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가장 작은 실행이고 음식이다.
무엇인가를 깊게 생각하고 그것들을 정리해 글로 옮기는 과정이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훌륭한 글은 아닐지라도 조금씩 내 뜻을 표현하자고 다짐한 것들을 적다 보니 여러 글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막상 글을 쓸 땐 큰 욕심 없었는데 글이 한두 개씩 쌓이다 보니 어느새 글들을 엮을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게 된다. 책을 쓰고 싶나 보다. 누가 그랬다. 글은 과정, 책은 완성이라고. 그래서 나는 책을 쓴 작가들을 존경한다. 글과 글을 연결시키는 능력도 부럽지만 사실 본인을 드러내는 용기가 존경의 가장 큰 이유다.
사실 글이라는 것은 별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내가 평소에 말하고 듣고 읽고 와 같이 하는 것 일뿐이다. 특별할 것 없는데, 우리는 글을 쓰는데 겁을 낸다. 특히 본인의 생각을 쓰는 것에 말이다. 내 직업은 요리사다. 글을 쓰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 보이는 직업이지만 요리를 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상당히 비슷한 과정이 존재한다.
왜? 나는 하는가?
글을 쓰기 전, 왜? 글을 쓰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만드는지 보다. 어떤 이유로 이 음식을 만드는지에 더 끌린다. 같은 이야기지만 ‘왜’가 있는 글은 절대 실패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린 분명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거창한 ‘왜’를 찾으라는 것은 아니다. 간단하게, 내가 쓴 글과 만든 음식을 통해 딱 한마디만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말, 그것이 당신이 생각한 ‘왜’ 일 것이다. ‘왜’는 생각의 동력이고 지도다.
생각하기, 어떤 음식을 만들 것인가?
‘왜’에 접근했다면 이제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표현할 것인지 생각한다. 만약 내가 ‘건강한 삶을 위해’라는 ‘왜’를 설정했다면 어떻게 ‘건강한 삶’을 음식으로 표현하지? 글로 표현하지? 생각하면 된다. 간단한 것 같지만 이 생각의 과정이 얼마나 절실했느냐의 차이가 결과물로 나타난다. 그러니 생각을 의심하고 또 의심해라, 확인하고 또 확인하라, 비판하고 또 비판하라.
소재 찾기 , 어떤 식재료를 이용할 것인가?
요리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식재료이다. 식재료가 없는 요리사는 있을 수 없다. 같은 의미로 글에 생명력에 있어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소재이다. 우리는 이것을 아이템이라고 하는데, 보통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은 여기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제일 중요해 보이지만 사실 앞선 말한 ‘왜’와 ‘생각하기’가 없었다면 생명력 없는 소재들이고 생각들이다. 같은 소재로 다른 결과물을 내는 사람들의 음식과 글은 생명력이 있다. ‘왜’와 ‘생각’ 이 있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확고한 ‘왜’와 ‘왜’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을 했다면 당신은 손쉽게 그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공부하기
소재를 정했다면 그 소재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 과정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무슨 음식을 할지 정해놓고 그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요리사가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맞다. 소재에 대한 공부는 글의 신뢰성을 준다. 주의할 것이 있다. 공부에 치우쳐 관심사가 변하고 소재가 따라가면 안 된다. 공부는 반드시 정해진 소재에 한정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소재를 바꾸고 싶다면 ‘생각하기’부터 다시 시작한다.
글로 옮기기
사람들은 글 쓰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글이라는 것에 의미부여를 한 탓이다. 글은 종이와 펜만 있다면 어린아이도 쓸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릴 때 더 많은 글을 썼던 것도 같다. 나이가 먹고 생각이 성숙해지면 표현이 부담스러워진다. 재는 것이 많아지는 것이다.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될까?”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이걸 누가 보겠어..” 영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어제의 작은 용기는 오늘의 현명함이고 내일의 영향력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수정하기, 반복 조리하기
가장 좋은 글은 가장 많이 수정한 글이라고 한다. 뭐, 가장 잘하는 요리가 가장 많이 해본 요리라고 하는 것과 같다. 흔히 글을 쓰는 것이 어색한 사람들이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독자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본인이 쓴 글을 누군가 읽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 실제로 안 읽는다. 하지만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한 사람의 독자라도 내 글을 읽고 좋은 영감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아니 내가 쓴 글을 사랑한다면, 쓰기 편한 글이 아니라 읽기 편한 글을 위해 자꾸 수정해야 한다. 글은 신기하게도 오늘 괜찮다가 내일 안 읽힌다. 그러면 또 수정해본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좋은 글이 되어있다. 수정하고 또 수정하자.
읽히기, 제공하기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는 것은 참 설레는 일이다. 내가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지만 내 생각이 독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이다. 어찌 보면 우리가 술잔을 기울이며 누군가와 진지한 대화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에게 글쓰기는 나를 모르는 누군가와의 대화다. 동시에 또 다른 생각의 동력이다.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요리를 하면서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너는 왜 요리를 해? 일도 힘들고 돈도 조금 받는 힘든 직업인데?” 하지만 이건 요리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요리는 단순 노동이 아니다. ‘왜’에서 생각을, 생각에서 소재를, 소재에서 결과를 즉 요리사는 ‘왜’를 실현하는 사람이다. 작가와 표현 수단이 다를 뿐이다. 요리사는 음식으로 그들의 ‘왜’를 표현하고 각자의 생각을 실행하는 예술가이다. 실제로 내 주변에는 자신의 가치관을 가지고 요리하는 동료들이 많은데 이들의 요리에는 생명력이 있고 그 생명력에 사람들의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멋진 직업이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생각을 한다. 단언컨대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글쓰기는 실행이다. 누구나 하는 생각을 행동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실행이다. 종이와 펜만 있다면 누구든 그 종이에 생명력을 줄 수 있는 마법이면서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그 자체로 실행자다. 굉장한 것을 쓰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멋진 문장과 단어에 감동받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쓴 ‘왜’에 감동한다.
우리는 멋진 문장과 단어에 감동받는 것이 아닌 글을 쓴 ‘왜’에 감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