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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 재밌는 미술시장 이야기

by 인생은 아름다워


2019년 홍콩 크리스티에서 김환기의 '우주 05--71 #200’(1971)'가 135억 원에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로 낙찰되었을 때,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소장자가 누구냐?"

"A그룹의 회장님이라던데?"

"B미술관에서 구입했다는데, 거기 한국인 아트 디렉터를 아느냐?"

"해외 거주하는 C그룹의 아들이라고 하더라."


당시 나도 언론사에 있었기에 며칠간 확인 전화와 추측들이 난무했지만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그저 꽤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해 소장자를 추측했을 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대갤러리 50주년 기념 전시에 등장했기에 다행히 소장자는 한국인인가 보다 안심을 한 정도...?


그런데 2022년 갑자기 소장자가 등장했고, 당시 우리의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글로벌세아 그룹의 김웅기 회장님이 바로 소장자이며, 대치동 본사 사옥 내 S2A갤러리 개관 소식에 맞춰 이 사실을 알리게 되었다.


미술품 경매에는 여러 재미있는 옵션들이 따라붙고, 감히 상상도 못 할 금액이 거래되는 옥션의 경우 작품을 낙찰하는 데는 여러 숨은 의도들이 있다.


나는 운이 좋겠도 2015년 상하이에서 미술이 어떻게 경제가 되고 산업이 되는지 눈으로 직접 보고, 현장에서 일을 하며 배웠었다.


그 일례가 바로 2015년 11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경매 사상 2번째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모딜리아니의 회화 <누워있는 나부>를 약 1972억 원에 낙찰한 중국인 류이치엔과 왕웨이 부부의 사례였다.


당시 전 세계의 주요 언론에서 그들을 조명했고, 롱 뮤지엄의 설립자인 그들 덕분에 shanghai west bund는 단숨의 중국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으며, 아시아 최고의 미술관으로 거론되곤 한다.


이들의 작품 구입에는 당연히 매우 똑똑하게 설계된 밑그림이 있었고, 그들이 예상한 바 그 이상의 이익을 창출해냈다. 정량적, 정성적 수치 모두에서 말이다.


지금까지도 나는 그들의 이 사례로 미술경제, 미술산업을 케이스스터디로 삼는다. 그리고 아빠가 항상 나에게 강조하던 현상 이면의 것들을 읽어낼 줄 아는 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사례를 통해 다시 한번 배우게 됐다.


미술계는 복잡하고 계산적이며 어렵다. 당연히 큰돈이 오가는 모든 거래가 그러하듯 말이다. 단순히 나의 부를 자랑하기 위한 자본가들은 금세 미술사업에 흥미를 잃는다. 예술은 돈 먹는 하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큰 부를 축적한 기업가들은 미술을 가까이할까? 분명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거위가 어떻게 지속적으로 황금알을 낳을 수 있게 하느냐가 관건일 뿐.


먼 훗날 강단에 서게 될 날이 온다면 왜 현대미술시장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한 발짝 앞섰는지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각설하고,

그러한 이유로 김환기 우주의 소장자가 한국 기업인이라는 사실, 기업에서 갤러리 사업을 한다는 사실 모두가 반가울 따름이다.


게다가 한국인이 사랑하는 쿠사마의 작품이 개관전으로 선보이고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이 전시장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으면 한다.


여름엔 시원하고 조용한 갤러리가 최고니까.

전시는 9월 14일까지 S2A gallery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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