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아니지만 존재는 보여줄 수 있는,
대학내일 캠페인 프로모션 마케터 김준수
김원세: 준수 님 안녕하세요. 광고 배우는 대학생 김원세입니다. 일반적인 광고회사가 아닌, 대학내일에 취업하신 준수 님을 찾아왔습니다. 대학내일은 어떤 회사인가요? 그리고 준수 님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김준수: 저희 회사는 MZ세대를 타깃으로 온 오프라인 통합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대학내일에는 다양한 직무가 모여 함께 일을 하는데요. 제 직무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메시지를 담은 대외활동이나 공모전, 프로모션 그리고 각종 행사를 기획하고, 디지털 캠페인과 클라이언트의 SNS를 운영하기도 하는, 캠페인 프로모션 마케터입니다. 기획자인 동시에 운영자인 셈이죠. 그런데 대학내일이라는 회사가 흐르기를 좋아하거든요?
김원세: 흐르기요?
김준수: 무엇을 한다고 단호히 못을 박는 것이 아니라 대학내일이라는 컨셉 아래 모든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거죠. 매년 신사업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면서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는데, 그것이 모두 대학내일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원래 잡지를 만들던 회사가 잡지를 안 만들어요. 대신 ‘캐릿’이라는 뉴스레터 브랜드를 만들었고, 대기업을 포함하여 많은 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어요. 주요 사업들의 가장 중요한 타깃이 MZ세대임은 틀림없고, MZ세대를 가장 잘 아는 회사가 대학내일이니까요. 시대를 빠르게 정의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회사죠. 그러다 보니 소속원들도 일을 대할 때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고, 물 흐르듯이 일하는 것 같아요.
김원세: 흐르기를 좋아하는 회사에서 물 흐르듯 일하는 것. 말처럼 쉬울 것 같지는 않네요. 다양한 업무역량이 요구될 것 같아요. 준수 님이 대학내일에 입사하신 지 4개월쯤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사 적응은 잘하셨나요?
김준수: 업무에 대한 부분은 아직 적응하는 중이고요. 사내 문화나 관계적으로는 많이 적응한 것 같아요. (짧은 정적 후) 쉽지 않았어요.
김원세: (놀래며) 아, 정말요?
김준수: 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은 변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제 성격이나 생각이 변하는 것보다, 내가 몰랐던 나에 대해서 알게 된다는 게 더 맞는 말 같아요. ‘내가 사실은 이런 모습도 가지고 있었구나.’와 같은 거 말이에요.
김원세: 그중 하나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준수: 원세 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대학 생활을 오래 했어요. 대학생 때는 전공이 같고, 연령대도 비슷하고, 나랑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관계에 있어서 불편함이 있었던 적도 없고, 힘든 적도 없었고요.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회사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관계가 어렵다는 생각을 했어요. 직급도, 연차도, 지역도, 학벌도 다 다르니까 접점도 없고요.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심지어는 제가 하도 말없이 조용히 있으니까 동기 중 몇 명이 와서 인사하고 같이 밥도 먹자고 해줬어요. 제가 불쌍하게 보였나 봐요. (웃음) 결론적으로 지금은 잘 지내고 있지만, 처음에는 관계를 맺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김원세: 제가 기존에 알고 있던 준수 님은 집단 안에서 본인을 매력적으로 포지셔닝한다고 느꼈던지라 당황스럽기도 하네요.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김준수: 누구보다 제가 그랬어요. 그런데 두 가지 다 제 모습이죠. 처음에는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이 혼란스러워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김원세: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게 상당한 에너지가 드는 일이라 그런 것 같아요. 생소한 일과 낯선 관계를 동시에 마주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저도 얼마 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새로운 일을 익히기도 바쁜데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온 신경을 기울이다 보니까 큰 피로감이 찾아오더라고요. 그런데 회사의 본질은 일이잖아요? 일에 먼저 적응하기 위해서 관계를 잠시 제쳐두어도 괜찮지 않았을까요?
김준수: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우리가 하는 일이 커뮤니케이션이다 보니 직장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못하는 건 너무 치명적이에요. 커뮤니케이션을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버리면 일을 맡길까요? 커뮤니케이션에서 든든한 이미지여야 일로도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수줍어하고 소극적인 성격을 드러내기엔, 제가 생각하는 대학내일은 잘 놀고, 트렌디하고, 소위 말하는 인싸의 이미지라 저 나름대로 말 못 할 근심이 있었죠.
김원세: 어디서도 듣지 못할 신입 사원의 생생한 이야기네요. 또 다른 고충이 있었을까요?
김준수: 처음에는 ‘처음’이라는 게 두려웠어요. 일이라는 걸 제대로 해본 게 처음이었으니까요. 서투름에 대한 두려움이랄까요? ‘나 때문에 큰 실수가 나면 어떡하지? 동기들조차도 따라가지 못하면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건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잘하려고만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한 4개월이 지났는데요. 그 시기가 이제 겨우 지난 것 같고, 조급해하는 순간 멀리 못 본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이 지나면 일은 결국 능숙해질 테니까요. 작은 업무 하나하나보다 프로세스를 전체적으로 보고 익힌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김원세: 여유를 찾으셨네요.
김준수: 제가 바쁜 시기에 입사해서 그동안 정신이 없었어요. 최근에는 여유가 생겨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지고, 그간 배운 것들을 머릿속으로 정리도 해보고요. 앞으로 어떻게 일해야 할지 생각도 해보는 그런 단계예요. 잘함에 대한 부담은 모든 신입 사원들의 고충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원세: 그럼 준수 님이 제일 잘하는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진부하게 취미, 특기를 여쭈려는 게 아니라 ‘김준수만의 분야’를 아주 사소한 단위에서 들어보고 싶어요.
김준수: 제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커피에 대해서 배우고, 만들었던 경험이 있어요. 최근에야 그 경험을 돌아봤는데, 저라는 사람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뭐든지 항상 서툴러요. 그런데 또 저라는 사람은 결국 하더라고요. 결국은 해내요. 그래서 저는 ‘제일 잘하는 게 있다.’보다는 ‘결국에는 잘 해낼 자신이 있다.’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고요.
그리고 저는 관계 측면에서 ‘적’보다 ‘정’이 많은 사람인 거 같아요. 주변에서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다고 얘기해요. 저도 몰랐지만 나도 모르게 남을 편하게 하는 면이 있나 봐요. 그렇게 저를 편하게 봐준 사람들이 제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기도 해요. 실제로 얼마 전에 ‘대학내일 아웃캠퍼스’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촬영을 한 게 있어요. 그것 역시 저를 좋게 봐준 동기가 담당자에게 저를 소개해주면서 이어진 기회였고요.
말하자면 저는 유비 같은 사람인 것 같아요. 능력은 없지만, 주변에 사람들을 잘 두는 거죠. (웃음) 저는 제가 가진 능력이 정말 별 볼 것 없다고 생각해요.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야 무언가를 성공적으로 해낸 경험들이 많죠.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저는 도움 받는 것을 과하게 고마워하거나 과하게 미안해하지 않아요. 이전에 내가 상대방에게 도움을 줬을지도 모르는 거고, 앞으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고요. 그러다 보면 관계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거라, 저는 주고받는 도움의 과정을 즐겨요. 그렇게 관계를 통해서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여는 것이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김원세: 별 볼 일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결국에는 잘 해낼 자신감’과 ‘관계’가 합쳐진다면 김준수만의 분야는 거대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 셈이네요. 다음 질문드릴게요.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시간을 보낼 것 같으세요? 준수 님의 과거와 같은 지점에서 불안해하는 대학생들에게 진심으로 해주고 싶으신 조언이 있을까요?
김준수: 상충되는 두 가지 아쉬움이 떠오르네요. (웃으며) 제가 리더가 되면 팀원들이 ‘어쩌란 거냐고’하며 참 힘들어할 거예요. 우선 첫 번째는 미치도록 전공 공부를 해볼 걸 싶어요. 각자 전공이 있잖아요? 그리고 그 전공을 택한 이유도 있을 거고요. 그러면 그쪽을 깊게 파보았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우리 전공이 어떤 학과로 일컬어진다면 우리가 배우는 건 학문이잖아요? 학문을 배워서 실제로 어떻게 활용할지는 본인의 역량이겠지만, 그런 지식을 대학생 때 앞을 내다보고 쌓아둘걸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두 번째는 ‘내가 살면서 이걸 해볼 수 있을까 생각하던 것들을 대학생 때 다 해볼걸.’ 싶어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와서 보니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왜 그때 머뭇거렸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때 창업을 해보고, 세계 일주를 해보고, 하고 싶은 건 다 해볼걸. 내공이 다 경험에서 나오더라고요. 물론 보고 듣고 읽은 것들도 좋죠. 그런데 내가 직접 해본 것은 내공의 크기 차이가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그랬다면 지금보다 훨씬 진한 향을 내뿜는 사람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김원세: 그래도 두 번째 아쉬움 같은 경우는 비교적 다른 학생들보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신 편이 아닌가요?
김준수: 아니더라고요. 훨씬 더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한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김원세: (탄식) 그렇군요.
김준수: 그리고 저는 깊이가 없었어요.
김원세: 2020년에 <이 글이 책이 될 수 있을까요?>라는 에세이도 출간하셨잖아요.
김준수: 얕음의 끝이에요. 지금까지 얕고 넓은 것으로 승부를 겨뤄왔어요. 까보니 그다지 넓진 않고 얕기만 한 거죠.
김원세: (웃으며) 이 책의 독자들이 준수 님을 더 알고 싶다면 <이 글이 책이 될 수 있을까요?>를 이어서 읽어봐도 좋겠네요.
김준수: 짧아서 몇 분 안 걸릴 거예요.
김원세: 책 제목을 이렇게 지으신 데 이유가 있으세요?
김준수: 저는 보통의 사람이에요. 드라마틱한 성공이나 조금의 유명세도 없는 보통의 인생을 살고 있어요. 주인을 따라가듯 저의 글 또한 평범한 생각들이라 생각했어요. 보통의 사람이 하는 평범한 생각에 어떤 제목을 붙여주는 게 좋을까 어려운 고민을 했고요. 대충 짓자니 평범함이 배가 될 것 같고, 멋진 말로 꾸며내자니 공허함이 클 것 같아 한참을 고민했죠. 그런데 책이란 게 썼다고 하면 왠지 의미 있고, 멋있고, 대단해 보이잖아요. 보통의 제가 평범한 생각으로 쓴 글도 의미 있고 멋있고 대단해 보이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책으로 만들어지는 순간이 제목에 대한 대답이고 싶었어요.
김원세: 책 제목에서 준수 님이 어떤 분이신지, 또 평소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가 물씬 느껴지네요. 그럼 마지막 질문드려볼게요. 실례가 안 된다면 인터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준수 님의 자기소개를 들어보고 싶어요. 준수 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김준수: 자기소개라는 게 어떻게 보면 제일 어려운 질문인 것 같네요. 저는 제가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제가 여기까지 온 걸 보면 나름의 존재감은 있었구나 싶어요. 그래서 저는 저를 이렇게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천재’는 아니지만 ‘존재’는 보여줄 수 있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