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읽지 않는 단톡방을 나갈 결심

최근에 작은 결심을 하나 했다.

이 채팅방을 나가자. 

늘 300 이상의 읽지 않는 메시지가 쌓여있던 방. 

나는 왜 이 방에 발을 담그고 있었던가. 

읽지도 않으면서 왜 떠나지도 못하고 있었던가.

아침마다 쌓여있는 무수한 숫자들을 보면서 

잠이 덜 깬 손가락으로 하나씩 빨간 바탕의 숫자들을 없애면서

생각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돌아보면, 대부분 정보를 제공받기 위해 가입을 했던 방들이다. 

때론 도움이 될 때도 있었겠으나

현재는 매일 쌓인 메시지만 클릭해 없애는 수준이다.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정보를

혹시나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알면 좋은 정보를

아깝게 놓치지 않을까

어쩌면 알아야 할 정보

몰라서 손해보지 않을까


돌아보니 불안과, 욕심이다. 

더 근본은 불안이다. 불안하니 붙들고 놓지를 못한다. 

그렇구나. 불안해서 여기 발이라도 담그고 있어야 했구나. 

매일 숫자를 지워나가면서 말이다. 

그런 나에게 작은 위로를 보내준다.


괜찮아. 저기 없어도 괜찮아. 

괜찮을 거야.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바람처럼 살아가면 되지.

인생이 다 통제되는 건 아니야. 

어차피 올 일은 오게 되어 있고

안 되는 일도 있는 거야. 

내가 너무 애쓸 필요 없어. 

그냥 자연스럽게 살면 되지. 


그래서, 숨 한번 크게 쉬고 과감히 '나가기'를 눌렀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상은 여전했고 변함이 없었다. 

'그래, 이고 지고 있지 않아도 괜찮은 거였어. 가볍게 살자'


이전 09화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