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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조각사 Sep 06. 2024

나무의 영역엔 언제나 일그러짐이 있다

나는 나무를 치환하려 한다.

이글의 제목, 이 사진의 이름을 붙이기까지 정말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림자도 떠오르고, 그림자 친구 빛도 떠오르다 보니, 어느새 흑과 백, 나태와 부지런까지도 고찰했지만 그 어떤 것도 이거네! 하는 감정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냥 아 정말 모르겠다. 그냥 관중의 손에 맡겨버릴까? 아니면 무제도 있잖아 왜 모든 작가들이 많이 하는 거..!! 그렇지만 뭔가 나올 거 같다가 안 나오다가 계속 그러길래 그냥 계속 생각했다. 마침 몸만 쓰는 일을 하고 돌아오는 길인데, 이 제목은 꽤 마음에 든다. 아마 조금 수정 보완해서 정해버리지 않을까? 싶다.


드디어 제목을 정했다는 것에 기뻐서 한참을 타자를 두드리는 모습이 아주 초보작가답다. 독자가 이 글을 재밌어할지도 고려하지 않는 바보 같은 순간이지만 그래도 더 경력이 쌓이지 않은 아주 초보작가다운 행동이기에 누군가는 피식 웃지 않았을까? 그거면 만족한다.


이제, 사진을 다시 보자. 왜인지 사진의 중앙만 제외하고는 일그러진 느낌이다. 그런 게 맞고, 왜인지는 그냥 날씨가 너무 습하고, 스콜 같은 비가 내렸었다고 해두겠다. 아무튼, 사진가의 시선 위로 엄청나게 두꺼운 나무줄기가 지나가고 있고, 중앙만 명확하고, 주변부는 일그러져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만약 과학을 좀 좋아하면 마지막 문장, 그리고 사진을 보며 하나쯤 떠올랐을 수도 있겠다. 무엇이냐면 바로 중력에 대한 이야기다. 내 작업물, 전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혹시 보러 올 사람에게는 스포이지만 나는 이 작업 안에서 언급되는 모든 '나무'라는 단어를 '시간'이라는 단어로 치환하려 한다.


나무의 일그러짐은 곧 시간의 일그러짐이고, 시간의 일그러짐은 곧 중력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으로 사고가 확장된다. 너무 과정을 생략해서 이해가 어려울까? 괜찮다. 그냥 이제 앞부분은 몰라도 된다. 여기서부터는 시간과 중력 이야기다. 아니 그전에.. 중력이야기 먼저 해도 괜찮을까?


중력은 일정한 무게를 가진 모든 물체가 가지고 있다. 필자도 있고, 독자인 당신에게도 있다. 다만 평소 느끼는 지구 중력에 비하여, 에게게..? 하는 정도일 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농구 경기를 보다 보면 실제로 어떤 선수에겐 '그래비티'가 있다는 해설을 종종 들을 수 있다. 아니 분명 중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는데 갑자기 다시 아니라고 하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게 맞다.. 정확히 필자의 의도다. 우리의 중력은 사실 에게..? 하는 수준이 아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중력의 크기가 다르다.


우선 농구선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겠다. 농구 경기 안에서 중력은 한 선수가 공격할 때 수비수가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음... 이거부터 하자. 농구를 잘하는 아주 정석이자 궁극적인 내용을 말하는 격언이 있다. '농구는 떨어지면 슛쏘고, 붙으면 돌파나 패스하면 된다.'라는 격언이다. 정확히 저것만 잘해도 농구를 정말 잘하는 거다. 대부분의 선수는 저 문장을 완벽하게 하기 어렵다. 두 개만 잘해도 엄청 잘하는 선수가 된다.


그런데 세 개나 다 하는 선수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 혼자서 붙으면 가볍게 지나가고, 떨어져서 거리를 주면 또 가볍게 멀리서 슛을 한다. 미치지 않을까? 그리고 누가 그렇게 수비를 한 선수를 뭐라 할 수 있을까? 그냥 공격이 압도적으로 잘해버린 것을. 그래서, 이 경우에 농구는 2명이서 한 명을 막는다. 바로 이게 중력이다. 말 그대로, 한 사람에 불과한 선수인데, 두 명 많게는 세명도 끌어들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중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중력은 곧 영향력일 수 있다는 거다. 그럼 그건 어디서 나올까? 바로 여기 다시 불러올 때가 되었다. '시간'에서 나온다. 됐다. 이게 나의 궁극적인 답이다. 일반적인 농구선수는 떨어지면 슛쏘고, 붙으면 돌파나 패스한다. 이 안에 있는 '슛', '돌파', '패스'를 다 잘하지 못한다. 이 셋은 성격이 모두 다른 것이기에. 그것을 하나 두 개 정도는 잘하는 재능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 가지를 다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려운 하나는 죽도록 노력한 시간이 있다는 거다.


실제로 이 예시의 모티브가 된 선수는 내가 참 좋아하는 '루카 돈치치'라는 nba리그에서 뛰는 선수이다. 그는 13세부터 유스팀에 들어가고, 15세에 1군 팀에 들어가고, 16세에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지금 겨우 25살이 된 그는 벌써 프로 9년 차의 베테랑이다.


물론 이선수는 재능으로 볼 수도 있다. 그것도 맞다. 예시는 확실하게 다가와야 하니 극적으로 보이게 가져왔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 충분한 시간을 쏟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베테랑이 된다면, 당신이 나서서 홍보하지 않더라도, 당신을 여기저기서 찾게 된다는 것을.


저 나무를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시간이 응축된 나무 주변으로, 나무가 자라나는 모습들, 동시에 어마무시하게 큰 나무의 영역 주변엔 자잘한 나무가 자라지 않았다는 것을 사진기로도, 눈으로 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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