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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S Oct 05. 2021

리코더에 진심인,
라플랑무쉐를 소개합니다.

두드려 줄 수 밖에 없는 엉덩이를 가진 녀석

엉덩이를 두들겨 줄 수밖에 없는 녀석

궁둥이도 웃고 있는 중


아들 : "엄마 나 이름 바꿀래"

엄마 : "으응? 뭐라고 바꾸려고"

아들 : "라플랑무쉐"

엄마 : "음... 잘 못 외우는 사람은 부르기도 힘들 것 같으니까 줄여서 '라플랑'은 어때?"


프랑스 강아지 애칭 같은 라플랑무쉐라니...

예전 같으면 이름을 왜 함부로 바꿀 수 없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말로 설명했을 나.

아이가 당연히 못 알아들으니 혼자 한창 이야기하다가 슬그머니 말아버렸을 거다.


그런데 나는 좀 달라졌다.

포털에 검색해보고 그럼 그렇게 하라고 이야기했다.

어차피 저러다 말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고 또 하나의 이유는 개명의 절차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포털에 검색을 한 이유는 혹시 안 좋은 의미를 가진 말인지 확인하기 위함이고,

혹시나 나중에 진짜로 닉네임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비슷한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직업병 ^^)




얼마 전 아이와 영어학원 문제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렀다.

다니는 영어학원의 공부방에서의 태도가 너무 불량했던 것. 관련 에피소드는 한번 더 포스팅 예정


아이의 이런 돌출 행동은 모든 부모에게 어렵고 곤란한 일이지만 워킹맘에게는 특히 여러 가지로 힘들다.

아이에 대한 실망감이나 내 마음이 힘든 건 두 번째 문제이다.

옮길 공부방이든 학원을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감정에 빠져있기엔 옮길 학원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고, 심지어 상담을 받으러 갈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다.

영어를 가뜩이나 안 하던 초4가 아예 영어 학원을 안 다니는 건 요즘 교육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다!


선생님들이 나의 퇴근시간까지 기다려 주시는 경우에만 상담이 가능했다.

혹시나 칼퇴근을 못하면 학원 선생님에게 누를 끼치는 것 같아 가방을 싸들고 있다가 정시에 쏜살같이 일어나야 한다.


특히 지금은 코로나로 그나마 간간히 있던 엄마들 모임도 거의 없는 상태다.

이는 워킹맘에게 모든 정보의 단절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내 처지가 은근히 서러워 학원 상담 중 눈물을 쏟았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게 몇 주간 학원을 찾았고 영어 동화책 위주로 수업하는 같은 4학년 남자아이들이 구성된 반을 찾아냈다.

그러던 중 그 그룹에 1학년 때 같은 반 아이가 있는 것을 알고 어렵게 그 집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도 그 집 엄마는 워낙 발이 넓고 정보력이 좋은 엄마라 내가 3년 만에 전화를 해도 덜 부끄러울 것 같았다. 


거의 3년 만이었다.


진도는 어떤지, 분위기는 어떤지를 묻겠다는 이유였지만 사실은 '그 그룹에 끼어도 될지?' 감정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었다.


라플랑 엄마 : "영어 공부방 말이야, 00랑 같은 그룹에 자리가 나서 보낼까 하는데 분위기 어때"

그 집 엄마 : "언니 오랜만이에요, 근데 언니는 00에게 욕심 있지 않았어요?"

웁스

라플랑 엄마 : "나는 다 내려놨어. 지금은 다니는 것만도 감사해"


그렇다 그 집 엄마는 과거의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뭔가가 훅 들어온 느낌이다.

공격의 의도가 아닌 그냥 사실을 말했기에 화도 나지 않는다.

 

항상 다시 회사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모임 중간에 나오던 나를,

학교는 딱 상담하는 날(1년에 두번)만 방문하는 나를,

어딘지 금이야 옥이야 하며 외아들을 키우며 욕심 있던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 그 욕심이라는 것을 다 내려놓지는 못했다.

아직도 똘똘한 어느 집 아들딸을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있자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올라온다.


다만 참는 데까지 참아 볼 수 있는 자제력을 키우고 있는 중이고

프랑스 강아지 이름으로 바꾸겠다는 걸 그러라고 할 수 있는 수준,

학원을 즐겁게 다니는 것만도 감사하는 척까지는 할 수 있게 되기는 하였다.


다양한 고비와 문제 그리고 싸우다가 엉엉 서로 붙잡고 울던 날들...

그 치열한 시간이 있어 사춘기 직전인 지금은 꽤 사이좋은 모자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나와 참 다른 우리 라플랑무쉐와의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는 내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좀 느슨해져야 한다.




라플랑무쉐

- 11세 초등학교 4학년, 외동아들

- 참 순하고 독하지 못하다

- 관계에 서툴다

- 리코더에 진심인 편

-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는데 주력 콘텐츠는 없다.

- (아직은)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좋아하고, 제일 무서워한다.


마케터 S = 나

- 40대 중반이자 20년 가까이 직장생활 중

- 순한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인들은 아니라고 한다. 조금 더 독하면 전쟁 나가도 된다고 함

- 나의 1 장점은 사회성

- 돈벌이에 진심인 편

- 돈과 시간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어 준비하느라 항상 바쁘다

- 너무 예뻐서 자는 아이 궁둥이로 두둘 기는 중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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