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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May 18. 2020

셰프가 아니라 조리사가 되고 싶습니다.

조리사라는 단어에 대한 고찰


우리는 조리를 통해 요리를 만드는 직업을 조리사라고 한다. 셰프라는 단어도 있지만 사실 셰프라는 단어 자체도 주방장이라는 뜻보단 불어로 우두머리, 대장의 의미가 강하다. 즉 chief(우두머리, 대장의)가 chef의 어원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심지어 1934년 까지는 사전에서 외래어로 표기했다고 하니 chef라는 단어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요리, 조리라는 단어는 어떤 뜻을 가지고 있을까? 요리와 조리가 의미하는 한자를 찾아보았다.


요리

料 헤아릴 요 , 理 다스릴 리

調 고를, 조절하다 조   , 理 다스릴 리


생각보다 의외에 한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요리 자체를 해석해보자면 헤아리고 다스린다는 의미로 ‘관리’의 의미가 되고 조리의 의미는 조절해서 다스린다 라는 의미로 ‘처리’의 의미에 가까워진다.

즉 요리사 혹은 조리사라는 말이 외국의 chef라는 화려한 단어보다 더 넓은 뜻을 의미한다. 더 이상 음식은 살기 위한  생계의 수단만은 아니다. ‘미식’과 기능적 ‘건강’의 비중이 커지고 음식의 기호성은 짙어져 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음식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력과 의미는 점점 넓어지는데 그 음식을 다루는 행위인 ‘조리’와’ 요리’는 그 함의를 잃고 음식을 만드는 기술적 행위의 뜻만 강조됐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조선은 ‘약식동원’이라는 체계를 가지고 음식을 조리했다. ‘약과 음식의 근원은 하나다.’라는 의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조리서 ‘산가요록’의 저자는 조리사가 아니다. 어의(궁궐 의원 ) 전 순의가 1450년경 지은 음식책이다. 또 조선의 문신이자 소설가인 허균은 ‘도문대작’이라는 우리나라 식품서를 지었다. 이 책은 조리서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팔도의 유명한 음식이나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책이다. 이처럼 음식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보이지 않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음식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보였고 음식을 통해 다른 것들을 헤아리려 노력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가?

‘조리’의 뜻을 그저, 음식을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정의해버리지 않는가? 경계해야 한다.


조리는 기술적 과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우리는 식재료를 헤아리고 다스려 진정한 의미의 음식을 만드는 조리사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맛있고 건강하게 가 아닌

본인 나름대로 조리의 함의를 찾아야 한다.


우리는 셰프가 아닌 ‘조리’ 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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