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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Jul 08. 2024

을지로_에이든

뇨끼와 생면파스타가 맛있는 이탈리안 다이닝


나는 외식업의 특성을 이해해야 하는 일을 한다.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대상이 외식업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라 그렇다. 


외식업은 만족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라 고객만족에 대한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쉽게 생각하면 쉬운 것 같은데, 사실 외식업의 A to Z 가 바로 이 부분이라 생각한다. 브랜딩과 마케팅의 힘이 강력한 시장이라지만, 결국 외식업의 본질은 '고객만족'이다. (외식업의 본질에 대한 글 참고) 



작은 가게는 어떻게 지속될까? 

작은 가게는 어쩌면 그 사장이 가지고 있는 매력으로 지속된다. 결국 가게는 사장을 닮고, 사장은 가게를 닮아간다. 그렇기에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의 생각과 철학이 결국 가게의 전부가 된다. 


외식이라는 단어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식'이 아니라 '외'다. 外(바깥 외)를 사용해 단순히 집이 아닌 공간에서 먹는 것을 의미한다고 단순히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外(바깥 외)의 어원을 찾아보면 '벗어나다.'의 의미에서 파생된 글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외식'은 '외'는 단순 장소만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반적인 상황에서 벗어나다.'가 더욱 외식이란 단어의 함의를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장소가 아닌 경험의 측면에서 '외식산업'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고객경험'이라는 것이 외식업에 가장 필요하다. 

을지로에 위치한 이탈리안 다이닝 '에이든'은 고객경험의 관점에서, 작은 가게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잘 보여준다. 최근 연남에서 을지로로 자리를 옮긴 '에이든'에는 손님들이 준 다양한 선물들로 가득하다. 연남동의 단골손님들이 가게의 이전을 축하하며 보내주거나 들고 온 선물들이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장소로 이전했음에도 전에 있던 단골들의 예약이 가득하다. 사장님 혼자 운영하는 가게임에도 가득 찬 포만감이 있다. 그냥 단순히 메뉴를 만들어 값을 받고 파는 '곳'을 넘어, 손님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이곳의 매력은 무엇일까? 
  


음식점은 결국 맛이 기본
아무리 접객이 좋아도, 음식이 맛없다면 곤란하다. 이곳은 직접 뇨끼와 생면파스타를 직접 반죽해 만들 정도로 음식에 진심인 곳이다. 만들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결과보다 과정을 중점으로 생각하는 분들만이 행하는 진정성 있는 음식이다.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포기하거나 쉽게 타협하고 싶은 시간도 있을 텐데, 오랜 시간 같은 메뉴를 같은 방법으로 고수하는 것이 이곳이 가지고 있는 큰 매력 중 하나다. 



뇨끼는 감자의 향긋함이 살아있다. 보관기간이 길면 날 수 없는 진득한 향과 쫀득한 뇨끼의 식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크림소스 역시 같이 먹었던 와인과 잘 어울리는 묵직함이 매력적이었다.  담음새 역시 재밌다. 넓은 접시에 뇨끼를 깔아놓는 일반적인 곳들과 다르게 뇨끼를 쌓아 올려 메뉴의 특별함을 더했다. 특히 크림소스가 묻지 않은 순수한 뇨끼(?)를 맛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이건 개인 취향..) 



이곳은 생면파스타가 유명하다. 특히 오일파스타에서도 그 꼬들함을 유지하고 있는 면발의 식감이 특별하다. 일반적으로 생면의 경우 이미 수분이 많아 오일베이스로 조리할 때 건면보다 까다롭다. 특히 꼬들하고 쫀득한 식감의 생면은 더욱 그렇다. 에이든은 생면파스타 하나로도 이미 훌륭하다. (그래서 블루리본도 받았다..) 

 


문어샐러드와 꿀대구도 꼭 맛보면 좋을 음식이다. 특히 꿀대구는 대구살과 꿀의 절묘한 조화가 인상적이다. 와인과 같이 먹으면 정말 예술이니 화이트와인 주문한 분들은 그냥 무조건 시키는 게 맞다. 

 


이곳에 많은 단골손님이 찾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와인'이 아닐까? 사실 좋은 와인을 셀렉해 놓고 그에 맞는 메뉴를 완성도 있게 하는 레스토랑이 많지 않다. (그것도 합리적 가격대 에선..) 여쭤보니 사장님이 와인을 좋아하고, 또 많이 알고 계셨다. 역시 즐기는 사람은 이길 수 없는 거다. 

   



(조금 뜬금없지만 이쯤에서 메뉴판 한번 보여드립니다.)




(내부 테이블도 조금 보여드립니다.) 



작은 가게는 어떻게 지속될까? 

결국 진정성이다. 가게를 방문한 손님을 만족시키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정말 진심을 다해 실행하는 것. 

아무도 몰라줄 것 같지만, 손님은 다 안다. 내가 오늘 방문한 가게가 얼마나 나의 경험을 위해 진심으로 준비했는지를. 


지난밤 방문했던 '에이든'은 아마 을지로에서 꽤 유명한 가게가 될 것 같다.
사장님의 열정과 진심을 닮은 맛집으로 말이다.   





✅pick info 

�#에이든 

� 서울특별시 중구 마른내로 42-1 2층

_

�트러플 감자뇨끼 : 21,000원

�새우 & 앤초비 생면파스타 :  20,000원

�꿀대구 :  25,000원

#푸드픽_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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