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기분 전환하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나는 예쁜 옷을 입었을 때 기분이 좋다.
입은 옷에 따라 일상을 마주하는 태도마저 달라지는 것 같다.
옷의 디자인, 색감, 소재, 계절감, 실루엣.
요즘 난 옷감의 소재에 관심이 많다. 소재가 좋은 옷은 몸을 편안하게 해 주고, 자세를 바르게 만들어준다. 마음의 자세도 달리해주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심플한 디자인, 좋은 소재의 옷에 눈길이 간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쇼핑몰을 들락이며 마음에 드는 옷이 있는지 즐겨 봤는데 몇 해 전부터 자꾸만 불편한 마음이 비집고 나와 창을 닫아버리고, 다시 켜고를 반복하게 된다.
옷을 만들고, 구매해서 입고, 버리고, 처리하는 과정을 알고부터 그렇다.
마음에 드는 옷을 장바구니에 잔뜩 담아놓고는 정작 구입 창이 열리면 엑스 버튼을 누른다.
청바지 한 벌을 염색하는 데 쓰는 어마어마한 물의 양,
만든 옷을 운송하는 데 배출되는 온실가스,
패스트 패션 폐기물이 산더미를 이룬 옷의 언덕들.
옷 세탁 과정에서 나오는 엄청난 미세플라스틱들.
의류 업체와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는데...
내가 환경 보호에 대단히 적극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단지 나의 취향이나 변덕으로 인해 지구가 오염되는 건 싫다.
아이를 낳고부터 이 나라가, 이 세상이, 이 지구별이 걱정이 된다.
누구 말대로 지구는 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 안에 사는 생명체, 인간이 문제지.
우리 아이들은 6월부터 35도를 오르내리는 불덩이 같은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생명의 물줄기가 말라버릴 이 버석버석한 별에서 어떤 고된 삶을 살아낼 것인가?
내 후손들이 내가 지금 당연하게 먹는, 누리는 것들을 쟁취하기 위해 피 터지게 경쟁하고 다퉈야 하는 세상에 살 게 될 것 같아서 두렵다.
작년부터 옷을 ‘거의’ 안 산다.
지난해엔 방한용 점퍼와 겨울 바지 두 벌을 겨울을 나기 위해 샀다. 그 외에는 지난해에 입었던 옷을 믹스매치해서 입었다.
나는 계절마다 옷을 마련했다. 필요하기보다는 단지 예뻐서. 청바지도 스트레이트 핏, 와이드 핏, 배기 핏... 화이트 진, 그레이 진, 블랙 진... 여러 벌이라 무얼 입어야 하나 고민해야 한다.
처음 샀을 때 깨끗하고 주름 하나 없는 옷의 느낌은 이미 사라졌지만, 같은 옷을 돌려 입는 건 지루하지만
환경을 덜 오염시키는 삶을 살아가는 중이라고 위안을 삼으며 오늘도 옷장을 뒤져 이 옷 저 옷 매치해 본다.
봄이 되니 손가락이 또, 또, 또 근질근질하다.
종아리에 찰랑찰랑 닿는 차갑고 보드라운 촉감의 화이트 스커트를 사고 싶다!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그렇게 또 한 계절을 나려고 한다. 상상하면서.
하나 마음의 위로가 되는 건 계절이 지나고 보면 그때 그 옷이(사려고 했으나 포기한) 별로 예뻐 보이지 않는다는 것.
흘러가기 때문에 유행이고 트렌드 아닌가.
흔들리고 마음먹고, 다시 흔들리지만 굳게 마음을 먹어본다.
소재가 좋은, 바느질이 정성스럽게 잘 되어있는 심플한 디자인의 옷을 꼭 필요할 때 사기로 한다.
이 이상 어쩌겠는가?
나에게는 옷이 나를 사랑하는, 나에게 다정을 베푸는 일인 것을.
옷을 사고 싶은데, 사기 싫은 이 불균형한 마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명랑한 마음으로 안 사는 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