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딴 제주고사리
봄이 되면 제주사람들은 바쁘다. 바로 고사리 때문이다.
너도 나도 새벽같이 일어나 장갑이랑 장화랑 장바구니 하나 들고 오름이나 숲길로 들어간다.
똑, 똑.
바람이 부는 나무숲 사이로 새소리와 고사리 꺾는소리만 남는다. 함께 간 이들도 묵묵히 땅만 보며 간다. 점점 흩어졌다 다시 모였다, 한 시간 정도 조용히 침묵을 즐기면 장바구니는 어느새 반 이상 고사리로 차있다.
고사리 꺾는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고사리 잎사귀가 펴지기 전에 최대한 자주, 많이 꺾어 저장해 놓고 여러 가지 요리를 해서 먹는다. 고사리육개장, 고사리장아찌, 고사리나물, 고사리파스타… 씁쓸하면서도 고소한 중성적 매력을 가진 고사리는 무슨 요리로든 존재감을 뽐낸다.
올리브오일에 흠뻑 젖은 고사리 몸통과 스파게티면이 서로 다른 굵기로 어우러지고 향긋한 마늘향까지 더해진 고사리파스타는 내가 고사리 요리 중 가장 좋아하는 메뉴이다.
고사리가 주재료인 만큼 손질이 중요하다. 먼저 깨끗하게 씻은 고사리는 떫은 맛을 빼기 위해 끓는 물에 한번 데친 후 12시간 이상 물에 담가놓아야 한다.
물기를 뺀 고사리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놓고 대기한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편마늘과 다진 양파, 다진파를 달달 볶다가 투명해지면 삶아 놓은 파스타면과 고사리를 넣는다.
이때 면수를 조금 넣어 자작하게 만들어준 후 고사리와 면에 간이 잘 배도록 중불에서 국물을 끼얹어주며 볶는다.
올리브오일과 소금으로 농도와 간을 맞춘 후 예쁘게 담아 후추로 마무리한다. (어른은 페퍼론치노 2개 다져 넣기 강추)
마른 고사리도 물에 불렸다가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 수 있다. 뻣뻣하다면 한번 데쳐서 사용하면 부드러워진다.
차가운 화이트와인에 고사리파스타 한입!
오늘 저녁, 장마철 눅눅함을 훅- 날려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