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여줄 남자.
8화. 그 인 듯 그가 아닌 그와의 만남.
"죄송하지만 윤병세 씨 주소를 알 수 있을까요?"
모자를 눌러쓰고 택배 배달원 복장을 한 미래내가 택배 상자를 들고 더원건설 안내 데스크 직원에게 말을
건넸다.
"직원 주소는 개인정보라 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데스크에서 근무하는 보안 직원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질문에 답을 했다.
눌러쓴 캡 모자를 살짝 위로 치켜들어 얼굴을 보인 미리내가 직원의 눈을 쳐다보았다.
"이게 상하는 물건 같은데 사무실에도 없다 하고 본인은 전화도 안돼서 참 곤란하네요.
이거 하나 때문에 제가 일을 못해요. 사정 좀 봐주세요."
모자 아래로 그녀의 얼굴이 드러난 순간 보안팀 직원은 침을 꿀꺽 삼켰다.
'당장 걸그룹 센터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비주얼에 택배라니?'
규정상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미리내의 얼굴을 본 직원은 자동으로 구조안전기술팀 팀장의 내선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인터폰을 받은 팀장은 귀찮다는 듯이 인사파일에 적힌 병세의 주소를 불러주었고 보안팀
직원은 그대로 받아 적어 메모를 미리내에게 건넸다. 메모를 받자마자 쏜살같이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직원은 홀린 듯 멍하니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삼신에게서 가토의 환생인 병세가 더원건설에 근무한다는 정보를 받은 미리내는 그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회사 앞 공원에서 잠복에 들어갔다. 하지만 사흘이 지나도록 그는 출근은커녕 퇴근을 하는 모습도 볼 수가 없었고 그를 찾을 방법이 궁했던 미리내는 머리를 짜내기에 이르렀다.
'이러다 찾지도 못하고 소멸될 판이야.
이런 것도 검색하면 나오려나? '
한참을 스마트폰으로 사람 찾는 법을 열심히 검색을 하던 미리내의 표정이 급 밝아졌다.
그렇게 궁여지책 끝에 주소를 알아낸 미리내는 더원건설 정문을 뛰쳐나와 그의 집으로 향했다.
택배박스를 들고 그의 아파트 현관문 앞에 도착한 그녀는 초인종을 연신 눌렀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고 인내심이 약한 그녀가 현관 문을 쾅쾅 두들기자 옆 집 현관문이 열리면서 나온 아주머니가 그 총각이 갑자기 이사를 간다고 자신에게 작별인사를 했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미리내는 정말 답답했다. 그냥 환생시켜주지 무슨 조건을 이렇게 달아서 사람을 생으로 고생을 시키는지
염라가 너무 미웠다. 모랫사장에서 바늘 찾기도 아니고 회사도 안 나오고 이사도 갔다는데 어찌 찾아야 할지
막막해서 그가 살던 아파트 일층 현관 앞에서 그녀가 멍하니 서있는데 설상가상으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에라 모르겠다. 비가 오니 막창에 소주나 한잔할 밖에.'
그렇게 그녀는 아파트에서 걸어 나와 붐비는 식당가를 벗어나 비교적 한산해 보이는 막창집에 들어가 막창에 소주를 시켰다. 연탄 위에서 익어가는 막창에서 흘러나온 육즙이 조금씩 연탄 위에 떨어질 때마다 피스슥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올라왔고 창밖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겹쳐 막창은 익어갔다. 비를 바라보다 막창을 뒤집고 소주를 한 잔 쪼르르 잔에 따라 채워 한입에 털어 넣은 뒤 익은 막창 한 점을 입에 넣고 씹으며 미리내는 생각했다.
'삼신이 마지막 날 왜 내게 이걸 사줬는지 알 것도 같아.
한 생물의 食과 영양을 담당했던 기관이 그 생물이 죽은 뒤에도 이리 남아 다른 생물에게 씹는 맛과 영양을 전해주는 건 어찌 보면 지금의 내 모습과 닮은꼴이야. 죽었지만 죽지 않은 존재인 내가 그냥 사라지지 않고
다시 살아서 사는 즐거움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삼신은 내게 이걸 권한 것일 테지.'
다시 소주 한잔을 따라 이번에는 빗소리를 안주 삼아 창밖을 바라보는 미리내의 눈에 주차된 차량 한 대가
보였다. 혼자 앉아 마시는 술이라 술동무도 없던 그녀는 주차된 차량을 하릴없이 쳐다보았다.
한참을 지켜보니 내리는 비로 식당의 유리창에도 김이 서렸지만 주차된 차량의 유리는 유달리 뿌옇게 흐려
보였다. 지나가는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그녀가 지켜보던 차량을 비추고 지나가는 잠깐의 시간 동안 그 흐린 유리 사이로 사람의 윤곽이 보였다.
"와장창창."
그순간 자동적으로 앉은 자리에서 몸을 박차고 식당을 빠져나와 도움닫기 후 공중으로 뛰어오른 미리내의 발차기가 차량의 앞 유리에 내리 꽂히자 차량의 안전유리가 조각조각 큐브가 되어 산산이 흩어졌다. 운전석에 머리를 박은 채 정신을 잃은 사람을 확인 한 그녀는 다시 앞 유리창 안으로 몸을 밀어 넣고 손을 뻗어 운전석 문의 잠금 버튼을 풀었다.
운전석 문을 연 미리내가 그 경황없는 와중에도 안전벨트를 매고 운전석에 머리를 박고 있는 남자의 상체를
들어 올려 그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그녀는 외쳤다.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