인 매칭 프로그램의 회원이기도 하다.


둘째는 LIFE誌가 폐간하면서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싱글 슈트를 쫙 빼 입은 얄밉게 생긴 구조조정 책임자가 월요일 아침 사무실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월터는 그와 수차례 배틀을 벌인다. 물론 월터의 ‘상상 멍 때림 판타지’였고 현실계에서 그는 구조조정 책임자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한심한 사람으로 ‘찍혀’ 버린다.


이런 와중에 정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LIFE誌가 자랑하고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사진작가 숀 오코넬이 네거티브 필름 관리자인 월터에게 필름 원본과 월터에게 주는 개인적인 선물을 보내면서 25번째 필름이 ‘삶의 정수’를 담은 역작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매우 당연하게 LIFE誌는 폐간호 표지에 바로 그 25번째 사진을 싣겠다고 결정한다. 하지만 필름통 안에는 25번째 필름이 없었다.


떠밀리듯이 출발,
그리고 용기를 낸 월터의 도전


지난 16년간 숀 오코넬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필름 원본을 신뢰하는 월터에게 소포로 보내 주며 같이 일해온 사이이지만 두 사람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이제 월터는 25번째 필름을 찾기 위해 숀을 직접 만나야 한다. 그는 숀의 가장 최근 흔적이 남아 있는 그린란드로 떠난다, LIFE誌의 모토를 외치며.


To see the world,

things dangerous to come to,

to see behind walls, to draw closer,

to find each other and to feel.

That is the purpose of life.


그린란드에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흐린 날씨가 걱정되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飮酒 조종사를 따라 우편 헬기에 뛰어 올라타고 이번에는 헬기에서 파도가 심한 바다로 뛰어들어 상어를 물리치고 배에 승선한다. 그리고 다시 숀이 간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슬란드에 하선해서는 자전거를 타고 그냥 달리고 롱보드를 타고 화산에 도착한다. 바로 그곳에서 월터는 폭발하는 화산 연기 속으로 날아가는 경비행기 날개  위에 몸을 묶고 서서 촬영하는 숀을 지상에서 그냥 바라본다. 화산 폭발에서 아슬아슬하게 탈출한 월터는 그리운 셰릴과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눈다.


떠밀리듯이 그린란드에 도착한 월터는 딱 한번 ‘상상 멍 때림’을 한다. 바로 飮酒 조종사를 따라 헬기에 올라타기 전, 그는 셰릴이 불러주는 – 물론 상상 속에서 - 감미로운 ‘Space Oddity’를 듣고 용기를 내어 헬기에 올라탄다.


“Ground Control to Major Tom.

Take your protein pills and put your helmet on.

Ground Control to Major Tom.

Commencing countdown, engines on.

Check ignition and may God's love be with you”


"This is Major Tom to Ground Control.

I'm stepping through the door.

And I'm floating in a most peculiar way.

And the stars look very different today”


그 후로 월터의 ‘상상 멍 때림’ 증상은 사라졌다. 상상이 모두 현실이 되었으니까!


현실 귀환 - 해고와 실연 
그리고 뜻밖의 실마리


동료로부터 SOS를 받고 회사로 돌아온 월터는 25번째 필름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그리고 아이슬란드에서 타고 달렸던 롱보드를 셰릴의 아들에게 선물하려고 들렸다가 셰릴의 전 남편이 같이 있는 것을 보고 롱보드만 셰릴의 현관에 남기고 돌아선다. 그리고 다시 ‘상상 멍 때림’ 증상을 겪는다.


집으로 돌아온 월터는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얼마 전에 숀이 월터의 집에 찾아와 엄마에게 월터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엄마가 만든 귤 케이크도 먹고 갔다는 것, 그리고 숀이 눈표범, 일명 유령 표범을 촬영하려고 아프가니스탄을 통해 히말라야에 갈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엄마는 그 이야기를 월터에게 이미 해주었지만 월터는 상상 멍 때림으로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히말라야에서 알게 된 것들


월터는 청년시절에 유럽 배낭여행을 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여행을 포기하고 일을 시작하게 된 기억이 있다. 월터는 그때 사두었던 배낭을 메고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히말라야로 간다. 그리고 드디어 숀을 만나 25번째 필름의 행방에 대해 듣게 된다.


문제의 25번째 필름은 숀이 필름 원본과 함께 월터에게 보낸 선물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 선물은 LIFE誌의 모토를 새긴 지갑이었는데 바로 그 지갑 안에 25번째 필름을 따로 넣어 월터에게 선물로 보냈다는 것이다. 물론 조금 헷갈리는 메모와 함께. 월터는 25번째 필름을 계속 몸에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숀의 말을 빌리자면 월터가 계속 “깔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월터는 해고당한 후 히말라야로 출발하기 전에 그 지갑을 집에 있는 휴지통에 버렸다.


숀과 월터는 잠시 말을 잃는다. 그때 숀의 카메라에 눈표범이 포착된다. 숀과 월터는 렌즈를 통해 눈표범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잃는다. 월터가 왜 촬영하지 않느냐고 묻자 숀은 눈표범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린다.


Beautiful things don't ask attention.

Stay in it. Like there, like here.


눈표범이 사라지자 숀과 월터는 저편 너머 평지에서 히말라야의 햇살을 받으며 아이들과 어울려 땀을 흘리며 신나게 축구를 한다.


다시 현실 귀환 - ‘록밴드 리더가 된 
인디아나 존스’ 같은 월터 
그리고 ‘삶의 정수’


LA공항을 통해 귀국하던 월터가 공항 검색대에서 체포된다. 공항 보안요원들과 다툼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아프가니스탄에 다녀온 것이 더 큰 이유였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월터가 ‘월터’라는 것을 입증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때 월터는 LA에서 자신을 입증해줄 사람을 생각해낸다.


월터와 셰릴이 온라인 매칭 프로그램의 회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월터는 엄청난 용기를 내서 셰릴에게 온라인 윙크 - ‘좋아요’ 같은 것 - 를 보내려다가 오작동이 발생하자 직원인 토드와 통화를 한 일이 있다. 토드에 의하면 월터의 프로필에 기입하지 않은 항목이 많아 오작동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사실 월터의 프로필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월터가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그리고 히말라야로 숀을 찾아다니는 동안 토드는 월터와 가끔 통화를 하면서 그때마다 현장의 모험담을 월터의 프로필에 반영한다. 마치 월터의 인생 필모그래피를 만들어 나가듯. 바로 그 토드가 LA에 살고 있는 것이었다. 월터를 처음 만난 토드는 월터에게 “사실 당신이 꼰대처럼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록밴드 리더가 된 인디아나 존스 같은 느낌”이라고 말해준다.


집으로 돌아온 월터는 다시 엄마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된다. “필요할 것 같아서 네가 버린 지갑을 다시 챙겨 두었다”라고. 월터는 즉시 LIFE誌로 가서 구조조정 책임자에게 ‘삶의 정수’인 25번째 필름을 건네면서 “나는 지난 16년간 한 번도 필름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 그리고 “당신은 LIFE誌의 모토가 무엇인지 아느냐?”라는 질문을 던지고 돌아서서 나온다. 월터는 아직 그 필름을 보지 않았다.


얼마 후 퇴직금을 받으러 회사로 간 월터는 역시 퇴직금을 받으러 온 셰릴을 우연히 만나 같이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몇 가지 오해도 풀고 같이 연극을 보러 갈 약속도 한다. 그리고 신문 가판대에서 LIFE誌 폐간호 표지를 보게 된다.


표지에 실린 사진은 바로 ‘월터가 회사 앞 분수대에 앉아 필름을 햇빛에 비추면서 살펴보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었다. 그 장면이 숀이 말한 ‘삶의 정수’인 것이다.    


後記


러닝타임 114분의 이 영화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이다. 치밀한 플롯, 후반부의 극적인 반전, 파노라마 같은 화면 전개라는 좋은 영화의 美德을 갖추고 있다. 특히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그리고 히말라야 여행에서 보여주는 차갑고 선명하며 화려한 색감을 담은 장면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아가면서 현실과 조화시켜 나가는 월터의 ‘성장’은 깊은 공감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월터가 만나고 교감하는 사람들이다. 셰릴, 엄마, 여동생, 셰릴의 꼬마 아들, 飮酒 헬기 조종사, 파도에 뛰어들어 승선한 배의 선원들, 화산에서 그를 구해준 고마운 사람, 히말라야에서 만난 포터들, 같이 축구를 한 소년들, 토드 그리고 숀 오코넬. 사실 월터의 도전과 모험은 “숀”을 만나기 위한 것이었다.


LIFE誌 모토의 마지막 문장,

‘To find each other and to feel. That is the purpose of life.’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진리입니다.


그런데, 왜 
월터가 필름을 검토하는 사진이 
‘삶의 정수’일까?


어느 예수회 신부님으로부터 들은 강론이 생각난다. “주부의 가계부에 빼곡히 꽂혀 있는 영수증 목록이 바로 삶의 정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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