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회사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회사와 대학교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없었던 세상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물론 영화나 소설, 음악 등도 모두 비슷할 것이다. 모두 없었던 세상을 창조하니깐. 다만 내가 일하는 분야는 기술과 관련된 부분이라 대학 공부의 연장선이라면 느낌이 많이 든다. 미분, 적분 등을 이용해서 방정식을 풀고, 유체역학 책을 꺼내서 이 작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추정해 낸다. 회사에서는 논문 대회 등을 통해서 신기술의 개발을 독려하고 전문 분야를 선정해서 스스로 열심히 공부 한 사람들에게 전문가라는 자격증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회사에서 열심히 공부만 하면 좋으련만….
회사에서는 반드시 성과를 창출해 내야 한다.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는 아무 쓸모가 없다. 회사 성과 창출에 기여하는 분야에 대한 공부만 인정이 된다. 이렇게 한 공부를 통해서 뭔가 업적을 남겨야 한다. 실패를 해서도 안 된다. 내가 알게 된 지식을 이용해서 생산이나 품질 등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 미래 도움이 될 기술도 안 된다. 당장 도움이 되는 기술에 대해서 개발을 해야 한다. 10년, 20년 뒤에 쓸 기술은 학교에서나 해야 할 일이다. 여기서는 당장 문제들을 처리해 줄 수 있는 기술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공부 시간도 길게 주지 않는다. 전 세계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치열한 전투를 하고 있는 중이라 긴 시간을 줄 수가 없다. 아마 영화 ‘부산행’에서 수많은 좀비들이 주인공을 물기 위해 달려들 때, 살기 위해 미친 듯이 달리는 공유의 모습이 현재 기업에서 일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학점을 주시는 교수님의 눈치를 보듯 나를 평가하는 상사의 눈치를 보는 것도 회사와 학교의 매우 닮은꼴이다. 학점이 취업과 대학원 진학에 큰 영향을 미치니 교수님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듯이, 회사도 상사의 평가가 나의 승진과 연봉에 관련되어 있으니 상사에게 잘 보이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 가끔 이런 권한 때문에 갑질 문제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기는 하지만 이런 관계가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주변 사람들과 경쟁을 하는 것도 매우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학교에서 누군가가 a를 받으면 누군가는 그 보다 낮은 학점을 받아야 한다. 회사도 아직까지는 유사한 평가 시스템이라 내 주변 누군가가 높은 평가를 받으면 누군가는 낮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친구, 동료이면서 경쟁자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 회사와 학교의 평가 구조인 것이다. 경제 전쟁터에서 전 세계 다른 기업들과 싸워 이기기 전에 내 주변 동료들부터 제거해야 하는 모순된 환경에서 사는 것은 학교나 회사나 같은 것 같다.
하지만 회사와 학교가 절대적으로 다른 점은 학교는 돈을 내고 다니는 곳이지만 회사는 돈을 받고 다니는 곳이다. 그래서 실수에 대해 매우 엄격하고 사람에 대해 기다림이 없다. 한 번의 방황도 허락되지 않으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만이 그다음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나도 회사에 들어와서 몇 차례 방황을 한 적이 있었고, 선. 후배들 중에서도 방황을 했던 사람들을 봤지만 회사는 정말 냉정하다. 한번 속도가 떨어진 경주차량이 다른 동료들과 같은 속도가 되기 위해서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다른 동료들과 비슷한 속도가 되지 못하면 낙오가 되는 것이 현실 회사 생활인 것이다.
학교와 회사가 유사하지만 다른 이런 모습을 조금 미리 이해하고 입사를 하면 조금 쉽게 적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