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많은 식당이 망하는 이유

외식창업,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가

by 김대영

외식창업 교육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지금 당장은 떠오르는 게 없는데, 한번 알아볼게요.” 그렇게 대답했다. 사실 교육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많다. 하지만 추천할 만한 것은 없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창업자가 아니다. 그러나 교육을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창업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다. 최근에 들었던 한 교육에서 그런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강사가 준비한 커리큘럼은 내가 오래 고민해 온 창업의 본질과 닿아 있었다. 외식업에서 창업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가게를 여는 일이 아니라면, 무엇을 시작하는 일일까.


사업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경영함.’ 결국 창업은 경영을 시작하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있다. 경영이라는 단어가 너무 크고 추상적이어서, 실제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경영의 핵심을 눈앞의 일로 축소시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외식업에서 그 눈앞의 일이 바로 ‘운영’이다.


경영은 큰 그림이다. 회사나 매장의 방향, 비전,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지를 설계하는 일이다. 반면 운영은 그 경영을 매일같이 실행하는 구체적인 방식이다. 직원들의 근무표를 짜고, 매일의 원가를 관리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일이다. 즉, 경영이 지도를 그리는 일이라면 운영은 그 길을 실제로 걸어가는 일이다. 그래서 외식업 창업의 본질은 ‘경영을 시작한다’는 말로 정의되지만, 그 경영은 결국 ‘운영’을 통해 현실이 된다.


그러나 현실의 창업 과정은 다르다. 많은 창업자들이 운영보다 메뉴, 컨셉, 인테리어 같은 눈에 띄는 일에 몰두한다. 화려하고 설레는 과정이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운영이 빠진 채 세운 컨셉과 디자인은 쉽게 흔들린다. 결국 창업은 ‘운영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실제로 내가 외식업 현장에서 교육을 기획하고 모집할 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주제와 커리큘럼은 언제나 브랜딩과 마케팅이었다. 운영을 다루는 수업은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메뉴는 외부 전문가가 도와줄 수도 있고, 인테리어는 디자이너가 대신 그려줄 수도 있다. 하지만 운영은 그렇지 않다. 운영은 누구도 대신해주지 못한다. 운영은 사업의 꽃이자. 비전과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전략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조직관리는 나와 함께 매장을 운영할 직원을 모으는 일이다. 또한 그들과 어떤 경험을 손님에게 전달할지 고민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손익을 따져보고, 현실 가능성을 검증하며,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를 미리 구상해야 한다. 직원과 고객은 결국 내가 짠 판 위에 모이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관계 맺고, 어떤 경험을 주고받는지가 곧 운영이다.


그래서 창업의 본질적인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우리 매장에는 어떤 사람들이 모여야 할까. “

“어떤 직원을 뽑고, 어떤 손님을 맞이해야 운영이 원활해질까.”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브랜드와 공간, 인테리어가 방향을 갖는다. 순서가 뒤집히면 다시 고쳐야 한다. 결국 선택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무엇을 먼저 하느냐의 문제다.


창업 현장에서 자주 듣는 질문은 “상권이 먼저냐, 메뉴가 먼저냐”이다. 그러나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 중요한 것은 순서다. 고객을 먼저 설정하고 상권을 찾는 것과, 상권을 먼저 정한 뒤 그 안에서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전혀 다른 길이다. 선택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선택을 옳게 만드는 것은 책임이다. 그리고 그 책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운영이다.


운영을 고민하지 않은 매장은 늘 같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손님은 오지만 금세 줄어든다. 직원은 뽑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한다. 매출은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수익은 남지 않는다. 결국 처음의 화려함은 힘을 잃는다. 반대로 운영이 단단한 매장은 조용히, 그러나 오래 살아남는다. 손님을 불러오는 것은 브랜딩일 수 있다. 그러나 손님을 다시 오게 하는 것은 언제나 운영이다.


지금 외식업 시장은 브랜딩과 마케팅이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을 아는 사람들은 안다. 외식업의 성패를 가르는 변수는 운영이라는 사실을. 외식업은 꼭 ‘핫플레이스’ 일 필요가 없다. 운영이 단단한 매장은 언젠가 손님에게 신뢰를 얻고, 그 신뢰는 브랜드보다 오래간다. 창업은 시작이 아니다. 운영을 어떻게 지켜내느냐의 과정이다.


외식업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화려한 선택이 아니라 묵묵한 운영을 이어가는 일이다. 힙한 디자인의 공간을 선망하며 일하는 것과, 운영의 본질에 중심을 두고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직업으로서 외식업을 하고 싶은가. 우리는 지금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가.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10화외식업을 직업으로 택한 사람들,AI 시대에 묻는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