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간 영월, 마셨던 한 잔의 차

생각하는 시선

by 한재민

주말이 귀하디 귀한 스케줄 근무자에게 찾아온 토요일, 일요일의 휴무일이었다. 주중에 정신 없이 일하고 주말에야 쉬는 아내에게 일박이일로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했고, 아내는 아주 흔쾌히 나의 제안을 받아드렸다. 어디로 가면 좋을지, 귀한 시간만큼 특별한 여행이 되었으면 싶었다. 지도를 봤다. 경주를 좋아하고, 전주도 가고 싶었지만 운전하기엔 다소 멀게 느껴졌다. 두 지역에는 조금 더 여유있는 날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이때 강원도 지역으로 눈이 갔다. 그 사이에 작은 마을, 영월이 두 눈에 쏘옥 담겼다. 아내와 나는 각자 영월에 관심이 가는 부분에 대해 두가지씩 찾아보기로 했다. 툭툭, 딸각! 우리의 여행지가 영월이 되기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날씨가 기가 막히게 좋았다. 너무 좋은 나머지, 신혼여행으로 다녀왔던 스위스가 떠올랐다. 한발짝 내딛을 때마다, 고개를 돌릴 때면 정말 곱고 아리따운 풍경이 눈에 담겼다. 스위스보다 더 아름다운 자연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열심히 구경하고 즐겼다. 정말이지 즐거웠다. 귀했다.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은 가슴 속에 금방금방 추억으로 남으며 새겨졌다. 이런 행복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체력적으로는 지칠대로 지친 상태가 되었다. 예쁜 카페는 기대하지 않은 채로 괜찮을 것 같은 카페를 찾아봤다. 여러 커피가게와 찻집 중 발견하게 된 가게, 오후의 차. 직접 가보니 세련되거나 특색 있는 그런 카페라기보다 그냥 동네의 카페 느낌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메뉴판에는 4가지 종류의 차 이름이 적혀있었다. 패션프람보아즈, 사쿠라, 웨딩 임페리얼, 히말라야 로즈. 산딸기 가향의, 벚꽃가향의, 초코 캬라멜 가향의, 장미향의 차들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그 아래 적힌 메모를 발견했다. '30여 가지 차가 있어요!'


곧이어 아내는 적혀있는 것 외에 26가지 다른 차는 어떤 게 있는지 물어봤다. 기분에 맞춰서, 원하는 것에 맞추어 추천해주실 수 있는지 궁금했다. 가능하다는 대답을 듣자마자 질문을 시작했다. "많이 돌아다녀서 지치고 피곤한 상태이고, 힘이 났으면 좋겠고, 더워서 시원했으면 좋겠어요!"라는 아내와, "영월과 어울리는, 음 그러니까 사장님이 느끼기에 영월이 표현될 것 같은 차를 추천해주세요!"라는 나. 우리 부부의 추상적이고 돌발스러운 질문에도 그 어떤 망설임 없이 몇 가지의 차를 테이블에 꺼내더니 각각 시향을 시켜주었다. 먼저 꺼내주신 향의 종류들은 아내의 질문에 어울리는 것들이었다. 상큼하고 달달하면서도 깔끔할 것 같은 종류의 차들, 그중에서 아내가 고른 차의 이름은 자댕뒤 룩셈부르크였다. 이어서 선별해주신 두 종류의 영월, 사장님이 생각하는 영월은 구수하고 소소한 느낌을 지닌 향들이었다. 내가 고른 차의 이름은 운남전홍이었다.

얼음이 가득 담긴 큰 컵에 내려져 나온 자룩(줄여서)과 운남전홍은 마셔보니 극명하게 달랐다. 두 가지 모두 취향에 맞게 추천되고 선택된 것들이었고, 새로운 느낌까지도 받았다. 영월에 사는 분이 느끼는 영월의 매력은 구수하고 잔잔한 운남전홍의 향과 딱 맞아 떨어졌고, 우리 같은 여행자의 입장에서 느낀 영월의 매력은 달콤상큼하면서도 깔끔한 자룩과 아주 잘 어울렸다. 이날의 여행이 한 잔의 차와 함께 정리되었다.


영월이라는 동네의 카페가 한 잔으로 정리해주었다. 오후에 마신, 오후의 차는 우리의 여행을 향과 맛과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게 해준 한 잔이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또 다른 기회로 영월에 가게 된다면, 새로운 차를 마셔보며 새로운 영월을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