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 촉촉 추위를 녹이는 맛
제주에서 겨울이 되면 이웃과 나눠 먹기 위해 주고받는 제철귤로 집집마다 주황빛으로 물든다. 귤밭 주인 친구를 둔 행운으로 날씨 좋은 날 귤을 따러 갔다. 제주의 햇살을 받은 열매와 초록빛 잎에서 뿜어져 나오는 귤내음으로 몸과 마음이 충전되는 기분이다. 농장으로 놀러 간 우리는 신나고 주인언니는 나무 상태를 두루두루 살피느라 바쁘다. 매일매일 살아있는 생명을 키워내고 원하는 수확물을 얻기까지 매번 얻어먹는 자로서 또 한 번 감사한 마음이 샘솟는다.
제주살이 4년 차가 되어가니 이웃께서 주시는 귤과 내가 직접 따는 귤로 냉장고가 가득 차자 귤을 활용할 수 있는 요리를 생각해 보았다. 귤잼과 귤칩도 만들어봤는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달달한 케이크가 생각나 레시피를 찾아 실행에 옮겼다.
귤을 15개 남짓 넉넉하게 까서 반죽에 넣을 과육 따로 즙 따로 만들어두고 가루류와 상온에 꺼내 둔 버터, 계란을 섞어준다. 다른 재료들은 평범하지만 귤이 맛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 시트러스 계열의 재료를 넣을 때는 레몬즙도 첨가해 깔끔한 끝맛을 만들어주는 것이 팁이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케이크를 한 김 식혀 일단 우리 둘이 맛을 보았다. 유튜브나 요리책을 참고해 처음 해보는 레시피는 나만의 레시피로 완성되기까지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맛보자마자 우리 둘 다 눈이 동그래질 만큼 맛있어서 얼른 두 조각을 이웃께 갖다 드리고 감기 걸린 친구에게 주고 싶다고 해 정성껏 포장을 했다.
귤과육의 상큼함과 풍미 넘치는 버터향이 어우러져 온 집안이 고소한 온기로 가득 찼다. 딸과 마주 앉아 페퍼민트 차를 호호 불어가며 케이크 한 조각을 나눠먹으니 제주의 겨울바람도 반갑기만 하다.
[Recipe]
1. 박력분 140g과 머스코바도 120g~140g를 체에 쳐서 섞어둔다.( 베이킹파우더 4g + 소금소량을 가루류에 첨가)
2. 실온상태의 버터 140g를 볼에 놓고 믹서로 섞으면서 가루류와 계란을 세 번에 나눠 넣는다.(레몬즙 첨가)
3. 귤 과육을 준비해 놓고 반죽에 함께 넣어 뭉개지지 않도록 살살 섞는다.
4. 180도 오븐 예열해 놓고 25분 정도 굽는다.
5. 겉면이 노릇하게 익으면 꺼내 뜨거울 때 윗면에 귤즙을 발라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