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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국에서 미술시장을?

좋은 작품이란 무엇인가?

by 인생은 아름다워

2007년 처음 미술시장을 공부할 때 내게 가장 풀리지 않는 궁금증은 ‘과연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인가?’라는 질문의 답이었다.


비싼 작품이 좋은 작품인가?

많이 팔리는 것이 좋은 작품인가?


옥션에서 최고가를 경신하는 작품은 왜 지금 시점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으로 낙찰되는지, 왜 사람들은 수천억을 들여 작품을 가지려고 하는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주변의 많은 미술계 어른들에게 묻곤 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내게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지만 하나같이 비슷한 답이 돌아왔다. 바로 작품을 많이 보게 되면 알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 궁금증을 풀겠다는 일념으로 정말 많은 전시장을 다녔고, 작가에게 질문했다. 그리고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주제가 무엇일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고 공부했다.


당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의 영향으로 중국 현대미술이 전 세계 미술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던 때였다.


왜 서구 자본은 아름답지도 않고 천박해 보이는 중국의 현대미술에 환호하는 것일까?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을 무엇을 말하고 있기에 대륙을 초월하여 공감을 얻고 작품이 판매되는 것인가? 를 진지하게 살펴봤다.


중국은 유구한 역사 속 인문 철학적 깊은 사고가 꽃 핀 나라지만 문화 대혁명을 겪으며 인간 존엄성의 훼손을 경험했다.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 국가이면서 자본주의 시장체제를 받아들이면서 겪게 되는 극단적 부의 양극화와 배금주의 사상, 부패한 권력과 독재로 자유가 억압된 나라 안에는 수많은 문제와 갈등과 고뇌와 절망이 가득했다.


중국의 50년대 작가들은 그들의 부모와 그들이 겪었던 시대의 모습을 화폭에 옮겼다. 조금의 포장도 왜곡도 없이 시대의 모습을 적나라하되 예술가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다양하게 외쳤다.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던 중국의 모습을 예술가들은 기록했고 그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비판하고 소리친 것이다. 서양 미술계는 중국 작품을 통해 중국 사회를 보게 되었고, 예술가들이 기록한 시대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와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밥 먹을 돈이 없어 끼니를 굶던 예술가는 작품값이 100배 500배 이상으로 뛰었다.


2000년 초반 서구 자본은 예술품을 통해 중국 사회의 모순을 우회하여 동의하고 비판하며 견제한 것이다. 중국의 예술가들이 보여 준 중국의 시대상은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고 세계 미술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 또한 예술이 중국 정부를 견제할 만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실제로 수많은 중국 예술가들은 중국에서 쫓겨나 서구사회에 정착하여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예술은 나약하지 않다.

예술은 그저 자본 증식을 위한 투기용 대체품도 아니다.

예술은 창의성을 기반으로 시대를 기록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그의 작품을 추앙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절망과 고뇌, 갈등과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글로 설명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공감의 힘 때문이 아닐까. 바로 예술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의 시대를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지 한국 미술계 안에도 이러한 고민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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