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눈 맞은 제주양배추
건강한 초록잎을 뽐내며 밭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제주 양배추는 겨울철 눈을 맞아 더욱 아삭하고 달다. 냉장고에 채소가 떨어질 때쯤 귀신같이 알고 문 앞에 제철채소를 놓고 가는 고마운 친구 덕분에 양배추피클을 담갔다. 오이와 구좌당근, 제주레몬까지 더해주면 소화도 돕고 입맛 돋우는 효자 반찬이 된다.
양배추와 오이를 썰다가 입으로 하나씩 가져가며 아삭아삭 단맛에 눈도 입도 즐겁다. 어릴 때부터 음식을 같이 만들어 본 아이들이라 이제 엄마가 시키지 않아도 척척 할 일을 찾는다. 재료들의 특징과 맛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 나중에 혼자 부엌에 섰을 때 엄마랑 했던 요리 한 두 가지는 어렵지 않게 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넉넉한 냄비에 물, 통후추, 월계수잎, 소금을 넣고 끓이다가 식초와 설탕을 (물:설탕:식초=5:1:1) 비율에 맞춰 넣고 같이 끓여준다. 열탕 소독한 유리병에 썰어 놓은 채소들을 담고 레몬 슬라이스도 한 두 개씩 넣는다. 뜨거운 피클물을 유리병에 조심조심 부어주면서 내용물이 꽉 찰 수 있도록 꾹꾹 눌러준다. 투명한 용기 안에 차곡차곡 들어간 양배추와 오이, 당근이 뜨거운 피클물에 담가지면서 고유의 맛이 배어 나와 시간이 지날수록 감칠맛이 더해진다.
실온에 반나절정도 숙성 후 냉장고에 넣을 때 한 입 꺼내 먹어보며 우리끼리 신나 있다. 토마토파스타, 오리고기쌈, 볶음밥 등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릴 요리들을 떠올리니 입안에 군침이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