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

by 간질간질

후배가 돌멩이에게 말한다.

"그 업체 팀장과 연락해보시는 거 어때요?"

"왜?"

"인맥도 쌓고, 나중에 도움받을 수도 있고..."

"무슨..."


비즈니스라고 부르지만 각자의 필요에 의해 만나는 사이에서 부르는 인맥. 산맥처럼 굽이굽이 이어져서 커다란 덩어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야 멋있기라도 하지 사람들이 부르는 인맥은 나와 다른 사람을 나누는 구분만 될 뿐이다.


다른 후배가 전화하던 중 말을 해준다.

"그 친구가 뜬금없이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나를?"

"네.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유쾌하지 않게 끝낸 전화는 맞지만,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떠 벌릴 만한 이야깃거리도 아닌데 괜히 도마에 오른 생선이 된 기분이 들었다. 동물과 구분되는 사람의 능력이 말이라지만 배고파 잡아먹는 동물과 달리 사람들은 말로 다른 사람을 요리한다. 알지도 못한 채 다른 사람의 요리 재료가 돼서 토막 쳐지고 내장이 발라진다.


돌멩이는 다른 후배가 하나 떠오른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5만 원도 안 되는 돈 때문에 사이가 틀어진 후배. 몇 년이 지났는지도 모르지만 없어도 살 수 있는 돈 때문에 서로가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 5억, 아니 5천만 원, 아니 5백만 원도 아닌 그 돈 때문에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보다 멀어진 사이가 된다.


돌멩이의 상상은 더 옛날로 들어간다. 한참이나 좋아해서 두 번이나 차이면서도 매달렸던 사람

"어느 날 이 세상에 혼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제대로 공감하지도 못한 채 이해하는 척 머리는 끄덕였지만 요즘은 알 것 같다. 세월은 사람에게 경험을 쌓게 해 주지만 그만큼 사람을 눌러서 쇠약하게 한다. 근손실은 감정 손실을 동반한다. 그래서, 노인들은 더 자주 울고, 더 자주 분노하면서 자신을 방어한다. 주인의 관심을 받으려 신발을 물어뜯는 강아지와 같다.


친구에게 먼저 연락할까 생각하다. 그냥 폰을 덮는다. 먼저 연락해서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할 말이 없어도 그냥 연락하는 것은 어렸을 때나 가능하다. 나이가 들수록 그의 남은 인생의 시간을 생각하게 된다. 그냥 연락해서 그냥 보고 그냥 헤어지는 비즈니스적으로 아무런 효용이 없는 만남을 요구하는 것이 무례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돌멩이는 혼자 퇴근한다. 집에는 수제비가 혼자 있다. 둘은 집에서 같이 홀로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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