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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미술산업을 보다

울리지그(Uli Sigg) 특강

by 인생은 아름다워


Taste Maker가 될 것인가, Taste Taker가 될 것인가. _울리지그


상하이에 있으면서는 감사하게도 예술의 본질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다. 잘 나가는 작가가 누구인지, 그 작품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오를 건지, 누가 이 작품을 샀는지, 어떤 언론이나 유명인이 언급했는지가 아니라 "왜 이 작품이 지금 이 시대에 중요한 가치를 가지게 되었나."를 더 많이 말했다. 미술관에서도, 상업 갤러리에서도, 아트페어와 같은 미술시장에서도 말이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는 오로지 유명세가 이 모든 질문을 뒤삼켰다. 그저 인스타용 이미지로 소비되는 현재의 한국미술계가 나는 적잖이 당황스럽다.


오늘 홍대에서 열린 울리지그의 특강을 들었다. 중국에 있었으니 당연히 내게는 익숙한 인물이었으나, 오랜만에 중국 유학생활을 떠올리며 무척 재밌게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익히 알고 있던 그의 컬렉션에 대한 철학들이었기에 새로운 이야기 아니었으나, 오늘의 내게는 무척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많은 한국 미술계의 인사들에게는 무겁게 고민했으면 하는 이야기였다.


울리 지그는 취리히 법학을 전공하고 경제부 기자로 경력을 시작해 스위스의 외교관 (중국, 몽골, 북한)이자 사업가로 활동했다. 그는 ‘현재의 중국 현대미술을 존재하게 한 사람’, ‘중국 현대미술을 세계에 소개한 컬렉터’로 유명하다. 2012년 자신 컬렉션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510점을 홍콩 M+뮤지엄에 기증한 인물이다.


그는 1970년대 중국에 와 1980년부터 작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는데, 그는 중국에 있으면서 “현대미술을 통해 사회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컬렉션을 시작했다”라고 한다. 그래서 그의 컬렉션은 백과사전처럼 한 나라의 히스토리와 타임라인을 가지고 모아졌다.


그는 스스로를 연구자라 부르는데, 사실 나는 울리지그 덕분에 현대미술이 가지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해 많이 고민을 하게 된 사람 중 한 명이다.


오늘 그가 또다시 한번 강조한 이야기 "예술은 사회와 공유되어야 하며, 개인의 것이 아닌 시대의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청중들은 그에게 어떤 작품을 사야 성공적인 컬렉션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난 질문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컬렉션에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볼지를 결정하면 될 뿐이다.


그가 말했다. "예술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고통에 가깝다."라고, 결국 울리지그는 1980년 중국사회의 수많은 고통에 눈을 돌렸고, 그 속에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중국작가들만의 조형언어가 그를 사로잡았다.


예술가의 눈으로 보인 중국의 실상, 그 안에서 공감과 위로를 받았기에 그는 스스로를 믿고 수많은 중국작품을 모으게 된 것이 아닐까.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공감과 위로를 준 작품이 결국 시대의 모습이었고, 그 시대상이 결국은 세계적인 컬렉션이 된 것일 뿐.


작품을 투자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가치와 본질"에 대한 이야기였다. 학교에 오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10년 전 본질에 대해 수 없이 고민한 그때의 내가 생각나 행복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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