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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하고 비겁하다

알코올중독자의 심리적 특징

중독자는 대체로 겁이 많다. 마음이 연약한 사람이 많은 편이다. 겁이 많다는 것은 용기가 없다는 것이다. 용기란 무엇일까. 마음의 힘이다. 어떤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 있는 마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상되는 어려움이 있어도 마음속의 용기가 있는 사람은 도전하고 극복하고 산을 넘든 돌아가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중독자는 이러한 마음의 용기가 적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극복해야 할 일은 계속계속 다가온다. 한고비를 넘었다고 생각하면 또 어려움이 찾아온다. 산너머 산이라는 말이 딱 맞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에 힘이 없는 중독자는 ‘회피’라는 방법을 쓴다. 상황은 힘이 필요한데 나는 힘이 없으니 도망가는 것이다. 모른척하고 외면하는 것이다. 이 상황을 맞닥뜨리거나 객관적으로 파악해보려 하지 않고 마음 한편으로 밀쳐둔다. 그저 시간이 어떻게 해결해 주기를, 다른 누군가가 나서서 해결해 주기를 기다린다. 중독자는 이런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그가 연약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회피하는 이유는 이것이 본인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눈앞의 이득이기도 하다. 회피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그대로 있다. 나의 상황과 삶에는 진전이 없다. 문제를 극복한 상태는 내 삶에 찾아오지 않는다. 중독자에게 이득도 없고 손해도 없는 상황일 수도 있다. 없는 용기를 쥐어짜기보다는 그냥 그대로 현상을 유지하는걸 중독자는 선택한다. 그러다 보면 간혹 시간이 지나며 자연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거나 다른 사람들이 대신 해결해주기도 한다. 이러면 중독자에게는 이득이 된다. 본인은 가만히 있었는데 문제가 해결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이러한 눈앞의 작은 이득을 위해 중독자는 회피한다. 계속해서 도망을 가는 것이다. 도망가지 않으면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데 중독자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삶의 문제에 도전한 사람들은 어떤 결과를 얻게 되는가?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하는 일은 매우 긴장되고 떨린다. 하지만 대본을 읽으며 말하기 연습을 한 끝에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그때 누리는 뿌듯함과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또한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이 생겨도 성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또다시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게 된다. 

사랑하는 남녀가 결혼준비를 한다고 치자. 양가에 상견례도 해야 하고 집도 구해야 하고 살림살이도 장만해야 하고 준비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이것들이 순조롭게 되기도 하지만 여러 우여곡절이 있기도 한다. 예약한 비행기 티켓이 취소되기도 하고 혼수 준비로 서로 의견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것은 모두 인생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상황들이다. 이 커플이 서로 힘을 합쳐 이 모든 난관을 거쳐서 결혼에 이르렀을 때 그 행복함은 얼마나 클까. 이것이 고난 뒤에 얻어지는 값진 보물이다. 용기를 가지고 부딪힌 자만이 이 고귀한 감정을 누릴 수 있다. 이것이 도망가지 않은 자가 누리는 큰 이득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서 중독자는 어린아이와 같은 기질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아이는 자신의 욕구가 즉시 채워지기를 바란다. 힘든 과정을 거치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해도 그저 눈앞의 작은 이득을 취하는 편을 선택한다. 이것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마시멜로 실험이다. 4~6세의 아이들에게 마시멜로 1개가 담긴 접시를 주고 실험자가 15분 후에 돌아올 텐데 그때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으면 마시멜로를 2개를 먹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이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실험자가 나가자마자 마시멜로를 먹는 아이도 있고 15분을 기다려 마시멜로를 2개를 받은 아이도 있었으며 조금 기다리다가 유혹을 참지 못하고 먹어버린 경우도 있었다. 즉시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려서 2개를 받은 아이들이 나중에 성장하여 학업능력이나 성취력이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실험은 ‘만족지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즉각적인 쾌락이나 만족을 자제할 수 있다면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중독자는 이 만족지연이 불가능한 사람이다. 당장 쾌감을 얻기를 원하고 도파민이 손쉽게 자극되기를 원한다. 즉각적인 쾌락을 얻는 뇌의 부위와 장기적인 만족을 얻는 뇌의 부위는 다르다. 중독자의 뇌는 즉각적인 쾌락을 추구한다. 어렵고 고난을 통과해야 하는 길보다는 지금 당장 내 입에 달콤하고 기분 좋은 것을 선택한다. 그런 선택이 습관이 된 것이 중독자이다. 그래서 만족을 지연하는 자제력과 조절력이 부족한 것이 중독자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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