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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조각사 Sep 26. 2024

사진과 글

by 카이로스

처음 이 책을 기획했을 때, 주제는 어느 정도 나와있었고 형식을 정해야 했다. 그런데 계속 내 눈엔 '사진책'이라는 장르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콕 찝어서 사진책이 하고 싶어졌다. 사진만 있는 사진집도 아니고, 글만 있고, 사진을 곁들이는 그런 정도의 책도 아니고, 그냥 사진과 글이 아주 조화롭게 공존하는 그런 책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우선 기존에 '사진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봐야 했다.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제대로 하고, 방향을 똑바로 잡고 나아갈 수 있으니까 당연한 과정이었다. 작업에 앞서, 사진책을 소개하는 책들 그리고 사진책 도서관도 방문해보면서 정보를 모았다. 모으다보니 사진책은 두 갈래로 나누어졌다. 첫번째는 오직 사진 자체가 스토리고, 전개고, 마무리인 사진책. 두번째는 서사가 있는 한 사건이나 지역을 두고 기록의 형식을 포함한 이야기와 사진책이다. 이렇게 두가지의 사진책이 사진책의 장르를 양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과 앞으로 이어질 작업은 그 두 방식중 하나가 아니다. 둘 다 혹은 반반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둘중에 하나에 집중하는게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누군가는 생각했을거 같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사실 나는 사진을 한 세월보다 사실 글을 쓴 시기가 더 길고, 사람들이 그래도 내 작업을 알고 들여다 보는 이유에도, 사진이 반 글이 반일 정도로 약간은 정체성이 모호하고 희미할 수도 있는 사람이며 동시에 그게 나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렇게 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진에 있어서는 예술적인 시도를 진행하여, 일상적인 기록의 형식이 아닌 사진 작업을 할 것이고, 작품을 만들며 동시에 글도 남길 것이다. 글은 기록의 형식도 아니고, 해설의 형식도 아닌 약간 재밌는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미술품이나 작가를 보면, 작품의 퀄리티와 작업 자체도 중요하지만 작가가 어떤 생애를 보내서 그 작품으로 이어지게 되었는지까지 인생에서 개연성을 찾고자 하는 부분이 있고, 나도 그 과정이 참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 방식을 한 번 써보려고 한다. 요즘말로 간단하게 정리하면 작품 옆에서 작품에 영감이 되었던 실제 삶의 순간들을 가지고 맛깔나게 그리고 또 약간 따뜻하게 썰을 푸는 것이다.


누군가는 해설처럼 여길수도 있을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고, 그게 마치 정답처럼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미 내가 이렇게 글을 한 웅큼 잡아서 책에 넣기로 한 순간부터 해설이자 정답으로 봐달라고 어필하는 걸 수도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작업 자체가 마치 정답같아 보이는 것을 부수는 작업이고, 이 작업의 다음 작업엔 바로 반대의 극단을 인정하고, 그 다음작업은 또 다시 안정시킨 개념을 통으로 의심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우리는 모순에 세계에 살고있고, 예술이란 정말 '내식대로' 해석하고 바라보고, 적용하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작업물을 전시장에 걸려있는 사진들과 출구쯤에 존재하는 다큐멘터리 영상이 함께 있는 것 정도로 생각해주고 열게된다면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근데 다른 방식으로 더 재밌게 보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꼭 혼자만 보지 말고, 어떻게 보는지 알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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