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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S Jul 26. 2021

반갑지는 않지만 이만하길 다행이다.

자가격리 1일차

지난 주말, 부서 리더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내가 근무하는 다른층의 사람이 코로나 확진을 받았고 전사가 각자 검사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외부에 있던 나는 부리나케 보건소의 선별진료소로 가 검사를 완료하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검사가 나오는 월요일 아침,

전혀 겹치는 동선이 없어 괜찮겠지라는 마음이 컸던 나를 반성한다.

나의 검사결과가 통보되기 전, 내 옆 자리 앉는 직원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대체 내 검사결과는 왜 안오지..."


다른 사람의 양성 소식이후 검사결과가 도착학까지 공백 30분동안은 지옥이었다.

내가 확진자라면 난 이미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낸터였고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며 위안을 하고 있었다. 

특히 11살 아들에게 계속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대학교 합격문자보다 더 반가웠던 것 같다.



나의 자가격리는 이제부터 시작



확진자인 옆사람과 나는 수요일 점심과 커피를 함께했고,

목요일엔 회의실에서 회의를 했다.


물론 사무실내에서도, 회의시간에도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그래도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엔 마스크를 벗었었다.


그가 확진이 되면서 역학 조사가 시작되었고 나는 자가격리 대상이었다.


공식적인 자가격리자가 되기전,

확진자의 지역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식사를 같이 한게 맞는지,

코로나 검사를 빠르게 했는지 (혹 다른 이유가 있는지 물어본듯)

나는 이상증상은 없는지 등등.


그렇게 K시의 보건소에서 2번의 통화를 했다.


첫번째 전화는 밀접접촉이 된 정황에 대한 질문이 주였고,

두번째 전화는 나의 주민번호, 주소 등 행정적인 질문을 했다.

그리고 나의 행정구 보건소에서 정보를 이관한다고 했다.


이제는 자가격리자이니 가족과의 접촉도 금지했고,

내가 음성이니 가족들은 아직 검사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1. 마스크는 정말 중요해

행정적 판단의 기준이기도 했지만 

KF94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었던 것에 스스로 안도하고 있던 나를 발견했다.

옆사람의 확진 소식을 집에서 듣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한건 바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기도 했다.

폭염때매 물론 덥고 짜증난다.

그래도 마스크 꼭 써야겠다.


2. 코로나는 정말 가까운 곳에 있다.

처음에 코로나 확진자는 뉴스에 다 나왔다.

그런데 어느샌가 옆집 누구도 자가격리를 하고, 어떤 분은 코로나 치료하러 다녀오시고...

한다리만 건너면 쉽게 노출되는 것이 되었다.


3. 차카게 살아야겠다.

사실을 이야기하는데도 마음이 콩닥거린다.

만약 나쁜짓을 했다면 심장이 떨어져 나갔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면 참 불안하다.

나는 비록 음성이지만 가음성일 수 있다고 인사팀에게 메일을 받았기 때문이다.

뭔지 몰라 네이버에 검색을 하니, 아주 초기이면 음성으로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지금도 불안하지만 그 마음을 누르기로 한다.


자가격리 1일차의 나는...


사실 오전엔 정신이 없었다.

인사팀, 부서 리더와의 통화, K시 보건소와의 통화 등등

오후로 갈수록 급한 회사일도 정리를 하고 정신이 든다.


이제 작은 방안에서 남은 2주를 무얼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2주동안 걱정만 하고 이 에어컨도 없는 좁은 골방에 있을 순 없으니까.

좀 더 생산적인 걸 해보기로 결심한다.


쇼핑하듯 모아둔 책들도 떠오르고,

얼마전까지 필사하던 '논어'도 떠오른다.

생각하다가 결론을 못내고 던져둔 여러 프로젝트들도 생각이 난다.

매일 운동을 하겠다며 걷뛰(걷기+뛰기) 인증을 어떻게 할지 걱정도 된다.


생각만 많고 움직이기 싫었던 오늘이지만,

그래서 그냥 조용히 누워 있고 싶었지만...

누군가 추천해준 빅씨스 언니의 홈트레이닝 유튜브를 플레이해본다.

헐렁한 파자마를 입고 좁은 방에서 움직이고 있자니 좀 웃긴다.

빅씨스와 사뭇 다르지만 그래도 40분간 부지런히 움직이며 다짐한다.

"브런치에 이 기록을 남겨야겠다!"



아직 철없이 1일차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혼자 홈트를 40분이나 했다는 거에 스스로 뿌듯해 하고 있다.

이 순간도 제발 웃픈 에피소드로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확진자인 옆사람은 연신 미안하다고 죄송하다고 했다.

사실 그 사람이 잘못은 아니지...

그도 피해자인것을...


슬기로운 자가격리 생활을 다짐하는 첫날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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