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범함보다 매력적인 균형감
포커스미디어코리아 데이터스페셜리스트 강슬기
김원세: 슬기 님 안녕하세요. 광고 배우는 대학생 김원세입니다. 현재 포커스미디어코리아에서 데이터스페셜리스트로 근무 중이신데, 이전에는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강슬기: 처음에는 오길비 AE를 하다가 레오버넷 AE로 이직했어요. 그 이후에는 이노션으로 옮기면서 매체 플래닝을 했고요. 그렇게 매체를 하다 보니까 데이터에 관심이 생겨서 SMR이라는 광고 유통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포커스미디어코리아에서 데이터 전문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김원세: 이직을 정말 자주 하셨네요. 그만큼 광고업계가 이직이 자연스러워서일까요?
강슬기: 자연스럽기도 하고, 힘든 일이 많아서요. 그리고 인력이 되게 귀한 업종이다 보니 잡 오퍼(Job Offer)도 종종 와요. “이 회사 되게 좋은데, 올래?” 그러면 “오 그래 갈게.” 이런 경우가 많죠. 예전에는 디지털 마케팅 인력이 되게 귀했어요. 일이 힘들고, 사람들도 많이 없어서요. 지금도 차장급 정도 뽑으려면 사람이 없어서 못 뽑는 정도? 제가 이직할 때는 이직이 되게 수월했죠. 그런데 최근에는 환경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회사가 야근을 많이 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이 안 되니까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 수요도 많으니까요.
김원세: AE라는 직무로 이 일을 시작하시게 됐는데, 광고를 하게 되신 계기가 있나요?
강슬기: 저는 전공을 고를 때나 AE를 하게 될 때나 생각을 깊게 하고 결정한 건 아니었어요. 원래 예술 쪽으로 가고 싶었는데, 지망한 대학교가 떨어져서 어쩌다가 언론정보학과에 진학하게 돼요. 언론정보학과에서 신문방송학도 다루고, 영상도 다루고, 마케팅도 다루는데, 그중에서 마케팅이 제일 할 만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마케팅을 공부하다가, 광고회사에는 우연히 들어가게 돼요.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문화정보원이라는 곳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에 진행한 UCC 관련 대회나 대외활동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보는 업무가 있었어요. 그중에 한 분이 오길비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거기다 대고 제가 “되게 부럽네요.”라고 해요. 그랬더니 그분이 그러면 여기서 일하시라고 하셔서 그래서 일을 하게 돼요. (웃음) 제가 지금도 느끼는 거지만 광고회사가 너무 바쁘다 보니까 사람을 뽑는데 큰 에너지를 안 쏟거든요. 아는 사람들 통해서 소개받기도 해요. 그래서 스펙을 많이 쌓는 것보다 광고업계 사람들이랑 네트워크를 쌓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김원세: 슬기 님의 AE 생활은 정말 우연히 시작되네요. 그리고 지금은 평생직장이 없어진 시대잖아요? 다음 직무가 무엇이 될지도 모르고요. 또 하고 싶은 직무가 있으세요?
강슬기: 그 점이 제 콤플렉스였어요. 제가 10년간 이 일을 하면서 내가 나중에 이런 일을 하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가 없었거든요. 목표가 있는 사람들은 목표를 위해 일을 늘려가거나, 공부도 하면서 자신의 생존 전략을 마련하더라고요. 반면에 저는 딱히 그런 게 없어서 콤플렉스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돌이켜보니 그런 모습이 좋은 점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회사에서 특정한 일을 줘도 내 커리어에 도움이 안 된다고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였어요. 까다로운 편도 아니어서 어떤 일을 주셔도 열심히 했던 게 오히려 제 레퍼런스를 좋게 쌓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김원세: 편향이 없으니 편식도 없는 거네요.
강슬기: 생각 없이 회사에 다녔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네요. 제가 10년 정도 일을 하면서 ‘무엇을 하겠다.’라는 마음보다는 어떤 업무가 오더라도 수용해왔기 때문에 그중 나에게 맞는 직무가 뭔지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원세: 그럼 데이터스페셜리스트라는 직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지금 하고 계신 일과 AE의 일은 어떻게 다른가요?
강슬기: AE는 광고주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게 주 업무다 보니 모든 네트워크에서 중심이 돼요. 제작 쪽도 관리하고, 저처럼 데이터 분석해주는 쪽도 관리하고, 매체사도 관리하고, 여러 사람과의 컨택 포인트(Contact Point)를 관리하면서 타임라인에 맞게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체크하는 일을 하고요. 반면에 데이터 직은 누군가의 요청을 받고 일이 시작되기보다는 제가 계획한 일을 주로 합니다. 비교적 남에게 영향을 덜 받으면서 시간 관리를 할 수 있어요. 또 데이터스페셜리스트는 말 그대로 데이터 분석에 중점을 둔 직무예요. 광고주가 기술적으로 빠삭할수록 보고 싶은 데이터가 점점 딥해져요. 배너 노출 수나 조회 수는 기본이고, 광고의 실제 세일즈가 얼마나 연동이 되는지부터 광고에 노출된 신규 고객은 몇 프로인지, 기존 고객은 몇 프로인지 등 다각화된 정보를 보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어요.
김원세: 저한테는 생소한 직무라 신기하네요.
강슬기: 요즘 많이 뜨는 업무인 것 같아요. 마케팅에서 데이터가 굉장히 중요해지는 추세고, 그래서 직무를 옮긴 것도 있어요. 나름의 생존 전략이죠. 더 나아가서 ‘미래에는 데이터를 잘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마조마해서 옮긴 거죠. 처음에는 마케팅이랑 데이터를 동시에 잘하는 사람이 많은 줄 알고 데이터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아직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마케팅 전문가도 많고, 데이터 전문가도 많은데 마케팅 데이터 전문가는 많이 없어요.
김원세: 신선하고 흥미롭네요. 이런 이야기 너무 재밌어요. 그럼 반대로 이 직무의 아쉬운 점이 있나요?
강슬기: 저는 즐기는 업무긴 하지만 데이터스페셜리스트의 아쉬운 점은 숫자와 엑셀을 많이 봐야 한다는 거죠. 동시에 이 숫자를 인문학적 지식으로 옮겨야 해요. “A보다 B가 수치가 더 커요”로 끝나는 게 아니라 거기에 따른 해석이 들어가야 하는 거죠. 익숙한 사람들은 재미있을 수 있는데, 숫자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 분들은 광고 업무 중에서 지루한 업무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김원세: 딱 제가 그래요. 태생 문과. 그런데 말씀을 들어보니까 공모전의 기억이 떠오르네요. 기획서 뒷단에서의 크리에이티브보다 앞단에서 진부한 자료를 가지고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일이 훨씬 아이디어적이라고 느꼈거든요. 간혹 팀플을 하다 보면 컨셉 슬로건을 잘 떠올리는 친구, 논리적인 흐름을 잘 만드는 친구도 있지만, 자료를 잘 찾아오는 친구도 있었던 것 같고요. 그런 일을 데이터스페셜리스트가 담당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강슬기: 네 맞아요. 그리고 마케팅 쪽에서 인력이 부족한 이유가 테크 쪽을 잘 알면 해석을 못하는데, 또 해석을 잘하면 숫자를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둘 다 잘하면 베스트지만요.
김원세: 왠지 슬기 님은 되게 잘하실 것 같아요.
강슬기: (웃음) 그러고 싶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저는 숫자나 기술적인 부분에 소질이 있었는데, 초반에 캠페인 플래너를 경험하고 와서 다행이에요. 두 가지를 조합할 수 있으니까요. 처음부터 적성에 맞게 아예 숫자 관련된 일로 시작을 했으면 인사이트가 부족했을 수도 있었죠. 비록 조금 돌아오긴 했지만요.
김원세: 제가 감히 ‘강슬기다움’을 추측해보자면 ‘밸런스’일 것 같아요. 어느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과 역량을 순조롭게 발휘하실 것만 같은 느낌이 드네요.
강슬기: 사실 저는 그것도 콤플렉스였어요. 광고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중요하잖아요? 저는 극단적인 면이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이 두루두루 무난한 편이었어요. 그러면 광고 쪽에서는 아이디어로 두각을 내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저도 ‘내가 성공할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광고업에서도 무난한 사람이나 차분한 사람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더라고요.
또 대학교 광고동아리 할 때도 숫기가 없어서 광고 일 못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고민했던 경험이 있어요. 막상 일해보니까 꼼꼼하게 챙기는 사람도 필요한 것 같고, 저는 이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김원세: 그것 역시 멋진 개성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 프로젝트로 열 분 정도 인터뷰를 진행해왔지만 ‘강슬기다움’도 누구 못지않게 매력적이에요.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지금 육아휴직 중이시라고 들었어요. 광고업계에서 출산이나 육아휴직과 관련된 배려는 어떤 수준인가요? 대학생들은 이런 디테일한 내막까지는 잘 몰라서요.
강슬기: 신랄하게 말씀드리면, 큰 회사일수록 보수적인 것 같아요. 워낙 인력이 귀하다 보니까 인력이 빠지는 것에 민감하죠. 근데 그것도 회사 자체라기보다는 회사 안에 팀장님이나 직급이 높은 분의 한해서예요. 그래서 임신을 한 상태에서 야근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요. 육아휴직을 너무 길게 쓰면 눈치를 준다거나, 승진에서 배제된다거나 하는 경우가 없진 않아요. 방금 말씀드린 것과 같이 회사 자체가 아닌 팀장에 따라서요. 그런데 회사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게, 일부 회사는 관련 사내 신고가 들어와도 조치를 시원하게 해주지 않아요. 가만 보면 새로운 기업들은 출산이나 육아휴직 관련해서 너무나 당연하게 배려 문화가 자리 잡은 것 같고, 오래된 회사일수록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닌 것 같아요.
반면에 저는 포커스미디어에 재작년 12월에 입사했는데, 작년 3월에 임신했거든요. 회사에 이직하자마자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거죠. 그때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많아서 고민하던 중에 팀장님께 말씀드렸더니 “너무 축하한다.”라고 해주셨어요. 대표님, 이사장님들도 축하해주시고, 당시에 코로나 발생 초기니까 무리하지 말라고 업무 조정도 해주시고, 재택근무하고 그랬어요. 저는 회사에서 배려를 되게 많이 해주셔서 만족스러운 육아휴직 중이에요.
김원세: 휴직 중에 감을 잃진 않을까 하는 부담은 없으신가요?
강슬기: 제가 10년간 해온 일이니까 엑셀 단축키를 까먹는 일은 없을 것 같고, 감에 대한 부담감이라기보다는 내 프로젝트를 마무리 못 하고 휴직하게 됐을 때의 그 마음이 많이 복잡하더라고요.
김원세: 아무래도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때 뿌듯함이 있죠.
강슬기: 광고 일이 여러 가지 텐션이 있어요. 결과가 안 좋을 때는 “이거 누가 늦게 알려줬냐?, 이거 누가 했냐?” 누구 잘못을 따지기도 하고 싸움이 날 만한 소재가 많은데, 잘 무마해서 캠페인을 마무리하면 기분 최고죠. 잘되고 나면 사람들이랑 친분도 쌓이고요. 광고주가 만족하면 더 좋고요. 또 마케팅업계 내에서 전례 없는 사례를 만드는 것도 재밌어요.
김원세: 주제를 바꿔볼게요. 육아 휴직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제가 슬기 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봤어요. 아드님이 되게 귀엽더라고요. 아드님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강슬기: 이든이요.
김원세: 이든이는 어떻게 자랐으면 하세요?
강슬기: 저는 전형적인 한국 아이로 자랐으니까 학교 다닐 때 공부도 착실하게 해야 했고, 대학교도 잘 가야 했고, 회사원이 돼서 일도 착실하게 해야 했어요. 그래서 이든이는 저와 다르게 공부보다는 모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결국에 회사원이 되기 위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거면 부질없는 거잖아요? 제가 악착같이 교육과정을 밟아온 것에 비해 훌륭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뭐 사업을 하거나 요식업을 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김원세: 정말 자유롭게 생각하고 계시네요.
강슬기: 제가 공부를 열심히 안 해봤으면 공부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공부를 열심히 해보니까 실속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랑은 다른 길을 걸었으면 좋겠어요.
김원세: 정말 그러시겠어요.
강슬기: 혹시 결혼이나 육아 생각 있으세요? 요즘에는 비혼주의라거나 아기를 안 갖겠다는 생각을 일찍부터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김원세: 음 아직 분명하게 정하지는 못하겠어요.
강슬기: 솔직히 말씀드리면 애를 낳기 전에는 그런 사람들이 철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40대가 돼서 “나는 결혼 안 할 거야, 나는 아기 안 낳을 거야.”라고 하면 수긍이 가죠. 그런데 20대 초반인데 그런 말을 하면, ‘왜 안 살아보고 저렇게 말을 하지.’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도 이제야 이해가 가요. (웃음)
애를 낳으면 엄마로서의 인생이 시작된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저는 애도 낳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기를 낳아 보니까 그게 안 되더라고요. 아기 재우고 나면 저도 좀 쉬어야 하고, 일을 다시 시작하면 취미생활은 꿈도 못 꾸겠죠. 그래서 친구가 아기 가진다고 하면 더 생각해보라고 권유해요. (웃음)
김원세: 확실히 출산하고 나면 업의 마감이 조금씩 가깝게 다가오잖아요? 그게 너무 안타까운 것 같아요.
강슬기: 저도 업무적으로 받을 영향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육아가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일을 열심히 하게 돼요. 복직하기도 전인데 열심히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저는 임신할 때부터 ‘이제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어요. 심지어 제가 육아휴직하고 나서 브런치를 열었거든요.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바뀌었어요.
김원세: 어머니의 정신이네요.
강슬기: 어쩔 수 없이 그런 게 생기더라고요. 분윳값도 비싸고.
김원세: (웃음) 웃기지만 슬픈 현실이네요. 슬기 님은 어떤 엄마가 되고 싶으세요?
강슬기: 제가 못 할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건데, 그냥 아이가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고 싶어요. 그런데 성격상 그렇게 못 할 것 같아요. 저런 길로 가면 안 되는데 싶어서 잔소리할 것 같아요. 최대한 안 하고 싶긴 하죠.
김원세: 그럼 슬기 님의 어머니는 어떤 어머니셨어요?
강슬기: 저희 엄마는 강요를 안 하셨어요. ‘공부 열심히 해.’라든지 ‘대학은 꼭 가야 해.’와 같은 강요를 안 해서 저에게 자주적인 태도가 길러졌던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저희 엄마가 저를 많이 보호하려고 하셔서 제가 어릴 적에 많은 경험을 못 했어요. 그래서 주변머리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20대 초반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대화 나누는 게 힘들다 보니까, 이런 부분은 이든이한테 다르게 하고 싶죠.
김원세: 슬기 님이 20대일 때 제가 인터뷰 요청을 드렸으면 거절하셨겠네요.
강슬기: 소심해서 한다고 했다가 많이 긴장했을 것 같네요. 그런데 마케팅이라는 직무가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이다 보니 성격이 많이 바뀌긴 했죠.
김원세: 슬기 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강슬기: 잘 때 걱정 없이 잠드는 거요. 확실히 힘든 회사 다닐 때는 잠을 잘 자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야근한 날에는 더 늦게 자고, 회사가 일찍 끝난 날에는 더 잘 자요. 새벽까지 야근을 한 날이면 바로 곯아떨어지는 게 정상인데, 그날에 받았던 스트레스를 소화하느라고 잠을 못 자요. 한 4~5시에 자고 그랬던 것 같아요.
김원세: 스트레스를 주로 어디서 받으세요?
강슬기: 일단 업무를 하면서 예상대로 착착 진행이 안 되면 그것도 스트레스고, 인간관계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죠.
김원세: 그렇게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는 어떻게 푸셨어요?
강슬기: 일단 같은 팀에 수다 떨 사람들이 있으면 얘기하면서 즉각적으로 풀렸던 것 같고, 아니면 친구들이랑 만나서 술 마시는 거죠.
김원세: (탄식) 너무 별것 없네요. 슬퍼요. 그냥 어쩔 수 없이 찾은 답 같아요.
강슬기: 그렇네요. 우리는 ‘아 짜증 나!’만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잖아요? 실은 평온한 와중에서 몸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거든요. 그걸 잘 모르고 넘어가면 병이 되고요. 그래서 내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김원세: 맞아요. 그래서 쉬는 시간이 더더욱 중요한 것 같아요. 이제 어느덧 마지막 질문입니다. 제가 이 프로젝트를 마치고 책을 만들고 나면, 이 책의 독자는 아마 저와 같은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 될 거예요. 동시에 그 친구들은 광고나 마케팅업 종사를 희망하는 취준생일 텐데, 슬기 님이 해주실 조언이 있을까요?
강슬기: (긴 고민 끝에)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 업계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걸 생각해내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흔히 ‘비범해야 하는 걸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과 잘 어우러져서 일하는가.’도 중요해요. 공감 능력이라든지, 상대방을 존중하는 화법이라든지, 실생활에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실제로 면접에서도 그런 모습을 들여다보려고 하거든요. 압박 면접의 경우에 엉뚱한 질문을 하고서는 반응을 보는데, 오히려 갸우뚱하는 모습에서 지원자의 인성을 확인하기도 하는 거죠. 기업에서도 사람을 채용한다는 것이 리스크가 있는 일이니까 무난한 사람을 뽑기를 원해요. 크리에이티브하면서 동시에 여러 사람과 일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그리고 업계가 정말 좁아서 나쁜 짓을 하면 두고두고 소문이 돌아요. 누구랑 어떻게 다시 만날지 모르니까 적을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