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면서 승진은 참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통계에서 밀레니엄 세대는 승진에 그리 기대감이 없는 것으로 나왔지만 나처럼 옛날 사람들은 승진을 중요시 생각한다. 연봉이 오르는 혜택도 있지만 사원 님이라는 호칭보다는 과장님, 부장님이라 불릴 때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산 것 같아 뿌듯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수평적 문화 형성이라는 목적으로 과장, 차장, 부장이라는 호칭을 없애고 있다. 자리에 걸려 있는 명패에도 이런 호칭은 사라지고 ~님이나 ~프로님이라는 명칭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과장, 부장이라는 직급이 있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이런 직급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 맞는지 라는 질문에 나의 답변은 아직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경험이 부족해서 올바른 판단이 서툰 후배들에게는 선배들의 경험을 분명히 필요로 하는데 이렇게 호칭만 바꾼다고 수평적 문화가 형성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프리랜서가 아닌 소규모 팀으로 활동하는 체계에서는 어떤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는데 누군가는 결정을 하고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수평적인 체계에서는 이런 것이 조금 어렵다. 아직 이런 수평 문화 적용이 그리 길지 않아서 어떻게 보완하는 것이 나은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나도 사원 시절에는 과장님, 부장님들이 무척 부러웠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당시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부서 내 자잘한 일들은 안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부서 내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물품들을 공급할 때 사원인 내가 가서 받아 배분했고, 각종 자원봉사나 회사에서 인원 차출이 필요하다는 공문이 내려오면 항상 내가 1번으로 선발이 되었다. 장마기간 수원지역에 개천이 넘치는 일이 있었는데, 이런 곳의 지원 파견도 항상 내가 1 선발이었다. 어떨 때는 부서에서 일할 때보다 이렇게 업무 외 일을 더 많이 한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이런 일을 덜 해도 되는 과장님, 차장님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드디어 간부가 되었다. 같이 일하는 사원, 대리도 몇 명 있어 그렇게 하기 싫어했던 부서 내 자잘한 일들은 덜하게 되었다. 사원 시절 꿈꿨던 좀 더 여유로운 회사 생활을 이제부터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지? 이번 달까지 꼭 좋은 결과 만들어서 상무님께 보고 해야 해!"
"벌써 내년도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가 왔네. 내년에는 더 큰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해. 경기도 안 좋다고 하니, 어설프게 전략을 만들어서 보고하면 큰 일 나니깐 정말 숙고해서 전략을 보고해야 해!"
언젠가 선배님이 내게 해 주었던 말이 생각이 난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바로 '사원 시절'이고 이 시절을 즐겨야 한다고. 그때는 모르지만 회사생활을 하면 할수록 그 시절보다 더 나은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말은 정답인 것 같다. 간부가 되면 훨씬 나은 회사생활을 할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으로 평일이고 주말이고 구분 없이 내 머리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가득하다. 내가 그렇게 부러워했던 과장님, 부장님이 된다는 것은 평생 하늘을 떠받치는 벌을 받고 있는 아틀라스처럼 조직의 많은 책임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