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와 요리사 1부 ‘에이트’를 읽고
인공지능, 인간의 학습능력, 추론 능력, 지각 능력, 자연언어의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이다. 즉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을 모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공지능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새로움은 조금 낯설다. 경험할 수 없을 것 같던 기술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실현되고 심지어 상상하지 못한 편리함에 익숙해져 가는 우리를 보게 된다. 사람들과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 것에 익숙하고 선 없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실제 하지 않은 공간에 나의 소중한 정보와 자료를 저장하고 처리한다. 이외 여러 가지 기술들이 우리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사실 인공지능의 시대는 이미 오래전 시작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동의하지 않을 여러분을 위해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1977년 ‘딥블루’ 체스 우승
인공지능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엔 너무 옛날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때부터 이미 인공지능은 사람을 이겼다. 1977년 5월 11일 IBM에서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당시 체스 세계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상대로 승리했다.
2011년 ‘왓슨’ 퀴즈쇼 우승
미국에 ‘제퍼디!’라는 퀴즈쇼가 있었다. 이 퀴즈쇼의 문제들은 단순히 지식을 많이 갖고 있다고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라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지식들을 창의력으로 연결시켜야 하는 문제들이 많았고 심지어 인간만이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감’의 영역도 필요했다. 인공지능의 패배를 예상했던 기대와 다르게 결과는 인간 챔피언의 패배였다. 이는 인공지능이 지적 영역에서 인간을 앞서기 시작했다.
2012년 ‘슈퍼비전’ 딥러닝 기술
1977년, 2011년 두 개의 인공지능과 2012년 ‘슈퍼비전’은 엄청 차이가 있다. 바로 이전의 두 인공지능들은 인간의 계획과 지도 아래에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슈퍼비전’은 최초로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고 판단하는 ‘딥러닝’ 기술을 탑재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배를 벗어났다는 뜻이다.
2014년 ‘켄쇼’ 골드만삭스의 인공지능 신입사원
세계 최대 금융투자 기업 골드만삭스의 뉴욕 본사에 ‘켄쇼’라는 인공지능 사원이 들어왔다. 그는 먹지도 마시지도 쉬지도 않았고 퇴근도 하지 않았으며 잠도 자지 않았다. 심지어 24시간 내내 천재 수준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고객에게 불친절하거나 동료와 사이가 나쁘거나 상사에게 불평하는 일도 없었고 고민도 없었다. 그 결과 켄쇼는 당시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던 600명의 트레이더가 한 달 가까이 처리해야 하는 일을 고작 3시간 20이라는 시간만에 끝낼 수 있었다. 지금 월스트리트에서 하던 일의 90%를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있다.
2016년 ‘알파고’ 바둑 우승
우리나라 국민이면 다 알만한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이세돌의 1승에 주목했지만 본질은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고 판단하는 딥러닝 기술이 인간의 영역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위 5가지 사례를 보니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래도 우리가 인공지능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2020년이다. 인공지능은 지금도 빠른 속도로 인간을 훨씬 앞서가고 있다.
요리사,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을 자신 있습니까?
최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키오스크’인데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 무인 단말기이다.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주로 상용화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 맥도널드, KFC, 버거킹 등 사람이 했던 일들을 키오스크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고 있다. 심지어는 스마트폰 앱으로도 주문과 결제가 가능해 주문을 받는 직원들은 이제 책에서나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키오스크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사람들의 인식인데, 처음 키오스크가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익숙하지 않은 기계에 주문하는 것이 뭔가 의심스러웠고 또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한다는 것이 정이 가지 않았다. 기존에 문을 열자마자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해주던 직원들이 없어졌으니 그럴만하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걱정을 왜 했냐는 듯이 다들 잘 쓰고 있다. 편리함을 넘어 고객들의 불만도 없어졌다. 이제 불친절한 점원을 보며 혀를 끌끌 찰 일도 없어졌다.
요리는 언제까지 인간의 영역일까? 아니 사실 지금도 어디선가는 기계가 만든 음식을 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자면 패스트푸드 햄버거, 기계가 만든 음식인가, 사람이 만든 음식인가? 그 경계가 모호하지만 이처럼 단순한 작업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기 좋다. 직장인들의 끼니를 책임지고 있는 급식업체는 어떤가? 꼭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할 필요가 있나? 오히려 항상 위생적이며 영양적이고 균일하게 일정해야 하는 작업들이 다수라면 사람보다 시스템화가 잘된 인공지능 기계들이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겠다.
레스토랑 요리사들은 괜찮을까? 숙련된 조리사들의 스킬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인공지능 기술에 있어 정밀함은 진작에 사람을 뛰어넘었다. 그 조그마한 부품들을 다루는 초미세 공정기술을 요리에 접목시킨다면 과연 그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술자는 몇 명이나 있을 것인가? 세밀함 이외에 기계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일정함이다. 기계는 사람처럼 지치도 않으며 잠을 필요로 하지 않고 심지어는 월급을 바라지도 않는다. (물론 투자비용, 운영비용은 들겠지만) 레시피를 짜는 셰프들은 대체하지 못할까? 다시 반복하지만 우리에게 직면한 인공지능 기술은 ‘딥러닝’이다. 즉 스스로 정보를 모아서 처리하고 그 정보들을 학습하고 응용하여 새로운 결과를 추론하고 판단한다. 즉 세계 최고의 셰프들이 만든 음식들의 정보를 모두 모아 학습하고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의 데이터를 제공하면 그 방향을 분석하고 파악해 그에 맞는 레시피를 제시하거나 그에 맞는 새로운 레시피를 제안할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
또 이런 질문이 있을지도 모른다. 기계가 어떻게 맛을 내냐? 일부 요리사들은 맛의 영역이 매우 주관적이어서 인공지능이 대체되기 힘들다고 주장하지만 내 생각에 맛은 지극히 객관적이다. 그에 대한 증거가 바로 ‘맛집’이다. 맛이 객관적이지 않다면 남들이 맛있다는 맛 집에 우리가 그 긴 시간 동안 줄 서서 먹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 맛의 객관화를 가장 잘 나타낸 식품이 연간 인당 73.7 봉지를 먹는 라면인걸 보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객관적 맛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람 개개인의 입맛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할 인공지능 요리사는 사람 개개인의 정보를 분석하고 학습해 맛뿐 아니라 영양, 심리, 상황도 고려해 가장 주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객관적인 음식을 선보일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코로나 19 같은 전염병이 매년 외식업의 불황을 야기하는데 우리는 슬프게도 인간의 인간다움을 신뢰하지 않는다. 외식업에 있어 항상 대두되는 문제가 바로 ‘위생’인데 앞으로 우리 외식문화는 누가 더 얼마나 맛있나 가 아니라 누가 더 위생적으로 건강한가? 일 것이다. 맛은 산업의 발전으로 객관화가 진행 중이다. 관건은 얼마나 더 위생적이냐 인데 안타깝게도 위생에 있어 인간은 항상 불확실 요소이다. 주방에서 위생을 위해 사용하는 조리모, 조리용 라텍스, 조리화, 조리복 등 과거부터 지금까지 위생에 대한 사람의 불안감은 다양한 물건으로 발전됐다. 즉 사람은 위생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불확실 요소라는 것이다. 그 자체로도 불확실하지만 심지어 인간이기에 실수도 한다. 즉 물리적으로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사람의 체액이 음식물에 들어가는 상황 말이다. 위생적인 측면으로 우리가 100% 신뢰할 수 있는 주방환경이 조성되려면? 주방에서 발생하는 불완전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즉 사람을 제외하는 것이다. 사람이 없는 주방에서 100% 위생적이며 가장 객관적인 맛의 데이터로 심지어 나에게 딱 맞는 음식을 제공하는 음식점 어떤가? 다시 질문해본다.
요리사,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을 자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