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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민 Jul 22. 2020

우리 집 레시피 1

[라따뚜이_라따뚜이]


잠시 외출했던 의진이가 쾌남처럼 장바구니를 한쪽 어깨에 걸치며 당당하게 들어왔다. 곧바로 손을 닦고는 저녁 요리를 시작했다. 무슨 요리를 해줄 건지 말해주지도 않고 나는 그냥 앉아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요리할 때 내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았던 적이 없어서 솔직히 쪼금 의심하면서 소파로 이동했다. 앉으려던 찰나, 역시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진이는 나에게 면을 삶아달라 했다.




물을 끓이고, 소금과 올리브유를 넣고 면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삶았다. 그러는 동안 의진이는 각종 야채들을 손질했고 일부는 오늘 저녁을 위해, 또 다른 일부는 평일에 혼자 차려먹을 나를 위해 분리하여 담아두었다. 파스타를 하는데 이런 재료들이 필요했던가. 잠깐 생각했지만 요알못인 나는 얌전히 하란 것만 했다. 면을 잘 삶고 다시 앉으러 가는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엔 정체불명의 소스를 저어 달라는 것이었다. 처음엔 파스타 소스일 거라 생각했다. 한참을 저은 뒤 큰 그릇에 담으라는 지시를 받고 식탁에 앉아 가지, 토마토, 호박, 버섯 순으로 표면을 둘러쌓으란 지시를 받았다.




이게 무슨 요리지 싶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오븐에 넣은 다음 익은 야채와 소스를 확인하고 한번 더 빼내 그 위에 치즈를 둘러 오븐에 넣었다. 괜히 내가 직접 한 기분이 들어 재미있었다. 치즈가 적당히 타는 듯할 때 파스타도 완성시켰고 우리는 영화를 보며 먹기로 하고 티비로 영화를 찾았다. 셰프께서 보자고 하신 영화는 다름 아닌 ‘라따뚜이’, 나는 그때서야 오늘의 메뉴를 알 수 있었다.



‘나폴리탄 파스타’와 ‘라따뚜이’ 모두 정말 맛있었는데 특히나 라따뚜이는 두고두고 우리 집이 만들어 먹으면 좋겠을 메뉴로 등극했다. 비록 영화 라따뚜이에서는 쥐가 주인공이라 쥐떼가 나오기도 하면서 밥맛을 잃을 뻔도 했지만 마지막쯤에서 해당 요리를 만드는 모습이 오늘 내가 했던 것과 닮아서 더 기억에 남고 좋았다. 맛도 재미도 다 사로잡은 오늘의 셰프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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