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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민 Jul 03. 2020

주어진 24일

나에게 주말이란



나에게 있어서 주말은 생각보다 더 심플하다. 근무 또는 아내 또는 가족과 보내는 날. 이렇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집에 있으면 운 좋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가장 평범한 생활이 가능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주말을 기다리는 것과는 기본적으로 비슷한 듯하지만 다른 이유다. 사람들은 평일의 정신없는 직장생활을 금요일까지 견디고 나면 토요일부터는 알람 없이 잠도 푹 자고 여유 있게 생활할 수 있고, 평일 낮이었다면 가보거나 즐기지 못했을 장소에 주말이라는 기회에 한껏 꾸미고 다녀올 수 있다. 또한, 평일에는 피곤하기도 하고 시간도 넉넉하지 않아서 친구들을 만나기 어려웠다면 주말을 이용해 데이트도 하고 친구들과의 모임에도 참석할 수 있다. 결혼 소식을 듣고 참석할 수 있을지 없을지 걱정하는 게 아닌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살림에 부족한 것들을 체크하고 구매하러 나서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무런 방해도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이도 있을 것이다. 취미 생활을 즐기고자 주말을 쪼개서 알뜰살뜰 사용하는 사람도 꽤나 많고, 맛있는 음식을 주문하고 밀린 TV나 영화를 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나는 불규칙한 직장생활을 주어진 스케줄에 따라 견디고 평일에도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여유 있게 생활하며 쉴 수 있다. 주말이라고 해서 더 꾸미거나 나가지 않는다. 친구들도 평일에 주로 만나려고 노력하고 아내의 퇴근 시간에 맞춰서 데이트를 즐긴다. 결혼식,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오히려 주말에 연차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연차의 수도 적고 반영될 확률도 낮다.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주말만 되면 아내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나는 평일에 일이 없는 날에도, 해외에서 체류할 때도 혼자 지내는 시간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주말만큼은 함께이고 싶은데, 아내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그것도 참 나만 생각하는 꼴이다. 둘이 보낼 수 있는 시간도 주말뿐이지만, 정작 아내가 혼자 있거나 모임을 가지거나 취미 생활을 할 시간은 주말뿐이다. 섭섭한 티가 얼굴에 잔뜩 묻어있는 남편을 생각해서 많이 양보하며 시간을 즐겨주는 아내에게 새삼 고마워진다.

주말의 개념과 형태가 은근히 다른데도 그 존재가 주는 안락함과 활기는 나 역시 느낄 수 있다. 해가 중천에 뜨기 전부터 가로등이 켜질 시간까지 집 앞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즐거운 괴성이 우리 집 창문 틈으로 조금씩 새어 들어온다. 아이들의 부모들은 그 곁에 자리 잡고 앉아 서로의 일주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각자가 지닌 나름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네 슈퍼만 다녀와도 주말의 활기를 느낄 수 있다. 평일에 지나다닐 땐 아무도 없는 골목길이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꽉 찬다. 고구마를 실은 트럭 앞에 앉아 동네 아주머니들과 가격 흥정을 하고 있는 아저씨도, 모처럼 자식들과 배드민턴을 치러 나온 부모들도, 날씨를 핑계로 별미 한 그릇 즐기러 나오는 사람들도, 화려하게 차려입고 씩씩하게 지나가는 등산객들도 만날 수 있다. 나는 내가 주말에 대해서 보통 사람들과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되어 안쓰럽다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으면 모르고 지나쳤을지도 모를 소소하고 소중한 분위기와 장면을 인지하게 된 것 같아 오히려 특별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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