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사진을 하다 보면, 분석하고, 공부할 시간에 사진 한 장을 더 찍는 게 배우는 게 많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어. 그런데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물론 난 아직도 한참 배워가는 입장에서 그 사람들보다 훨씬 못 미치는 실력을 가졌고, 고집도 있는 거일 수가 있어. 그래도 나는 그저 많이 찍는 게 실력이 느는 단 하나의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사진의 특수성을 충분히 인정하지만 동시에 그 어떤 분야도, 그저 양만으로 실력이 늘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바둑을 꽤 좋아하는데, 바둑을 아무리 잘 두는 기사라고 하더라도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면 100%를 꺼낼 수 없어. 최근에 본 인터뷰에서 이세돌 기사가 *(1) 중국의 치팅 논란이 있던 선수를 보며 답변한 멘트가 꽤 인상 깊었는데 그가 그 경기 이후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것은 치팅의 증거가 될 수는 없을 거라고 말했었어, 그 근거로 치팅을 했다면 당연히 이후 경기가 떨어지는 게 맞지만 치팅을 안 했더라도, 이 정도로 세상의 관심을 받으면 그 사람의 멘탈이 온전하지 않아서 경기력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럽다는 거야. 너무 공감했어.
그리고 최근엔 한 한국인 UFC 선수가 경기를 쉬다가 복귀하려는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했던 이야기를 봤는데 꼭 격투기를 해야지만 격투기 경기를 잘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했었어, 그러면서 무작정 스파링을 늘리고 이런 것보다. 재활을 하고, 멘탈 관리를 하고 이런 부분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뉘앙스였지.
물론 이 모든 건 애당초 어느 정도 양을 쌓아온다는 전제가 있긴 해, 나도 그건 동의해 그런데 사진을 정말 좋아한다면, 누구나 한 달에 몇천 장 많으면 만장은 찍는 거 아니야? 그럼 그걸 십만 장 찍는 게 정말 의미가 있냐는 말을 하고 싶어.
아니야 나는 이 구간에서는 더 사진에 대한 공부를 하거나, 아니면 그 시간에 소설을 쓰며 장면을 그려나가는 연습을 할 수도 있고, 그림을 배워서 색다른 아이디어를 고안해 볼 수도 있다고 봐. 그냥 이렇게 말만 하고 끝내는 건 너무 쉽잖아? 뭐 그냥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이렇게 들을 수도 있고, 그래서 이 책을 기획했어.
내가 여러 가지를 하고 있지만 나는 그래도 내가 무슨 직업을 가진 사람이냐고 묻고, 어떤 사람이냐고 한다면 나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고 할 것 같단 말이야. 그래서 뭘 하더라도 사진을 연습하고, 공부하고, 작품을 만드는 거는 절대 놓지 않으려고 해. 그 과정에서 내가 말한 대로, 소설 연구를 하다가도 사진을 생각하고, 그냥 분위기가 좋은 카페에 가서도 사진을 생각해서 어떻게 세상 모든 것들로 사진을 배우는가. 그걸 다뤄보려고 해.
사진을 그저 찍는 것 이상의 이야기, 자연물과 인간관계를 보고, 타 분야와의 통섭의 과정에서 사진을 배우는 그 모든 이야기를 해보려 해. 기대해 줘. 나는 정말 더 많이 찍어서 사진이 늘 수 있다는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어. 이제 그런 시대가 아니야. 운동도 체력관리하면서, 최첨단 시스템으로 적절한 휴식을 처방받는 선수가 앞서나가. 그런 시대가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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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둑에서의 치팅은 어떤 방식으로든 ai바둑을 커닝하는 걸 의미해 인터넷 대회나 혹은 다른 지역에서 원격으로 진행하는 대회도 있는데 이런 경우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치팅을 하기도 해, 신의 한 수 영화처럼 대신 둬주고, 모스부호 같은 코드를 몸 어딘가에 숨겨서 전달받는 경우겠지, 이 선수의 경우는 갑자기 랭킹이 훨씬 높은 상대를 이겨버려서 의혹이 생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