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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조각사 Sep 01. 2024

내가 걷는 이 길이 맞는 길일까?

나의 의심을 해소시켜 준 각 운동량 보존법칙을 따듯하게 이해하는 법

지금 연재 중인 이 '거기 있었다는 건'라는 책은 ‘시간’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시간은 물질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단위이다. 그래서 학문적으로는 물리학과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물리학의 많은 내용들이 정의되었고, 더 많은 내용들을 아직 정의하지 못하였는데, 시간에 대한 많은 부분은 아직 정의하지 못한 쪽에 속해있다.


사실 내가 ‘시간’이라는 주제를 택한 이유가 그것이다. 정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 마음껏 내 생각을 표현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그것을 넘어 사실 논란이 될 수도 있을 정도로, 나는 짤막한 과학 지식을 가지고, 인문학적으로 맘대로 해석하는 것을 너무도 좋아한다. 오늘의 글도 그 취미생활의 일종이다.


따라서 오늘 이 글이 널리 알려진 사실과 대치되는 부분이 충분히 존재할 수도 있음을 혹은 더 자세히 알지 못하여 오류가 생길 수 있음을 밝힌다. 동시에 더 중요한 이야기를 전한다.


사실이란 것은 모아 모아 결국 믿음의 영역으로 흐른다는 것. 세상 어떠한 것보다 이성적인 과정으로 도출된 결과물이 믿음이라는 감정의 영역으로 가기 위함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에겐 그저 논리를 갖춘 답이 필요할 뿐이다. 시대가 흐르고 세상이 순환하며 주기가 지나가면 가장 사실 같던 것조차 사실이 아닌 과거의 습관이 되어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화와 문화별로 상이한 도덕관 등이 이 주장을 뒷받침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에겐 그저 믿고 행하기 위해 촘촘히 잘 짜인 논리 덩어리가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 논리를 이해하고 가지면 나의 행동과 방향성에 의심을 덜고, 나아가는 데에만 집중하게 된다. 오늘의 이야기, 그리고 시간에 대하여 전체의 모든 글, 그리고 나의 작품활동도 그저 내가 믿고 싶은 것을 더 공고히 만들어보기 위한 일종에 논리 실험인 것이고, 그 논리실험으로 더 쉽고 따듯하게 나의 방향과 행동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작품들 그리고 그런 글들을 보는 사람 또한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굳이 물리학을 설명하고자 하는 이유에 대한 글이었다.


이제 각 운동량 보존법칙을 간단하게 이해해보고자 한다.

사진을 먼저 보자. 많은 과학이론을 우리가 접할 때 주로 식과 함께 보게 되는데, 기본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평범한 우리들은 그게 오히려 과학을 이해하는 허들로 작용하곤 한다. 이해가 어려운 과학 지식은 무조건 시각자료와 함께 하도록 하자.



사진엔 피겨의 스핀동작이 들어가 있다. 피겨의 여제, 퀸, 김연아의 시대에 살았던 필자는 이 아름다운 스핀을 정교하게는 보지 못했어도, 그 장면을 기억할 수는 있다. (혹시 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꼭 한 번은 영상을 찾아볼 것을 추천한다.) 자세히 장면을 뜯어보면 넓은 각을 그리며 회전하던 선수가 다리를 접으며 각을 좁힐 때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각운동량 보존법칙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보아야 할 전부나 다름없다. 물리세계에서 넓은 각에 작용하던 속도가 각을 줄이면서 좁아지면 더 빨라진다. 바로 한 번 운동하기 시작한 각의 운동량이 보존된다는 물리학적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근데 뭐 더 깊이 들어갈 것도 없다. 넓은 각을 돌리기 위해 필요했던 힘을 주며 회전을 시작한 물체가 있는데, 각이 줄어드는 만큼 바퀴수에 따라서 필요한 힘이 넓은 각에 비해 덜한 것이고, 따라서 각을 좁히면 더 많이 도는 것이다. 이론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는 몇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넓게 시작한 각이 줄어들 때 오히려 속도는 빨라지고, 반대로 좁게 시작한 각을 넓히면 느려진다는 것.


어려운 이론 이야기를 두 문단에 빠르게 끝냈다. 기억할 한 문장이 있다면 충분하다. 우리는 그것을 삶에, 그리고 ‘시간’에 적용할 것이다. 그를 통해 ‘내가 걷는 이 길이 맞는 길일까?’라는 질문에 근거자료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우선 내가 각운동량 보존법칙을 근거로 대게 된 배경이 있다. 나는 삶의 각이 넓은 유형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사람이며, 동시에 대부분의 것들은 하고 있거나 이미 해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이 남고, 지금 이 시점에도 그리고 삶을 살아가며 또 다른 경험들을 지나쳐 갈 때도 계속 생겨난다.


삶의 유한한 시간을 더 넓은 각을 위해 사용하는 유형의 사람인 것이다. 이 지점에서 누군가는 공감하고, 누군가는 자신과 반대이며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공감하는 이들은 알 것이다. 누군가 부러워하는 이 길에도, 불안함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어느 분야에 어느 사회에 정착하지 않는다. 또 다른 것을 배워야 하기에 어마무시한 성과를 내지도 못한다. 그러나 조금씩 다재다능해진다는 것을 느끼고, 어느 한 분야라도 성장하는 부분이 있다는 기분에 중독되어 계속해나간다.


필자에게도 그런 고민이 너무 크다. 여러 가지 경험을 해나가기에 어느 하나의 성과가 없는 점. 그것이 불안을 유발한다. 경험을 더 많이 했다는 것이 다재다능한 나를 만들고 어느 분야에 가도 쉽게 흡수하는 장점을 주었지만 커리어를 쌓지 못한 일장일단의 상황을 낳은 것이다. 그렇지만! 각운동량 보존 법칙을 안다면, 이것을 여기에 가져와 이해할 수 있다면 불안을 지워버릴 수 있다. 생각해 보자.


넓은 각이 좁은 각으로 될 때 속도는 증가한다. 더 빨라진다. 세상이 특정 주기를 가지고 순환하듯, 한 인간의 생애도 순환한다. 어떤 주기엔 자리를 지키고, 어떤 주기엔 자리를 떠나 다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마찬가지로 필자와 필자에 공감하던 사람들 또한 결국 어떤 운명의 분야와 만나게 된다. 그때 넓게 달려온 시간이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만든다. 그렇다면 충분하지 않은가. 아직 더 많은 시간을 넓게 사용해도 괜찮지 않은가?


넓음에서 좁음을 보았으니 이제 반대의 경우도 볼 것이다. 좁음에서 넓음을 볼 것이다. 내 삶의 시간이 너무 한 분야에, 한쪽에 치우 져서 고민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각운동량 보존 법칙은 어떻게 보면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 좁은 각에서 넓은 각을 돌리려면 느려지기 때문이다. 평소에 한 분야에서 성장하는 느낌보다 몇 배는 더딘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안 좋은 것인가?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물리세계에 통용되는 자연법칙이다. 느려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물리학적 근거는 오히려 위로를 건네며 천천히 나아가볼 것을 권유한다고 해석한다. 평생 하나의 일만을 바라보고 산 당신도 각을 넓힐 수 있다. 한두 번의 시도는 충분히 미비해 보일 것이며 어쩌면 재능이 없다고 느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물리세계의 법칙이라면, 조금 더 버텨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무에서 출발한다면? - 마지막으로 아예 운동량이 없는 경우도 다뤄보려 한다. 아예 아무것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진로에 시간을 쓰기 시작한다면, 당연하게도 매우 속도가 느릴 것이다. 그것이 물리 법칙이니까. 하지만 한 분야를 아주 느리게 시작하고, 운동량을 점차 붙여가며 시간을 투자하며 속도를 높여보면 그 경험으로 다음 분야로 넘어갈 때도 새로운 분야에 발을 디딜 때도, 느리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속도를 붙이며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못나서, 환경이 부족해서라는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 이것은 그저 상태에 따른 현상일 뿐이라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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