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2일차
"그동안 바빴으니까 쉬어간다고 생각하세요"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으로 만들어보세요"
여러가지로 정신 없던 워킹맘이었기에 '쉼'에 대해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에 기프티콘을 보내준 분들도 계셔서 가족들이 있는데 '혼자 이거 시켜서 방에서 먹으면 어떨까'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며 한번 피식 웃어본다.
행정기관에서 많은 전화가 왔다.
확진자가 폭증하는 만큼 밀접접촉자, 자가격리자도 많을텐데 많은 분들이 동원되어 업무를 하고 계시는구나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름, 주민번호, 주소에 대한 확인
발생자 행정구역 담당자와 이야기한 내용이 맞는지 체크
방역 담당 공무원이 전화를 준다고 한다.
자가격리자 증명서가 곧 발급될 예정이고,
동거가족이 있다면 그들의 학교와 회사에 알려야한다고 했다.
남편의 회사에선 동거인이 자가격리일 경우, 검사를 하고 음성임을 제출해야 출근할 수 있다고해서 선별진료소를 다녀온 상태다.
나는 확진자와 점심 식사, 커피를 마신 경우다.
그 식당에 갔을 때 옷차림 등을 기억하냐고 물었다.
(음.. 난 어제 먹은 점심메뉴도 기억을 못하는데 ㅎㅎ)
식당 cctv를 다 돌려 보며 혹시 추가 접촉자가 있나 보려는 것 같다.
그 말을 들으니 짠하여 오만 기억을 꺼내어 옷차림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내가 앉았던 위치를 생각해냈다.
(제발 도움이 되었기를)
이번엔 다른 사람 같은데 또 전화가 왔다.
10번쯤은 이야기 했던 나의 마지막 출근일, 접촉일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같은 팀의 다수가 밀접접촉자로 추가되었다.
다행히 이미 모두 재택근무 중이기에 불상사는 없다.
앱 설치 안내를 받고 이제 매일 아침저녁으로 자가진단을 한다.
이와중에 뭔가 핫라인이 생겨 든든한 이 철 없는 나
지금은 자가격리 초기라서 여러가지를 확인하느라 그렇겠지만 참 많은 분들이 애를 쓰고 있구나 느낀다.
아주 급한 일 아니면 점심시간엔 일을 하니 않는데 12시 30분쯤에도 전화가 오고 18시가 다되어서도 전화가 온다.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올라온다
내 옆자리의 확진자는 동거가족 모두가 확진을 받았다.
초등학생 아이들까지 ㅠㅠ
그리고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목이 많이 아프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의 목도 깔깔하고 붓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별로다.
금요일까지 접촉했던 분이게 여쭈니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혀와 목이 말라서 계속 물을 마시고 있다"며 역시 불안하다고 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
그런데 지금 뭘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생각에 더 화가난다.
그냥 아니길 바라며 있는것 밖에 할 수 있는게 없다.
물론 지금도 아닐꺼라고 믿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제 고작 이틀째인데,
사람들이 있는 곳에 다녔던게 아주 옛날일 같고 무섭게 느껴진다.
인스타그램에 놀러간 사람들의 사진을 보니 걱정스러운 마음과 휴가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000 엄마가 돌아가셨어
대학시절 절친의 엄마가 5년간의 투병생활을 마치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맨날 너네끼리 어울려 다니니 다들 시집을 못가지!
그래도 조심해서 다녀와
라고 용돈을 챙겨주시던 유쾌했던 고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작년 우리아빠 돌아가셨을 때, 아이가 어리니 오지 말라고 해도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두시간 운전을 해 달려온 내 친구의 엄마가 떠나셨다.
그런 그녀의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간 전화로 울어주는 것 밖에 할 것이 없다.
10년쯤 지나면 이또한 추억이 되어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