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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본 미술산업의 미래

by 인생은 아름다워

상하이 WEST BUND 도시개발 사례로 본 부산의 미래

부산일보의 “오시리아에 경매 브랜드 ‘소더비’진출” (박세익 기자/ 2021.08.23) 기사를 보면서 상하이 West bund 도시 발전 사례가 떠올랐다. 2010년 상하이 국제 엑스포를 기점으로 상하이는 도시의 하드웨어 정비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파워를 위해 진지한 고찰을 했다. 그 키워드는 문화예술이었고, 시 정부는 상하이의 쉬휘이 구(徐汇区)의 west bund를 조성하여 문화예술 특구로 지정했다.


쉬휘이 구(徐汇区)의 중심부는 백화점의 메카라 불리는 상업 중심지구로 유동인구와 교통이 발달되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조계지와 연결되어 외국인과 관광객에게도 익숙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푸동과 징안 지역의 급속한 발전으로 많은 자본이 쉬휘이 구(徐汇区)에서 떠나며 도시는 침체되는 추세였다. 그래서 구(区) 정부는 쉬휘이 구(徐汇区)의 외곽의 개발되지 않은 공항 빈터 일대를 개발 적합지로 생각했다. 황푸강까지 끼고 있으니 문화예술 특구로 손색이 없었다.


2014년 롱뮤지엄(Long museum)이 들어섰고, 위즈 뮤지엄(Yuz museum)도 개관을 해 세계적인 현대미술 전시를 선보였다. 그해 말 West bund art fair가 기존 아트페어의 형식을 버리고 첫 년도 30개의 해외 탑 갤러리에게 부스비를 받지 않고 상하이로 초청했다. ‘자리를 마련했고, 중국의 자본가와 재력가를 모셔 올 테니 이곳에서 최고의 그림을 파시오.’ 전략이었다.


2014년 크리스티가 옥션도 상하이에 진출함으로써 상하이라는 도시의 상징성이 생기기 되었고, 파생된 낙수효과도 상당했다. 중국의 재력가들에게 미술품 거래를 통해 단번에 세계적인 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짜릿함을 알게 했고, 크리스티 경매에서 최고가 낙찰을 하는 순간 전 세계 언론이 낙찰자와 그의 회사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얻게 되는 홍보 효과도 매력적이었다.


롱뮤지엄의 창업자 류이첸(刘益谦)은 2015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를 1억 7040만 달러(한화 약 1953억 원)에 낙찰하면서 단번에 세계 미술씬에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그 미술관이 바로 상하이시가 문화예술 특구로 개발한 West bund에 자리하고 있었고 전 세계 언론은 롱뮤지엄에 집중 조명하며 아시아의 주요 미술관으로 소개하게 되었다. 사실 택시 기사 출신의 류이첸은 갑작스러운 부를 이룬 사업가였으나 상하이에서도 그의 존재력과 영향력은 미비했다. 그런 그가 단번에 세계적인 부호, 세계적인 미술 컬렉터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미술의 이런 메커니즘 덕분이었다.


2014년 당시만 해도 상하이는 전 세계 미술계에서 존재감 없는 곳이었다. 중국 미술=베이징이라는 시각이 강했기에 상하이는 아류로 취급받던 시기였다. 시 정부의 미술특구 지정으로 도시의 발전 방향을 명확히 했고, 자본가는 미술관 건립 등으로 인프라를 깔았다. 그리고 그곳에 전 세계인 모여들었다. 매년 11월 3-4째주가 되면 상하이로 몰려드는 전 세계 컬렉터, 미술관 갤러리 관계자, 미술기자, 해외 옥션 회사, 세계적인 큐레이터 및 비평가로 상하이 도시 자체가 예술 축제로 빛난다. 그들이 일주일 가량 상하이에 머물면서 먹고, 자고, 쓰며, 소비하는 그 모든 비용은 도시의 유형자산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었고, 세계 최고의 전문가 그룹들이 움직이면서 가져다주는 도시 브랜드 파워는 상상 이상의 효과를 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는 상하이를 아시아 현대미술시장의 허브라고 부른다. 10년 전 상하이는 특색 없는 부자 도시, 홍콩의 아류 정도로 치부했는데 말이다. 이러한 변화는 5-6년 만에 이뤄낸 성과이다. 홍콩의 미술시장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로 미술품 면세지역을 설정하며 절세와 면세혜택을 쏟아내던 상하이는 코로나 악재로 (국가 이동제한 같은) 서구 자본에게 대안이 필요했는데 조금 더 안정적이고 시장 확대 등의 발전 가능성이 큰 한국이 적격이었으리라.


상하이와 부산은 닮은 점이 많은 도시다. 부동산 개발 관점에서도 상하이에 비하면 부산의 기장 일대는 해외 자본이 들어오면 손 집고 헤엄칠 수 있는 곳이다. 우선 부산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에 비해 부산과 울산 사이의 저개발 지역임이, 부울경을 아우룰 수 있는 지리적 장점과 반도의 위치에서 바다를 끼고 있는 제2의 도시라는 사실 등도 그렇다. 그리고 미술관 유치 사업은 결코 감정적 호소가 아닌 도시 개발 관점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꼭 필요한 영역이기에 이번 소더비의 진출은 이러한 부산이 가지고 있는 강점에 적합도가 높았으리라 생각한다.


이 기사를 보면서 이건희 미술관을 서울에 유치하기로 한 문체부의 관료적, 중앙 중심적 사고에 또 한 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부산이 문화예술관광 산업에 힘을 쏟으려고 하지만 부산을 대표할 만한 미술관이 없다. 부산시립미술관과 그 한켠 작게 이우환 공간 정도로 우리가 부산을 문화예술의 메카라고 부를 수는 없다. 현재 서울의 국제, 가나, 현대모터스튜디오 등 주요 갤러리들이 부산에 분관을 열고 있으므로 이에 힘을 실어줄 상징적인 미술관의 존재도 필요하다.


복합 문화예술관광 단지는 자칫 큰 카테고리 때문에 특색이 없는 지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중에서 선택과 집중을, 기왕이면 부가가치가 높고 확실한 차별화가 가능한 예술이 오시리아의 얼굴이 되었으면 한다. 부산시는 문화예술관광을 도시의 산업의 동력으로 발판 삼아 ‘제 2의 도시, 부산’이라는 명성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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