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여줄 남자.

6화. 삼신의 과외.

by 묭롶




미리내는 자신의 환생을 위한 조건에 수락했지만 막상 현실은 막연하기만 했다. 당장 자신이 어떻게 무얼 해서 그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혼란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염라전의 단상 위에 앉아 바라보던 삼신이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아가야. 이 세상에 태어난 아기들은 모두 무언가를 새로 배워야 하지.

너도 마찬가지란다. 네가 죽인 그 남자가 다시 태어난 세상은 그전과는 너무도 달라.

너도 아기처럼 새로 배울 수밖에....

내가 널 도우마."



삼신은 미리내의 손을 잡고 염라 전의 넓은 공간을 빠져나왔다. 어딘가로 한참을 걷는 삼신의 손에 이끌려

걷던 그녀 앞에 방문 하나가 보였다. 삼신이 그 문을 열었고 그 문 너머의 공간은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환한 빛으로 가득해서 잠시 시야를 잃었던 미리내의 눈에 주변의 사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은 어느 한옥의 실내였다. 한옥이지만 자신이 살던 곳과는 다른 모습의 공간은 알 수 없는 물체들로 가득했다. 어리둥절해서 서 있는 미리내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은 삼신이 거실 벽걸이 TV를 리모컨으로 켰다.

TV화면에 다큐멘터리 한국의 근. 현대사라는 제목의 방송이 송출되었다.



"그래, 이게 널 도와줄 선생님이다. 이걸 보면 조선이 지금의 대한민국이 된 연유를 알게 될 게야."



미리내는 빠른 속도로 현재를 배워갔다. 집 안 곳곳에 놓여있는 각종 전자제품과 스마트 기기, 주방 용품과 욕실 용품 등 그녀에겐 모두 새로운 것들로 가득한 세상이었다.



"현대인에겐 꼭 필요한 세 가지가 있단다. 바로 신분증, 핸드폰, 카드 지.

자 보렴, 이제 넌 이걸 꼭 지니고 다녀야 한단다."



삼신이 핸드폰을 건네주고 가장 먼저 알려 준 것은 바로 배달어플을 통한 음식 배달이었다. 자신이 없더라도 배곯지 말고 밥을 챙겨 먹으라는 삼신의 말은 미리내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이제 필수품도 갖췄으니 현장 실습을 가자꾸나."



삼신은 그녀를 데리고 지하철 타는 법과 버스 타는 법을 알려 주었고 백화점에 가서 카드로 돈을 쓰는 법도

직접 경함 하게 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로 산 물건으로 바꿔 입은 미리내를 보며 삼신은 흡족해했다.

쇼핑한 물건을 한가득 택시에 싣고 북촌에 있는 한옥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은 삼신은 그녀를 이끌고 한옥마을 아랫동네에 있는 연탄구이 집으로 데려갔다.



"여기, 막창 이인분에 소주 주세요."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는 할머니와 손녀로 보이는 손님을 본 막창집주인은 주문을 받기 위해 테이블로 다가가는 아르바이트생에게서 메뉴판을 뺏어 들고 자신이 직접 테이블로 가서 주문자의 얼굴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손님, 죄송하지만 아무리 봐도 미성년자 같은데요. 민증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식당 주인의 질문에 미리내는 당황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식당주인은 그럼 그렇지란 표정을 지었지만

삼신은 미리내에게 말했다.



"아가, 신분증을 어서 보여드리렴."



미리내가 핸드폰 지갑에 보관 중이던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민증 상 나이는 그녀가 죽은 나이인 스무 살이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워낙 어려 보여서요. 그럼 곧바로 가져다 드릴게요."



주방을 향해 주인은 황급히 사라졌고 아르바이트 생이 소주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와 기본 찬과 함께 테이블 위에 세팅을 했다. 놓인 소주를 뚜껑을 따서 잔 두 개에 채워 담은 삼신이 미리내에게 잔을 건넸다.



"아가야. 오늘이 내가 도울 수 있는 마지막 날이란다.

이제 잘 들어야 한다. 너를 죽일 수 있는 그 남자의 환생에 대해 알려주마."







삼신이 알려준 남자의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 이름 : 윤병세

- 나이 : 32

- 성별 : 남

- 가족 : 어린 시절 아버지 사업실패 자살, 어머니 신장 투석 중, 외아들

- 직업 : 더원건설 구조안전기술팀 대리


삼신이 건네 준 사진 속 인물은 가토와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가토와 다른 인물이었다. 자신을 행해 일본도를 뽑아들던 압도적인 기세와 눈빛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어딘지 주눅들어 보이는 표정의 사진 속 남자가 정말 전생의 가토가 맞는지 실감이 나지 않아 미리내는 사진을 보고 또 보았다. 이런 표정이라면 그 누구도 죽이긴 힘들 것 같아 미리내는 혼란스러웠다. 그런 그녀를 보며 소주 한잔을 들이켜 마신 삼신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이제 앞으로의 일은 너 혼자 해내야 한다.

옆에 있지 못하지만 네가 해낸다면 넌 다시 나를 만날 수 있을 게야."



삼신이 건네준 소주잔을 들어 그녀의 잔에 부딪힌 후 마신 소주는 쓰고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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