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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민 Jul 08. 2020

주어진 21일

추구하는 바



결혼을 앞두고 있을 무렵에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이 영화는 원래 일본 버전을 원작으로 하는데 이 역시 인상 깊게 본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영화가 한국 정서를 어떻게 잘 담아내고 있을지 궁금했다. 거의 개봉하자마자 예매를 했던 것 같다. 영화는 상상했던 것보다 한국만의 정서를 더욱 잘 담아내고 있었고 소장해서 생각날 때마다 다시 보고 싶단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시끄럽고 급하고 비슷한 서울 생활의 모습과 조용하고 여유롭고 주체적인 시골 생활의 모습이 대비되어 나온다. 사실 이런 부분에 있어서의 공감이 컸던 건 아니다. 서울에서도 내가 시골 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가치들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못할 건 없기 때문에. 그리고 시골이라고 해서 마냥 여유롭고 조용한 것은 아니다. 사람도 많지 않은 동네이지만 혹시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친구들이라도 있으면 그들이 불쑥 찾아와 시간을 보내고 떠들다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내가 <리틀 포레스트>를 간직하고 다시 보고 싶었던 이유는 자신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어가고 그 시간 속에서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모습 때문이었다. 직접 밥해먹고 재료 하나하나 키우고 가꾸고 하는 걸 보면서 오히려 더 바쁘기도 하지만 주체가 되고 계절별로 특별한 뭔가가 있어 즐겁겠다고 생각했다.


과연 나는 주체적으로 살고 있을까. 음 어떤 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대부분 주체적으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과연 나는 나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어 가고 있을까. 해롭고 괴롭게 살아온 적 없고 지금도 그러하다. 건강을 위해서는 적당한 해로움과 괴로움이 필요하고 꽤나 그 선을 잘 지켜가며 스스로의 삶을 건강하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행복할까. 망설임은 있을지언정 거짓 없이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고 결론을 내렸다. 나는 행복하다고. 내가 다른 가치를 추구하며 살았다면 아마도 또 다른 방향으로 삶을 만들어 갔을 것이다. 그래서 추구하는 바를 생각해보고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없다고 문제가 되진 않는데 없으면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바로잡을 기회도 없다.


나는 이미 본 영화나 드라마를 또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던 <리틀 포레스트>와 <어바웃 타임>은 보고 또 보며 나를 위로하고 응원한다. 사랑, 나 자신, 행복, 시간,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다루는 영화를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사랑에 있어서 열정적이며 진심을 다하고자 한다. 나 자신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며 소중히 대하고자 한다.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려면 어떻게 행동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생각하려 한다. 시간을 빠르게 지나 보낼 수도 되감을 수도 없으니 후회 없이 살고자 하고, 인생이 흘러갈 방향에 있어서 최종 목표가 될 가치를 나이별로 세워보고자 한다. 


나에게 있어 가족은 전부다. 부모님께서는 섭섭하게 들으실 게 분명하지만 결혼 이전의 가족은 나의 부모님과 나뿐이었고, 정말 솔직하게 말해서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너무나도 소중하고 사랑하고, 없다는 것을 믿을 수 없고 없으면 못 살겠다 생각했지만, 뭐 이 말은 즉슨 '전부'와 비슷할 수 있으나, '전부'라는 표현을 떠올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나를 포함하여 부모님, 아내, 장인, 장모, 처형, 형님, 조카, 친한 친척들까지 모두가 가족이고, 가족은 나에게 전부다.


아내와 함께 가꿔나가는 나의 가정이 요즘 최대 관심사이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집을 꾸미고 바꾸는 것도 그렇고, 화분이나 정원에 점점 관심이 생기고 더 잘 키우고 싶은 것도 그렇고, 일만 하면서 하루를 보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야근을 속상해하는 것도 그렇고, 여러 부분에서 서로 희생하면서도 불평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깨끗하게 쉴 수 있게 보금자리를 관리하는 것도 그렇고, 앞으로 우리에게도 아이가 생긴다면 우리 가정만의 문화를 어떠어떠한 부분에서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이야기 나누는 것도 그렇고 이 모든 게 나를 설레게 만든다. 나는 어떤 아들이 될까. 남편이 될까. 나는 어떤 아빠가 될까. 결국 어떤 사람으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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