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 한국미술명작
국현에서도 이건희 컬렉션이 시작됐다. 기증받은 지 두 달 만에 공개하는 이번 전시는 여론에 등 떠밀린 게 아닌가 우려스러웠다. 어쨌건 국민적 관심사가 높고,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미술품 기증이었으니 이른 공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나는 대구에서도 서울에서도 이건희 컬렉션을 보면서 어떤 작품이 있을까? 작품 하나하나에 보다는 컬렉터가 가진 예술에 대한 깊은 애정에 놀라고 감탄한 시간이었다.
삼성은 왜 예술품을 수집했을까? 에 대한 호기심으로 예술을 개인적 취미의 영역에 뒀는지, 기업의 미래 먹거리로 생각했는지에 대해 눈여겨 봤다. 전시실에 들어서 그들의 컬렉션을 보면 우선 예술에 대한 깊은 사랑이 진심이구나 느낄 수 있다.
페기 구겐하임을 보면서 나는 부자이기에 수집한 그림도 그녀의 명성 덕에 후에 높은 가치를 얻었다고 평가절하했었다. 한국 미술계에 삼성(홍라희 관장)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했기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작품도 대기업의 부와 명성이라면 누구나 이룰 수 있을 거라 추측했다. 두 케이스 모두 실력과 노력이 아닌 외부적 요인 덕에 쉽게 이룬 결과물이라고 생각했던 (열등감에 빠져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리움미술관만 가봐도 알 수 있듯 그들은 미술에 대해 매우 진지하며 매우 전문적이다. 세계적인 미술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소장품 리스트뿐만 아니라 미술관의 크고 작은 시설물도 미술품을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술가를 포함해 미술관 운영에 관한 전문 인력의 양성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균형 덕에 한국 미술계를 리드할 수 있었다. 이건 단순히 돈이 있었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예술에 대한 깊은 사랑과 분명한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개인의 취미 정도가 아닌, 시대적 사명으로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쪼록 삼성의 기증 덕에 국립현대미술관도 이제 김환기의 점면화를, 이중섭의 황소를 소장하게 되었다. 국립 미술관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이 없었다니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대목이었는데 모두 해결됐다.
나는 이건희 컬렉션을 보면서 여러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든다. 우리 모두는 기증자의 선한 의도와 상관없이 가벼운 이벤트로, 기득권의 숟가락 얹기로, 관료적 사고로, 미술을 애정이 아닌 자랑거리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코로나 4차 대유행의 어려움 앞에 미술관만, 미술만 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예술의 쓸모에 대해서도, 사회와 동떨어진 동시대의 미술계가 약간 거북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