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재민 Jan 30. 2020

사실적 기록의 연습1

카페에 도착해 먼저 자리를 잡고 커피를 주문했다. 라떼를 좋아하지만 오늘은 괜히 오백원 더 저렴한 아메리카노가 눈에 들어왔다. 카페까지 오는 길에 조금 걸었다고 찬 음료가 끌렸다. 원두의 종류는 두 가지 중에 선택하면 된다기에 깊고 다채로운 맛을 골랐다. 커피는 자리에 있으면 가져다준다는 말에, 이 넓은 공간에서 나를 어떻게 찾아오겠다는 걸까 궁금해하며 미리 잡아둔 자리로 향했다.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폈다. 책을 쓴 뒤로 오랜만에 홀로 보내는 몰입의 시간이었다. 컴퓨터로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액자를 주문하고 사진을 보내고. 그맘때 커피가 나왔다. 음, 커피가 찾아왔다. 나를 어떻게 발견하고 내 앞에 놓였다. 오백원 더 저렴한 커피를 한 모금 주욱 들이켰다. 살짝 빈 속이라 그런지 차가운 카피가 목 아래로 내려가더니 온몸을 휘감았다. 시원하고 고소한 무언가가 보통 크기의 내 몸통 전체를 몇 바퀴고 회전하는 듯했다.


짜릿했다고 표현하고 싶다. 쉬는 날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멋진 공간에서 마신 한 모금의 커피는 몰입을 시작하기에 딱이었다. 바로 그때, 카페인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가슴이 떨렸다. 사랑을 눈치챘을 때처럼 설렜고, 갖고 싶은 걸 선물 받을 때처럼 들떴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무엇이든 하고 싶었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기분이었다. 커피를 두 모금 더 마시고 모니터를 바라봤다. 글을 쓴다. 노트북의 밝은 액정을 보고 글이 한 글자 한 글자 채워지는 걸 시각적으로 체감한다. 검은 글자가 몇 문장 적힌 백색 화면은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주위의 사물들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줬다.


아무리 설레고 몰입한다고 하더라도 배는 고파왔다. 아침 겸 점심으로 먹은 끼니가 전부였기 때문에 당당히 찾아온 허기였다.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고민해야 했다. 방금 전까지의 좋은 흐름을 끊기 싫은 마음에 검색을 해 찾아볼까 싶었다. 핸드폰의 잠금화면을 켠 채로 문득 그냥 나가고 싶어 졌다. 그냥 이대로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노트북을 덮고 외투를 입고 일어섰다. 목적지까지는 걸어서 15분, 조금 빠른 걸음으로 2분 정도 줄여볼 마음으로 밖을 나섰다.

이전 10화 주어진 21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