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캣 바운스라고 들어봤어?"
돌멩이가 회사 가기 싫은 지 일요일 느지막한 저녁을 먹고 질문을 던진다. 코로나19로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밥을 먹기 시작한지 한달은 되어가는 것 같다. 돌멩이네 회사는 순환 재택을 한단다. 그래도 출근하는 것이 감사한 일이라는 것은 출근할 곳이 있는 사람만 빼고 다 안다. 또 하나 집에사람이 많을 수록 쌀이 빨리 떨어진다는 것도 출근하는 사람들만 빼고 집에 있던 사람들은 안다.
"주식시장에서 쓰는 말을 말하는 거지?"
"아 그런 거였어?"
돌멩이는 자기가 관심 있는 것 말고는 무식하다. 돌멩이가 무엇에 관심 있는진 신과 돌멩이만의 비밀이다. 돌멩이를 제외한, 수제비와 돌멩이를 낳은 어머니를 포함해 세상 모든 사람은 돌멩이의 무식을 알고 있다. 법정에서 기꺼이 '돌멩이는 무식합니다'라고 증언할 생각도 있다. 법정에서 다툼이 시작된다면 돌멩이는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신을 데리고 오지 않는 한 '무식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로 돌멩이는 유죄. 무식하다.
"난 '바운스' '바운스'라고 해서 신나는 노래 제목인 줄 알았는데... 죽은 고양이의 댄스 같은 건 줄 알았어"
돌멩이의 매력이다. 아니, 정확히는 마구니가 준 힘. 마력. 세상이 멸망한다고 해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사람 옆에서 열심히 거름을 주고 물을 나를 녀석이다. 세상이 망하는 전날에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은 '스피노자'라는 철학자가 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마르틴 루터라는 종교개혁가가 한 말이라고도 한다. 어느 말이 맞는지는 알 필요 없다. 정확히는 관심없다. 스피노자가 했든, 루터가 했든 수제비가 한 말이 아닌 것은 분명하고, 돌멩이 녀석은 그 사람 옆에서 열심히 사과나무를 심을만한 긍정 만땅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악마에게 영혼을 넘기는 댓가로 긍정의 힘을 얻은 것 같다. 악마와 계약이 끝나고 받은 긍정의 힘으로 자신의 지혜와 지식도 선물이라고 악마에게 줘 버렸을 거다. 머리속이 비어서 한결 가벼운 몸이 되니 더 행복했겠지.
"조용필의 바운스(bounce)라는 노래도 있잖아. you make me bounce! 심장이 두근두근"
돌멩이를 보고 있으면 윤회와 전생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 나이에 알 수 없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서 풀어내는 것을 보면 배워서 알고 있을리 없다. 누군가가 머리에 지식을 들이부어야 한다. 더 자연스러운 설명은 몸은 그대로인데 죽은 노인의 영혼이 들어앉았다는 것이 더 그럴듯했다. 악마에게 영혼을 넘기고, 지식과 지혜가 든 뇌를 선물로 주었을때, 악마가 지옥으로 데려가던 초기 치매 노인의 영혼을 대가로 줬을지 모르겠다. 그 노인의 영혼은 비어있는 돌멩이의 머리속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가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 것이 분명했다. 조용필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이야 20대 중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bounce라는 단어에서 조용필의 노래를 떠 올리는 사람은 60대에도 없을 거고, 20대에도 없을 거고, 조용필 본인을 제외하면 조용필 스토커 밖에 없을 것이다.
"두근거릴 만한 말은 맞지. 주식시장의 폭락장에서 아주 짧은 순간 반등하는 것을 뜻하는 거야. 월 스트리트의 격언 중 하나로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죽은 고양이라도 튀어 오른다'(Even a dead cat will bounce if it falls from a great height)는 의미. 아무리 주식이 폭락하더라도 계속해서 떨어지진 않아. 잠시 꿈틀거리면서 오르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잠시 반등하게 되어 있고. 그때 주식시장이 회복한다고 착각해서 투자를 하는 행동을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야. 고양이는 이미 죽었거든"
돌멩이는 이미 수제비의 설명을 듣지 않고 있다. 돌멩이의 머릿속에서는 강낭콩 뇌가 거대한 은하를 탐험하듯 비어 있는 돌멩이의 머리 뼈 속을 이리저리 자유 유영을 하고 있다. 이제 무슨 말이 나올지 기대해 본다. 스타워즈의 자자 빙크스를 만나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말 많은 쓰리피오도 말고!
"bouce를 두근두근 이라기보다 '꿈틀'이라고 보는 게 더 어울리겠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 아! 그럼 꿈틀거리는 지렁이는 그 당시 죽은 것일까? 아니면 죽기 직전에 마지막 힘을 짜내는 것일까? 죽은 고양이와 아직 죽지 않은 지렁이. 어느 것이 더 슬픈 상황인지 모르겠네"
수제비와 독자는 이미 돌멩이의 정신이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마젤란은하를 지나쳐 국부 은하군을 떠나버린 사실을 알고 있다. 누굴 만나는 중일까? 혹시 계약을 끝마친 그 악마일까?
A4 한 장 두께의 돌멩이 눈이 반짝였다. 돌멩이의 영혼이 지구에 도착했다는 램프가 켜졌다. 돌멩이의 정신이 자유롭게 은하계를 넘나드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A4 한 장과 두장 사이의 두께를 넘나드는 돌멩이의 눈빛을 읽어내는 수제비의 시력도 불가사의한 일이다.
"너무너무 잔인한 일이다. 아무리 죽은 고양이라도 땅에서 튀어 오를 만큼의 높이에서 떨어진다면 몸이 위로 튀는 것이 아니라 두개골이 쪼개지고, 내장이 터져버려서 파편이 튈 거야. 너무해! 그런 잔인한 표현을 쓰다니. 월가는 비정해. 고양이의 찢어지는 사체와 터져버리는 두개골에 대한 배려는 없이 고양이의 몸이 튀어 오르냐 아니냐만 이야기하면서 비유로 삼는다는 건. 비인간적 아니 생명에 대해 무례한 말이야. 하긴, 월 스트리트는 '돈'에 의해 만들어진 왕국! 돈은 숫자, 수치. 그것뿐이지. 오직 더해진 숫자냐, 빠진 숫자냐 밖에 없는 곳이야. 고양이의 삶에 대한 존중과 왜 고양이가 죽어서까지 떨어져야 했는지, 고양이의 털 색깔은 무엇인지, 고양이의 가족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누가 떨어뜨린 것인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지에 대한 관심은 없어. 악마 같은 자들!"
수제비는 돌멩이가 쏟아내는 이야기에 딱히 할 말이 없어졌다. 이미 주식시장이 합법적인 이 나라에서 돌멩이의 말이 맞든 틀리든 폐쇄하지도 못할 것이고, 고양이가 죽든 말든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은 돈을 집어넣었다 뺐다를 반복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돈은 나라의 핏줄이다.
'넷플릭스에서 오프한 킹덤 시즌 2를 봐야겠다'
수제비는 구시렁거리는 돌멩이의 방문을 닫고 조용히 태블릿을 챙긴다. 죽은 고양이가 튀어 오르는 현실의 주식장과 좀비가 돌아다니는 조선시대는 같다. 우린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